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중국 ‘정치전’ 시험 상대…한국 현실은 더 심각”

[대만 대선과 한국 총선] ①케리 거샤넥 대만 국립정치대 교수

뉴스본부
2024년 01월 8일 오후 1:12 업데이트: 2024년 01월 20일 오후 10:41

에포크타임스는 에포크미디어코리아 중국전략연구소와 더불어 중국공산당의 대만 선거 개입과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주제로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하여 한국의 대(對)중국공산당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첫 번째 순서는 케리 거샤넥 대만 국립정치대 교수이다.


케리 거샤넥 교수 | 에포크타임스

케리 거샤넥(Kerry K. Gershaneck)은 미국 해병대 장교 출신으로 35년 이상 국가 정보, 방첩, 국제관계, 전략적 소통 등을 연구해 오고 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펠로우십으로서 대만 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東亞硏究所) 방문 교수로 재직하며 정보전, 통신, 지역 안보, 거버넌스 및 리더십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지역 안보 및 지정학을 연구하는 글로벌위기완화재단(GRMF) 선임연구원이자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중국은 지금도 전쟁을 하고 있다’를 비롯해 ‘중국의 정치전’ ‘중국의 미디어전’을 저술했다.

◇대만의 정치 지형
“대만은 민주진보당(民主進步黨·DPP), 중국국민당(中國國民黨·KMT), 대만민중당(臺灣民衆黨·TPP) 등 주요 3당 체제이다. 각 정당별로 각 대선 후보별로 대(對)중국관과 이에 기반한 정책에서 차이를 보인다. 라이칭더(賴清德) 민진당 후보(현 부총통 겸 당 주석)는 반(反)중국공산당 성향으로 대만 정체성과 독립(주권 수호)을 중요시한다. 허우유이(侯友宜) 국민당 후보(현 신베이 시장)는 친중 성향으로 분류된다. 반면 커원저(柯文哲) 민중당 후보(전 타이베이 시장)는 중도 실용 성향이다.”

◇여야 3당 후보별 중국에 대한 입장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는 ‘대만은 이미 독립 주권 국가이다. 더 이상 대만 독립을 선언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는 ‘1992컨센서스를 지지하며 집권 시 중국과 긴밀한 경제 교류를 추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제3 정치세력의 대표인 허우유이 민중당 후보는 ‘국민당과 민진당 사이에서 중도를 추구한다. 중국과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에 대해서 민진당은 ‘지나치게 중국에 예속적이다’라며 비판했다.”

◇대만(중화민국)의 존재 의의
“범중화권(중국, 대만,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에서 유일하게 완전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대만의 존재 자체가 중국공산당 독재 권력에 대한 실존적 도전이다. 대만이 구현하고 있는 민주주의는 ‘중국인’이 중국공산당의 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 민주적으로 통치할 수 있음을 실증(實證)한다.”

거샤넥 교수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2019년 발언 “중국은 통일되어야 하고 반드시 통일할 것이다. 대만 문제는 중국의 부상으로 마무리될 것이다”를 인용하며 2024년 대만 총통 선거가 중국에 있어 중대 문제라고 했다. 또한 “2024년 대만 대선에 중국의 ‘플랜 A’는 ‘효과적이면서 신중하게 개입하여 2024년 대만 선거 결과를 조작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플랜 B’는 무력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제스(좌)와 마오쩌둥(우). 중국국민당과 중국공산당은 중국 본토에서 국공내전을 벌였다. 내전에서 패배한 국민당은 1949년 대만으로 천도했다. 국공내전 패전 원인 중 하나로 중국공산당의 정치전이 꼽힌다. | 위키커먼스

◇대만, 중국의 정치전 시험무대
“대만은 중국이 전개하는 ‘정치전(Political Warfare)’의 주요 대상이자 ‘테스트 베드’이다. 정치전은 중화인민공화국이 대만의 중화민국을 재통일하기 위해 선호하는 수단이다. 시기’도 관건이다. 1월 13일 대만 대선은 중국공산당의 다음 행보에 있어 중요한 시기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중국의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외 상징성이 있는 특정 기일, 즉 10월 11일(중국 국경절), 10월 10일(대만 국경절), 11월 5일(미국 대통령 선거일) 등이 중요하다.”

◇중국공산당의 중국국민당 와해 역사
“중국공산당과 중국국민당이 대륙의 패권을 다투던 1920년대 제1차 국공 내전 시기 중국공산당의 정치전은 본격 시작됐다. 그 결과 1949년 제2차 국공내전에서 패배한 중국국민당은 대만으로 천도했다. 1947년 2·28사건 발생 후 중국국민당은 대만지구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른바 ‘백색공포(白色恐怖)’라 불리는 시기 국민당은 ‘당외(黨外)’라 통칭하던 반대파에 대한 공포 통치를 했다. 이 속에서 대만 민중의 중화민국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누적됐다.

그 이후 1987년 대만지구 계엄령 해제, 1991년 동원감란시기임시조관(動員戡亂時期臨時條款) 폐지, 1996년 총통 직선제 복원 등 민주화로 이행했다. 특히 1996년 대만인(본성인) 출신 리덩후이(李登輝)가 사상 첫 직선 총통에 당선됐다. 이 시기부터 대만에서는 권위주의 통치가 종식되고 국제적으로는 냉전이 끝난 것으로 비쳐졌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대만을 향한 정치전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이 실종됐다. 중화민국 헌법과 관련 법령에서도 대중국 방첩 활동 관련 조항이 삭제·축소됐다.

특히 2008~2016년 집권한 마잉주 총통의  국민당 정부는 중국의 대대만 정치전 대응에 있어서 ‘암흑기’라 정의할 수 있다. 민족·평화라는 미명하에 대북한 포용정책을 펴며 대북한 방첩 기능을 약화시켰던 한국의 문재인 정부 시기에 비유할 수 있다.

마잉주 재임기 중국과 화해 정책으로 인하여 중국의 정치전 기회가 폭증했다. 중국은 대만 대상 정치전, 사이버전을 무차별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대만의 안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2016년 민진당이 집권하면서 중국의 정치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대응 역량 구축을 재개했으나 ‘매우 느린’ 과정이다. ‘반침투법’ 제정 등은 주지할 만한 성과이다.”

◇2024년 대만 대선과 중국몽
“중국이 전개하는 정치전의 최종 목표는 시진핑이 제시한 이른바 ‘중화민족의 위대한 꿈’ 즉 중국몽(中國夢)을 달성하는 것이다. 대대만 정치전의 중간 목표는 민진당에서 국민당 혹은 국민·민중당 연합으로의 정권 교체이다. 정치전 전략은 ▲선거 개입 ▲교란작전 ▲초한전(超限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선거 개입에 있어서는 ‘효과적으로 신중하게’ 기조를 유지할 것이고, 교란작전은 대만 사회를 분열시키고 국민의 사기를 저하시키는데 중점을 둘 것이다. 초한전은 전통적인 통일전선공작, 내통 작전, 여론전·심리전·법률전의 이른바 ‘3전(戰)’을 동원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선거 캠프·언론 대상 불법 자금지원, 중국 투자 대만 기업 인질화, 허위정보 유포, 미인계 등을 사용할 것이다.”

마잉주 전 대만 총통(좌)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우). 2015년 싱가포르에서 중국국민당 주석과 중국공산당 총서기 자격으로 양안 분단 후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 AFP/연합뉴스

◇정치공작전 주요 행위자와 전략전술
“중국공산당의 대대만 정치전 주요 기구로는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국가안전부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통일전선공작부 ▲인민해방군 전략지원부대 등이 있다. 주요 전략·도구로는 ▲통일전선공작 ▲3전(심리전·여론전·법률전) ▲능동적 수단 ▲초한전 ▲무력 침공 위협 등이 있다. 통일전선공작은 중국공산당 동조 세력을 구축하는 것을 말하며 3전의 주요 목적은 사기 저하이다. 능동적 수단에는 사이버 공격, 하이브리드전 등이 있다. 아울러 대만해협에서 고강도 무력 시위를 일상화하여 이를 이른바 ‘뉴노멀’화하는 것이다.”

◇중국공산당의 내러티브
“‘중국의 승리는 피할 수 없는 대세’에 ‘미국 회의론’을 더한 내러티브를 구사한다. 중국의 부상은 현실이며 유사시 미국은 대만을 버릴 것이라는 의미이다. ‘미국은 약하고 신뢰할 수 없다’ 내러티브를 통하여 대만 식자층이 민주적 가치를 스스로 포기하고 중국식 전체주의 모델을 수용하도록 한다. 민주주의, 자유 등을 ‘타락한 서구적 이상’으로 정의하며 중국식 전체주의가 우월하다고 세뇌(洗腦)하는 것이다.”

◇대만 대선과 중국공산당
“중국을 부각하고 미국 등 자유주의 국가를 폄하하는 전통적인 내러티브를 구사해 온 중국공산당은 중대 선거를 앞두고 이를 응용한다. ‘민진당에 대한 투표는 전쟁에 대한 투표다’ 중국은 평화 통일을 원하지만 독립을 강행하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전쟁 대 평화’ 주제의 내러티브를 구사한다. 미국에 대해서는 회의론을 강화한다. ‘워싱턴은 가짜친구이다.’ ‘워싱턴은 대만을 버릴 것이다.’라고 말하며 대신 ‘중국은 대만의 친구이자 가족이다.’ ‘해협양안 하나의 가족.’ 등을 통해 중국과 동일성을 강조한다. 내러티브전 외에도 가짜뉴스 살포 등 ‘소셜미디어전쟁’도 수행하고 있다.”

중국이 아닌 대만 정체성이 강해지는 대만에 대하여 중국은 정치전 수단을 동원해 각종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제적 수단 동원
“중국에 투자한 대만 기업 이른바 ‘대상(臺商)’을 이용하여 자금 세탁을 하고 이를 통해 조성한 불법 자금으로 선거 개입을 시도한다. 중국, 동남아시아가 주요 선거 자금 출처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 창업주에 대한 세무조사 등을 통해 협박하는 사례도 있다. 경제적 수단의 핵심은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하는 것이다.”

◇디지털 정치전
“화웨이, 틱톡 등 중국 기반 IT기업,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전략지원부대, 삼합회(三合會) 등 범죄조직, 샤오펀훙(小粉紅·중국의 극단적 애국주의자), 우마오당(五毛黨·댓글부대) 등이 주요 행위자이다. 위챗을 통해 불법 자금 조달을 하기도 한다.”

◇무력 위협
“2022년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연방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시 중국은 항공모함 전단을 동원한 대만 포위 훈련을 전개했다. 이 밖에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대만해협 중간선 침범, 공군의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침범이 일상화되고 있다. 인민해방군은 ▲2022년 8월 합동 타격 훈련 ▲2023년 4월 합동 공급 훈련 등을 실시했고 2024년에는 합동 상륙 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디어전
“중국 공산당은 영화, 드라마, TV프로그램, 도서, 소셜미디어 등 미디어를 총동원하여 선전선동을 하며, 어린이 대상 비디오 게임도 예외가 아니다. 그중 친(親)중국계 자본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왕왕중국시보미디어그룹(旺旺中國時報媒體集團)이 문제이다. 그룹 산하 케이블 방송 중톈TV(CTI)는 뉴스 프로그램에서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표기한 지도를 내보냈다가 시청자의 거센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대만 당국의 조사 결과 중국으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방송은 대만 국가전파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한 가지 희망적인 점은 대만의 깨어있는 시민들이 대대적인 거부 운동을 벌였다는 것이다.”

2019년 대만 타이베이의 ‘홍색매체(친공매체)’ 거부 시위. | 에포크타임스.

◇중국의 기대 성과
“중국은 대만을 대상으로 비(非)무력 사용 전쟁을 전개하여 원하는 바를 달성하고자 하고 이미 상당 부분 달성했다. 목표는 전쟁을 일으키기 않고 대만을 중국의 ‘하나의 성(省)’으로 만드는 것이다. 중국은 새로운 국공내전에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 있다. 중화권 유일의 완전 민주국가 대만이 제기하는 중국공산당 독재 정부에 대한 ‘실존적 도전’을 사실상 파괴하고자 한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대만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주요 국제무역 수송로인 남중국해-동중국해 항로를 통제하여 한국과 일본이 중국의 위협에 굴복하도록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은 동아시아 역내(域內)에서 미국을 대신하는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주는 시사점
“대만의 사례는 4월 총선을 앞둔 한국에도 중대한 시사점을 준다. 대만 선거 개입에 사용한 중국 공산당의 전략·전술은 한국에도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다. 대만은 ‘반침투법’을 제정하는 등 법적 대응 기반을 마련하고 중국 공산당의 책략에 맞설 수 있는 의지를 되새기고 있다. 한국도 대만 사례를 면밀히 연구하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3개월여 남은 한국 총선에 대한 중국의 개입은 이미 진행 중이다.”

‘닮은꼴·평행이론’의 나라 한국과 대만

‘대한민국(大韓民國·Republic of Korea)’과 ‘중화민국(中華民國·Republic of China)’이라는 공식 국호(國號)도 유사하다. 일본 식민지-내전-권위주의 통치기로 이어지는 역사 궤적도 닮았다.

국가 주도 경제개발에 성공하여 ‘한강의 기적’ ‘대만의 경험’으로 불리는 경제 기적을 일궜으며 지난 냉전 시기 동아시아 반공(反共)전선의 혈맹이었다. 산업화 이후 민주화-선진화 여정도 성공적으로 이행하여 경제적으로 풍요로우며 정치적으로 민주적인 대표 발전 국가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정치·사회 발전 수준, 경제력, 민주주의 발전 정도도 놀라울 만큼 유사하다. 이런 한국과 대만을 두고서 비교정치학자들은 ‘지구상의 가장 유사한 나라’로 꼽는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경제·무역 부문을 중심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아울러 중국의 무제한 전쟁, ‘초한전(超限戰)’의 위협에 노출되어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2024년 1월 1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입법원은 ‘슈퍼 선거의 해’의 첫 선거이다. 선거 파장은 대만을 넘어 동아시아, 전 세계에 미칠 것으로 보인다. 4월 제22대 총선을 앞둔 한국에 끼칠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과 대만의 중대 선거를 앞두고 중국공산당은 직·간접적인 선거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 앞서 선거를 치르는 대만 사례는 한국에도 시사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