“코로나19 ‘0번 환자’ 3명은 우한연구소 연구원” 美매체

쉬젠(徐簡)
2023년 06월 20일 오후 1:15 업데이트: 2023년 06월 20일 오후 2:15

우한연구소 실험실 유출 뒷받침하는 증거 또 나와
연구소 측은 “코로나19 유사 질환자 없었다” 부인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3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바이러스 기원이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최근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과학자 3명을 먼저 감염시킨 뒤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돼 전 세계적인 대유행을 일으켰음을 입증하는 정황 증거가 많다고 밝혔다.

뉴스레터 플랫폼인 서브스택은 지난 13일 비구독자도 이용 가능한 ‘퍼블릭’ 섹션에 실린 기사에서 복수의 미 정부 관리를 인용해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사스(SARS) 유사 바이러스를 연구하던 과학자 후번(胡犇), 주옌(朱燕), 위핑이 코로나19의 ‘0번 환자(최초 감염자)’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퍼블릭은 미국 정부 내 소식통이 “연구원 후번, 주옌, 위핑이 2019년 가을 코로나19와 일치하는 증상을 보였다는 점을 100% 확신한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이들 3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후번은 우한연구소에서 기능획득 실험을 주도하고 있었다. 이는 ‘박쥐 사스-유사(Bat SARS-like)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성을 높이고 병원체를 강화하는 실험이었다.

2017년 12월 28일 방송된 중국 관영CCTV 뉴스. ’13년의 끈질긴 추적 끝에 중국 과학자가 사스 바이러스의 근원을 찾았다’는 제목으로 우한바이러스연구소 후번 연구원의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 CCTV 화면 캡처

우한연구소 연구원 3명이 코로나19 ‘0번 환자’

퍼블릭 보도는 미국 최고의 전염병 전문가 앤서니 파우치 박사의 주장과는 다르다. 파우치는 지난 2월 27일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에 “우리는 아마도 팬데믹의 진짜 기원을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기사 링크).

또 퍼블릭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하버드대 브로드연구소의 분자생물학자 앨리나 챈의 증언도 전했다.

“후번은 박쥐여성로 불리는 우한연구소 스정리(石正麗) 주임의 수제자로, 오랫동안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사스 유사 키메라 바이러스를 만들어 생쥐에서 실험해 왔다. 나는 이 위험한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사람이 예상치 못한 감염에 가장 취약하다고 본다.”

2019년, ‘0번 감염자’로 알려진 후번과 위핑은 공동 집필한 논문에서 그들이 연구한 중국 전역의 박쥐에서 발견한 사스 유사 코로나바이러스 계보를 자세히 설명했다(논문 링크).

세계보건기구(WHO) 자문위원을 지낸 제이미 메츨은 2020년 초부터 후번에 대해 의혹을 제기해 왔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수석연구원인 매츨은 “후번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첫 번째 환자임을 입증할 수 있다면 이는 (우한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확실한 증거’가 될 것”이라며 “후번이 스정리 실험실의 수석연구원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챈은 2020년 자신의 사전 출판 논문에서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당시 여론은 ‘음모론자’로 몰았다.

챈은 퍼블릭에 “이제 내가 옳았다는 것이 증명됐다. 하지만 나는 매우 실망스럽다”며 “당시 이것(코로나19 바이러스)이 실험실에서 기능이 강화된 병원체일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다른 대응 전략을 취할 수 있었고, 팬데믹 상황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츨은 챈의 주장에 동의했다. 그는 파우치 박사를 비롯한 미 행정부 관리들이 처음부터 바이러스가 우한연구소의 연구와 관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미국과 전 세계의 상황은 확연히 다를 것이라며 “지금은 진실이 밝혀질 때”라고 말했다.

2017년 12월 28일 방송된 중국 관영CCTV 뉴스(유튜브 영상). 우한연구소의 스정리 박사(위)와 실험실(가운데), 마스크 등 호흡기를 보호할 방호장비 없이 실험 샘플을 다루는 후번 연구원과 연구팀원의 모습이 담겼다(아래). | CCTV 화면 캡처

미 국무부, 우한연구소 측의 허위진술에 무게

2021년 1월 15일, 즉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기 5일 전, 미 국무부는 실험실 유출이 발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퍼블릭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2021년에 이미 우한연구소 측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의심했고, ‘우한연구소에 (코로나19 유사 질병) 감염자가 없다’는 스정리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2월,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기자들에게 “FBI가 코로나 기원을 상당 기간 평가했는데, 우한연구소가 (유출) 사고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미 국무부 조사관들이 “2019년 11월 관련 실험에 참여한 (우한연구소) 연구원들이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3월 20일,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관련 기밀 정보를 공개하는 ‘코로나19 기원법’에 서명했다. 우한연구소와 코로나19 바이러스 간 잠재적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모든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연구원들의 이름과 직무, 증상, 그리고 코로나19 관련 연구에 참여했는지 여부 등이 포함됐다.

퍼블릭은 미 국가정보국이 18일 전에 코로나19에 가장 먼저 감염된 과학자 3명의 이름을 포함한 기밀 자료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발생 2년 전인 2017년 12월 29일,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가 우한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실험하는 장면을 방영했다. 영상에서는 후번이 한 실험실 직원이 표본을 처리하는 것을 보고 있었고, 두 사람 모두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는 우한연구소의 과학자들이 보호장비 없이 박쥐 바이러스를 연구해왔음을 시사한다.

영국 선데이타임스 보고서는 “우한연구소의 과학자들이 군부와 협력해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코로나 바이러스를 결합해 신종 변종 바이러스인 코로나19를 만들어냈으며, 바이러스가 우한연구소에서 유출돼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