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청년 성공스토리] ① “귀농·귀촌, 주도적 성격이어야 잘 맞을 거예요”

황효정
2024년 03월 4일 오후 6:01 업데이트: 2024년 03월 4일 오후 6:37

10명 중 7명. 최근 5년간 귀농·귀촌을 택한 사람들 중에서 귀농·귀촌 생활에 “만족한다”고 대답한 수다.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3년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귀농·귀촌을 실행에 옮긴 10가구 중 7가구는 전반적으로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4명. 도시에 사는 사람들 중 은퇴 후 귀농·귀촌을 “희망한다”고 대답한 수다.

같은 달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은퇴 후 귀농·귀촌을 희망한다고 답한 도시민의 응답 비율은 37.2%로 조사됐다.

귀농·귀촌의 흐름은 비대면 선호, 워크라이프 밸런스(워라밸·일과 개인의 삶 사이 균형) 등의 트렌드에 맞춰 지속되는 추세다. 특히 청년층의 귀농·귀촌 희망 수요가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로 ‘청년농업인 3만 명 육성’을 추진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농업의 후계 인력인 청년 농업인 육성을 목표로 다양한 지원을 펼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러한 행보에 맞춰 정부는 지난해 ‘제1차 후계·청년농 육성 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하며 청년농업인 육성 방향성을 본격적으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처음으로 청년농업인 영농 생활 수기 공모전을 개최했다. 전국 각지에서 많은 청년농업인이 공모전에 참가해 자신의 농촌 정착 과정을 공유했다. 총 78편 응모했고 이 가운데 26편이 선발됐다.

다양한 이유로 농촌에 온 청년 26명의 이야기는 이후 책으로도 출판돼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청년층에게 생생한 정보를 전했다.

농촌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모든 편견을 뒤로하고 농촌이 가진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에 주목, 농촌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는 청년들.

에포크타임스는 이들 청년 중 5명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어봤다. 청년들은 “농촌은 청년들이 도전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새로운 세계”라고 입을 모았다.

전직 군인에서 현직 농부로 변신한 훈민 씨 모습|사진=오훈민 씨 제공

“주도적인 사람만이 귀농·귀촌 성공…청년들이 귀농·귀촌 뛰어들기엔 지금이 적기”

충남 당진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는 청년 농부 오훈민 씨는 전직 육군 통신장교 출신이다. 육군 장교라는 직업 또한 사명감이 필요한 멋진 직업이었으나 좀 더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전역을 결심했다.

전역 후 친구의 권유로 ‘스마트팜 농업’을 처음 접하게 됐다. 훈민 씨는 “스마트팜 관련 기술인 ICT(정보통신기술)가 자신의 전공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관심이 갔다”고 설명했다.

자본금이 부족했던 훈민 씨는 적은 자본으로도 농업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다 지난 2021년 고향인 부산과는 다소 떨어진 충남 당진의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을 찾았다.

폭락하는 농산물 가격에 길거리 판매에 뛰어든 훈민 씨 모습|사진=오훈민 씨 제공
폭락하는 농산물 가격에 길거리 판매에 뛰어든 훈민 씨 모습|사진=오훈민 씨 제공

하지만 생산부터 선별, 포장, 유통, 마케팅까지 초보 농부가 하기에 실제 농사는 결코 녹록지 않았다. 훈민 씨는 “손에 익지 않은 농작업에 속도가 나지 않아 매일 야간작업의 연속이었다”며 “아침에 씻지 못하고 출근하는 날이 태반이었다”고 회상했다. 여기에 폭락하는 농산물 가격도 문제였다. 훈민 씨는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무작정 나가서 길거리 노점상을 하기도 했다.

훈민 씨는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주변 사람들 덕분”이라며 힘들었던 귀농 초기를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마을 주민들이 타지 사람이라고 해서 배척하지 않고, 청년이라고 반겨주고 도와주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훈민 씨는 충남 우수 청년 농부로 선정됐다. 그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도 인기를 끌어 60톤가량의 토마토를 전량 판매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수익 측면에서도 목표 매출 이상을 달성해 오는 7월에는 임대 농장을 떠나 자신만의 농장을 지을 계획이다. 훈민 씨는 “손익계산을 해 보니 나만의 농장을 지어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마을 주민들과 훈민 씨|사진=오훈민 씨 제공
마을 주민들과 훈민 씨|사진=오훈민 씨 제공

성공적인 농촌 정착에 훈민 씨의 친동생 또한 훈민 씨를 따라 귀농을 택했다. 훈민 씨는 에포크타임스에 “동생도 귀농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며 “앞으로 지속 성장할 농업을 목표로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자신의 사례와는 달리 귀농·귀촌에 실패하는 사례들에 대해서 훈민 씨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농업의 소득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고 봤다. 훈민 씨는 “직장인 평균 수준의 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게 농민 집단이다. 그런 집단에 처음 진입한 사람들이 그 집단의 평균 이상 실적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농업의 소득 수준이 높아져 귀농·귀촌 성공 스토리가 흔해질 때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훈민 씨를 따라 귀농을 택한 친동생 가족|사진=오훈민 씨 제공

아울러 귀농·귀촌을 꿈꾸는 청년들을 향해 훈민 씨는 “주도적인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장을 운영하는 일도 하나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일이며 대표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다. 훈민 씨는 “과감한 결심과 판단, 선택이 매 순간 필요하다”면서 “이런 결정들을 내리기 어려운 성격이라면 귀농·귀촌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농업은 한 번 시작하고 정리하려면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면서 내가 이 일을 20년, 30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농업) 창업은 미루길 권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농업을 최소 3년 이상은 경험해 보고 투자하길 바란다”는 당부다. 훈민 씨 역시 본격적인 농사에 앞서 스마트팜 교육 프로그램 이수 등 약 2년간의 농사 준비 과정을 거쳤다.

그러면서도 훈민 씨는 “지금은 청년 농부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는 시기”라며 현재 시기야말로 영농을 하기에는 적기라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