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청년 성공스토리] ② “연고 없지만 귀농했죠…‘진짜 동네 사람’ 돼야 해요”

황효정
2024년 03월 5일 오후 1:15 업데이트: 2024년 03월 5일 오후 1:16

지난해 농촌진흥청은 제1회 청년농업인 영농 생활수기 공모전을 개최했다. 전국 각지에서 많은 청년농업인이 공모전에 참가해 자신의 농촌 정착 과정의 경험을 나눴다. 총 78편 응모했으며 이 가운데 26편이 선발됐다.

다양한 이유로 농촌에 온 청년 26명의 이야기는 이후 책으로도 출판돼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청년층에게 생생한 정보를 공유했다.

농촌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모든 편견을 뒤로하고 농촌이 가진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에 주목, 농촌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는 청년들.

에포크타임스는 이들 청년 중 5명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어봤다. 청년들은 “농촌은 청년들이 도전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새로운 세계”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강우범 씨 제공

“경험·연고 전혀 없지만 귀농…외지인 아닌 ‘진짜 동네 사람’ 돼야”

직장 생활을 하다 충남 논산에 터를 잡은 강우범 씨는 귀농·귀촌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을 묻는 에포크타임스의 질문에 “마음이 평화롭다”는 부분을 꼽았다.

직장에 다닐 때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해 남의 회사에서 남의 일을 하는 기분이었다면 지금은 자신의 농장에서 자신의 일을 한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이 든다는 의미에서다. 우범 씨는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 농장으로 출근하는 길이 당연하고, 즐겁고, 일을 하면 할수록 더 잘하고 싶은 의욕이 든다”고 말했다.

어릴 적 친가 또는 외가를 방문할 때마다 농촌의 삶이 자신과 잘 맞는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껴 왔다는 우범 씨다. 우범 씨의 아내는 “언젠가는 귀농을 하고 싶다”는 남편의 뜻에 “이왕 할 거면 좋아하는 걸 하자”며 딸기 농사를 권했다. 딸기로 유명한 전국 각지 고장들을 방문한 끝에 우범 씨 부부는 정착하기에 가장 문턱이 낮다고 느낀 충남 논산을 선택했다. 경험과 연고가 전혀 없던 우범 씨 부부는 그렇게 농촌에 뿌리를 내렸다.

지난여름 우범 씨의 하우스는 수해를 입었다.|농촌진흥청 ‘청년농업인 영농 생활수기 공모전’ 수상작 모음집 e북 캡처

지난여름 우범 씨의 하우스는 홍수로 큰 피해를 입었다. 애지중지 키우던 4만 주의 딸기 모종이 모두 물에 잠겨 휩쓸렸다. 집기와 기계들도 물에 떠내려갔다. 남아있는 물건은 모두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고장이 났다. 비료 같은 소모품들마저도 전부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한순간도 꾀부리는 일 없이 성실하게 일했던 우범 씨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자연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우범 씨는 “그런 자연재해에도 버텨내고 다시 모종을 심고 수확을 해나가는 것이 바로 농부의 삶”이라며 “홍수가 모든 것을 쓸어간 것만 같았지만, 땅과 물만 있다면 농부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농사는 계속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비가 그친 뒤 시작한 복구 작업 과정에서는 주변 이웃 농가 어르신들의 도움이 컸다. 급한 마음에 전기 스위치를 올려 지하수 모터를 돌리려던 우범 씨에게 깜짝 놀란 동네 주민이 달려와 말려주는 소동도 있었다. 주민들의 도움 외에도 정부의 ‘청창농 영농정착지원금’ 덕분에 우범 씨 부부는 가장 큰 문제였던 생활비를 해결할 수 있었다. 우범 씨는 “지금 되돌아보면 아무것도 모르고 열정만 넘칠 때 이런 일을 겪은 것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앞으로 같은 상황을 겪더라도 잘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전했다.

사진=강우범 씨 제공

귀농·귀촌 2년 차 우범 씨의 최종 목표는 ‘성공한 청년농부’다. 그렇다면 성공한 청년농부란 무엇일까. 우범 씨는 “외지인이 아닌 진짜 동네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우범 씨는 “내가 느낀 도시와 농촌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농촌의 매력은 도움이 필요할 때 서로를 들여다봐 주는 것”이라며 “아무것도 몰랐던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주신 것도 마을 어르신들의 환대였다. 그런 곳에서 아무리 큰돈을 번다고 한들 이웃과 어울리지 못한다면 행복한 삶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외로운 외지인이 아닌 진짜 동네 사람이 되는 것이 귀농인이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또 같은 맥락에서 개인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보다는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성향의 사람들에게 귀농·귀촌을 권했다. 그러면서 “농촌 생활을 그저 낭만적으로만 바라보고 접근하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사실 농부는 출퇴근도 따로 없이 만능 1인 기업이 돼야 하는 직업”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도시보다 상업 시설이나 기반 시설이 부족한 점이 때로는 아쉽게 느껴진다면서도 복잡한 도시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우범 씨. 우범 씨는 귀농·귀촌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조언했다.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되, 관심과 꿈이 있다면 도전해 보십시오.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은 청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입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