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사회주의 중국의 붉은 장벽이 무너진다

리무양
2019년 11월 15일 업데이트: 2019년 11월 16일

뉴스 분석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이해,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사회주의 대국 중국에 대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베를린 장벽 붕괴가 구소련과 사회주의 진영의 붕괴를 이끈 것처럼, 홍콩 시위가 중국의 ‘베를린 장벽’을 흔들어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989년, 세계사에 되돌릴 수 없는 영향을 끼친 두 가지 사건이 발생했다. 우선 하나는 독일의 ‘베를린 장벽 붕괴’다.

베를린 장벽 붕괴 5일 전, 동베를린에서는 시민 50만명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동독 수뇌부는 시위대를 달래기 위해 서독으로의 ‘여행자유화’ 정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발표를 맡은 동독 사회주의통일당 퀸터 샤보프스키 총서기는 휴가에서 막 복귀해 당 지도부의 정책을 숙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국경개방이 언제부터 시행되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즉시”라고 답했고, 해당 기자는 이를 베를린 장벽 철폐로 착각해 급보를 타전했다.

이 소식은 당일 저녁 서독 텔레비전을 통해 확산됐고 수많은 동서독인이 베를린 장벽으로 몰려들었다. 결국 국경수비대는 엄청난 인파에 통제를 포기했다. 사람들은 브란덴부르크문의 담장을 기어오르고 공구를 들과 나와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다. 이 사건은 구소련과 동유럽에 민주화를 부르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켰다.

9일 저녁, 베를린 중심지인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10만 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경축행사가 열렸다. 대형 스크린에는 당시 미국 대통령 케네디가 서베를린에서 연설하던 장면이 상영됐다. 그는 특히 “나는 베를린 사람이다”라는 말로 당시 베를린 장벽에 둘러싸인 베를린 시민들에게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했다.| TOBIAS SCHWARZ/AFP/Getty Images

지난 8일(현지시간)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하루 앞두고, 시민 3만명이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 모인 가운데 기념행사가 열렸다. 다음 날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베를린 장벽이 서 있던 화해의 성당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아무리 높게 쌓은 장벽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자유를 제약하는 장벽은 언젠가 무너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이날 트위터로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축하하며 “어떤 철의 장막도 자유를 추구하는 강철 같은 의지를 억제할 수 없다”고 했다. 독일을 방문 중인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전날 베를린 쾨르버 재단 연설에서 “중국 공산당은 옛 동독과 유사하게 공포심을 주는 방법과 전략으로 자국민을 압제한다”고 지적했다.

11월 8일 오후,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메르켈 총리와 만나고 있다. | Andreas Gora/Getty Images

워싱턴포스트(WP)는 ‘베를린 장벽의 중국 그림자(The Berlin Wall’s Chinese shadow)’ 기사에서 “베를린 장벽 붕괴로 자유민주주의가 소련식 독재에 승리하며 역사는 종말을 맞이하는 줄 알았다”며 “(그러나) 역사는 전혀 끝나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이 여전히 일당독재 아래 남아있다”고 전했다.

이어 역사가 브라이언 클라스와 유럽정치사 연구자 티모시 가튼 애쉬를 인용해 “중국, 러시아, 베트남은 살아남았고, 자본주의를 자기들식으로 받아들여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시진핑과 공산당 지도자들은 소련 공산당이 붕괴할 때 교훈을 체계적으로 흡수했다…전 소련 지도자 고르바초프의 전철을 밟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WP는 “중국의 정책 중 상당수는 두려움 때문에 추진된다. 소련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권력 붕괴의 두려움이 정책과 사고의 많은 부분을 형성한다”는 베를린자유대학 클라우스 뮐한 중국사 교수의 분석을 전했다. 아울러 홍콩을 새로운 냉전체제에서 30년전 베를린과 같은 ‘최전방 전선’으로 평가했다.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기념 행사에서 베를린 사람들이 노란색과 주황색 장미를 벽에 꽂으면서 공산주의 폭정으로 생명을 잃은 용사들을 기렸다. | Sean Gallup / Getty Images

베를린 장벽 붕괴의 7가지 교훈

그러나 두려움이 빠진 중국의 몸부림에도 중국이 세운 붉은 장벽은 결국 무너지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탠퍼드대학 후버연구소의 니얼 퍼거슨 선임연구원은 베를린 장벽 붕괴에서 7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으며 이는 중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7가지 교훈은 ▲경제침체로 인한 체제 약화 ▲중산층 증가 ▲일당 독재국가 특유의 부패와 저효율 ▲정권 합법성 결여 ▲감시 상태 하에서 거짓말의 일상화에 따른 위기 ▲외곽 분열 ▲외부 압력이 아닌 내부 압력(자유를 위해 싸우는 내부세력)이 장벽 붕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퍼거슨 연구원은 중국 공산당이 감시 시스템으로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10~20년 안에 경제성장 둔화, 중산층 증가, 부패한 정치 체제와 문화, 홍콩·대만 등 외곽지역 분열 등의 상황을 버텨낼 수 없으리라고 봤다. 그는 “베를린 장벽 붕괴와 유사한 수순에 따라 중국의 방화벽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베를린 장벽은 동서독을 갈라놓는 물리적 장벽이었다. 오늘날 중국은 온라인 방화벽으로 자국민과 자유세계를 갈라놓고 있다.

끝나지 않은 공산주의…세계 인구 5분의 1 영향권

매년 11월 7일은 미국 정부가 정한 ‘공산주의 희생자를 위한 국가기념일’이다.

올해 이날을 맞아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공산주의 희생자 추모재단’은 매리언 스미스 사무총장은 “오늘날 지구촌 인구 5명 중 1명은 공산당 일당 독재하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유럽에서 공산주의는 무너졌지만, 세계 기타 지역에서는 오히려 계속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스미스 사무총장은 특별히 홍콩을 언급하면서 “자유 도시에서 자란 젊은 세대가 항거를 이어가고 있다. 홍콩인구 7백만명 중에 2백만명이 거리로 나왔다는 사실은 그들이 중국 공산당의 통치를 받고 싶지 않다는 뜻을 세계를 향해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추모재단은 8일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기념일에도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다니엘 리핀스키 미 하원의원은 화상 연설을 통해 “공산주의의 공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중국 공산당은) 대외적으로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내적으로 위구르인, 기독교도와 다른 사람들을 계속 탄압하고 있다”고 했다.

리핀스키 의원은 또한 “오늘의 홍콩은 새로운 베를린”이라며 “사람들이 미소 냉전시대 때처럼 확고하다면 자유는 30년 전처럼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9년 11월 2일, 홍콩 시민들은 빅토리아 공원에서 ‘112 국제지원 요청, 자치수호’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경찰이 코즈웨이 베이 집회 해산 중 난폭하게 시위자를 체포하는 모습. | 위강(餘鋼) / 에포크타임스

홍콩은 전환점에 처해 있는 ‘새로운 베를린 장벽’

1989년에 일어난 또 하나의 세계사적 사건은 톈안먼 사태다. 톈안먼 사태는 당초 중국 주요도시를 휩쓴 민주화 운동으로 시작됐으나 탱크를 앞세운 중국 공산당의 유혈 학살로 처참하게 끝났다.

그해 4월 중국 대학생들은 후야오방 전 총서기 추모회를 시작으로 당국에 부패 척결과 민주화를 요구했지만, 중국 공산당은 이를 외면하고 학생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했다. 학생은 단식투쟁으로 맞섰고 중국 공산당은 한 달 뒤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을 동원했다. 그리고 6월 3일 밤부터 4일 새벽까지 학생과 시민 1만명이 살해되는 참극이 벌어졌다.

이제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가 5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과 홍콩 정부, 경찰은 거듭 진압수위를 높여가고 있지만, 홍콩 젊은이들은 용감하게 거리로 나와 목숨을 걸고 항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민주화 단체인 해외중국민주연합(OCDC)의 웨이징성 주석은 지금이야말로 자유민주 국가들이 홍콩을 지지해야 할 때라고 역설한다. 그는 “톈안먼 사태 당시 미국 등 서방 민주국가들이 중국 학생들을 확고하게 지지하지 않은 것이 민주화 운동 실패의 한 이유”라고 말한다. 홍콩에서 제2의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지 않으면 1989년 톈안먼 사태 같은 역사적 과오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987년 6월 12일 레이건 대통령은 서베를린을 방문했을 때, 브란덴브루크문의 베를린 장벽 앞에서 “이 장벽을 허물라!”라는 주제로 연설을 했다. | 퍼블릭 도메인

앞서 후버연구소 퍼거슨 연구원이 제시한 7가지 교훈 외에도 중국 공산당 장벽의 붕괴 요소는 더 있다.

중국 시사평론가 탕징위안은 중국 공산당 체제는 내부 투쟁으로 매우 약해진 상태라고 진단한다. 폭정과 독재로 민원이 들끓고 식품안전, 환경오염 등 각종 사회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는 데다 홍콩에 대한 강경대응으로 사태 해결은커녕 시스템 자체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의 압력도 붉은 장벽 붕괴를 재촉하는 요소다. 미국 등 서방 각국은 중국의 공산주의와 집권 공산당을 현시대의 최대 위험요소로 지목하고 있다. 정치, 경제, 군사 방면에서 동맹국과 우방 등과 연합해 거대한 포위망을 펼치고 있다. 오늘날 제2의 베를린 장벽인 중국의 붉은 장벽에 균열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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