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위기로 中 건설업계 타격…선두기업도 생존위기

차이나뉴스팀
2023년 10월 18일 오후 2:28 업데이트: 2023년 10월 18일 오후 2:28

중국 부동산 거품 붕괴 후 건설업계 전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철강·시멘트의 공급 과잉이 심각하고, 중국 내 가격 전쟁이 해외로 확대되면서 관련 업계의 글로벌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둥성의 베테랑 건축 엔지니어 L씨는 5일 에포크타임스에 “현재 곳곳에서 시멘트·콘크리트 생산을 중단한 업체들이 속출하는 데다 광둥성·장쑤성의 건설업체도 줄도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지 중문판 취재진이 현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광시성 난닝(南寧) 등지의 시멘트 업체 등에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L씨가 언급한 장쑤성 건설업체들의 파산은 지난 2년 동안 업계의 주목을 받은 큰 사건이다.

중국 건설업계에는 “중국의 건설 상황을 보려면 장쑤를 보고, 장쑤의 건설 상황을 보려면 난퉁(南通)을 본다”는 말이 있다. 이렇듯 난퉁 건설업체들은 ‘중국 건축의 철의 군대(鐵軍)’으로 불리는데 현재 선두권 업체들마저 흔들리고 있다.

난퉁 건설업의 총매출액 규모는 오랫동안 중국 지급시(地級市·성과 현 중간의 2급 행정단위) 1위를 차지했다. 또 미국 건설엔지니어링 전문지 ENR서 발표한 2021년 ‘세계 톱 250개 건설사(The TOP 250 Global Contractors)’에 난퉁3건(南通三建), 난퉁건공(南通建工), 난퉁2건, 난퉁4건 등 난퉁 건설업체 4곳이 이름을 올렸다. 난퉁시 건설업 총매출액은 그해 1조 위안(약 185조3100억원)을 돌파해 장쑤성 건설업 총매출액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난퉁3건그룹은 한때 난퉁 건설업의 선두기업으로 상하이의 랜드마크인 TV 송신탑 상하이 동방명주(東方明珠·468m), 88층짜리 진마오타워(金茂大廈·421m) 건설 등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난퉁3건은 헝다그룹의 공급업체로서 프로젝트 계약 규모가 큰데, 헝다가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자금난을 겪었고 2020년부터 헝다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면서 끝내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난퉁3건은 채무 구조조정을 진행해 지난 5월 주식 2억4000만 주를 경매에 부쳤다.

장쑤성의 쑤중건설(蘇中建設)그룹도 2021년 말 파산·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1949년 설립된 쑤중건설은 줄곧 ‘장쑤성 AAA급 신용기업’으로 중국 500강(强) 기업에 들었고 2010년 상하이엑스포 4개국 전시관, 중국국제항공 본부 건물 등 대형 공사를 수주했다. 쑤중건설은 헝다그룹 주요 프로젝트의 하청업체로, 역시 헝다 채무위기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기업 중 하나다.

난퉁6건은 중국 내 도급업체의 모범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중동 지역의 부르즈 할리파(828m)를 포함한 많은 랜드마크 건물의 건설에 참여했다. 2022년 9월 난퉁6건은 파산 및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지분 100%가 경매됐다. 그리고 난퉁1건, 난퉁4건 등도 파산했다.

2022년 불완전한 통계에 따르면 5개월 동안 중국 전역에서 파산한 건설업체가 336곳에 달했다. 중국에서 경제가 가장 발달한 장쑤성은 지난해 8월 한 달간 건설업체 45곳이 파산했다. 중국 건설사들이 된서리를 맞으면서 건설자재 업체들도 생존 위기에 몰려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

철강·시멘트 업계도 심각한 타격

중국의 철강 소비 구조에서 인프라, 주택, 상가, 공장 등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건설용 철강제가 60%를 차지한다. 2021년 중반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건설용 철강재 수요가 급감했고, 이로 인해 작년 8월 기준 892개 철강 기업이 심각한 손실을 입었다.

거의 모든 제철소가 감원, 생산 제한, 임금 삭감을 하고 있다. 2022년에는 건설용 철강재 수요가 더욱 줄어 채산성이 크게 악화했다.

중국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국영 철강회사 바오강(寶鋼)그룹의 올 1~3월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8.58% 감소했고 순이익(귀모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0.56% 줄었으며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159.82% 감소했다.

6월에는 철근 가격이 톤당 4600위안(약 85만원)에서 3600위안(약 66만원)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철강 기업들의 도산이 줄을 잇고 있다. 23년 된 더룽(德龍)강철공장은 가동을 중단하고 6월 말 용광로를 철거했다. 이 공장 직원 3000여 명이 임금체불에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외신들이 중국 제철소 부도사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중국 각지의 시멘트 공장도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중국시멘트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시멘트 수요가 줄어 시멘트 연간 생산량이 전년 대비 10.5% 감소한 21억3000만 톤에 그쳤다. 이는 2012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시멘트 가격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 7월 건축자재 시멘트 가격은 톤당 331위안(약 6만133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35% 하락했다.

지난 9월 이후에는 전국적으로 시멘트값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시멘트 주요 생산지인 산둥에서는 최저 시장가인 톤당 130~140위안(약 2만1090원~2만5940원)에 거래됐고, 광둥성에서는 톤당 180~190위안(약 3만3356원~3만5200원)으로 떨어져 최근 10년 이래 최저가를 기록했다. 시멘트가 남아돈 적이 거의 없는 푸젠성도 현재 시멘트 가격이 2017년 이후 최저가로 떨어졌다.

시멘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많은 기업이 감원, 임금 삭감, 생산량 축소 등으로 버티고 있다며 임금 삭감폭이 60%에 달하는 경우도 있어 직종을 바꾸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광둥성은 중국 제2의 시멘트 주요 생산지로 안후이콘치(海螺)시멘트, 화룬(華潤)시멘트, 그리고 대만시멘트(TCC) 등 최소 6개 대기업이 가격 전쟁을 벌이고 있다. 광둥 시멘트 클링커(시멘트 반제품) 생산능력은 1억622만 톤에 달한다. 과거 광둥성 부동산 업계의 시멘트 수요는 연간 5000만 톤을 넘어 광둥성 시멘트 총수요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현재 부동산 및 인프라 시장의 수요 위축이 심각해 시멘트 생산 업체들이 돌아가면서 60일 동안 생산을 중단하더라도 시멘트가 남아도는 상황이다. 광둥 시멘트 업체들의 가격전쟁은 광시성 등 주변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둥성과 이웃한 광시성은 올해 연간 수요가 7000만 톤 미만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수년 동안 5000톤 이상의 대형 생산라인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광시성은 실제 시멘트 생산능력이 1억7000만 톤에 달해 1억 톤 이상이 남아돌 것으로 보인다.

중국 부동산 위기는 건축, 인테리어 및 기타 관련 자재의 글로벌 무역 업체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여기서는 시멘트와 철강재만 분석한다.

시멘트가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유럽시멘트협회(European Cement Association)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세계 시멘트 생산량은 41억t이며 중국은 그중 51.5%를 차지했다. 2021년 중국의 시멘트 생산량 비중은 더 높아 55.9%를 차지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생산된 시멘트는 기본적으로 중국 내에서 소비돼 글로벌 시장의 공급과 가격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즈옌(智研)자문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의 시멘트 수출량은 196만 톤으로 2021년에 비해 10.9% 감소했다. 국제시장,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시멘트 주요 수입국인 미국의 수입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중국의 시멘트 가격이 국제시장 가격보다 높아 가격 경쟁력을 잃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철강재는 저가 덤핑으로 동남아 시장에 타격

중국의 대형 철강업체들이 저가 덤핑에 나서면서 중국과 무역 관계가 깊은 주변 동남아 지역이 큰 타격을 입었다.

올 1~6월 중국의 철강 수출량은 4358만3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3% 증가했고, 평균 수출 가격은 톤당 1075.2달러(약 145만6900원)로 전년 동기 대비 24.7% 하락했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베트남에 철강재를 싸게 팔고 있고, 이제는 대만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대만 철강 1위 업체인 차이나스틸에 엄청난 압박이 됐다. 차이나스틸은 중국 본토의 저가 철강의 수입을 막기 위해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대만 차이나스틸은 1978년 설립 첫해를 제외하고는 적자를 낸 적이 없지만 올해는 적자가 났다. 차이나스틸 주가는 8월 이후 누적 13.23% 하락해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웡차오퉁(翁朝棟) 차이나스틸 이사장은 차이나스틸이 사상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차이나스틸은 시장 압력에 저항할 저력이 있다. 대만 첫 국산 잠수함인 ‘하이쿤호(海鯤號)’가 최근 모습을 드러냈다. 4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잠수함에 들어가는 고강도 강판은 차이나스틸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한 차세대 강판으로 세계 각국에서 전략 통제 품목에 속한다.

2022년 하반기부터 중국 부동산 침체로 전 세계 철강업계가 타격을 입었지만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업계는 건축용 일반 철강재 생산 기업이다.

한국·일본의 철강업체에서 생산되는 특수 소재의 고급 철강재는 오히려 값이 올랐다. 고급 철강재는 우주항공의 첨단소재, 전기차의 실리콘 강판, 미사일 및 드론 등에 사용된다. 일본은 특수강의 최대 공급자로 주가가 오히려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