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도 불교미술 숲을 거닐다…‘스투파의 숲’ 특별전

류시화
2023년 12월 21일 오후 9:49 업데이트: 2024년 02월 5일 오전 11:27

올 한 해 동안 다양한 특별전을 개최해 국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국립중앙박물관은 2023년의 마지막 특별전으로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이야기’를 12월 22일부터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을 꿰뚫는 주제인 ‘스투파’는 불교에서 부처나 훌륭한 스님의 사리를 안치하는 ‘탑(塔)’을 뜻하는 인도의 옛말이다.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이야기’ 특별전 전시실 전경 | 류시화/에포크타임스

이번 특별전은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지난 7월 17일부터 11월 13일까지 개최한 전시를 한국으로 옮겨온 것이다.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전시가 학술적 시각으로 풀어낸 것이었다면, 한국 전시는 관람객들이 좀 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새로 단장해 마련됐다.

12월 21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특별전에 대해 “그동안 북인도에 편중돼 있던 인도 불교 미술사 연구의 시점을 남인도로 돌린 전시”이자 “남인도 미술은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것”이라며 특이점을 밝혔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국립중앙박물관이 국민들에게 새로운 문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세계 문명전을 개최해 온 노력의 일환이다.

‘스투파의 숲’

‘풍요의 상징으로 장식한 약시'(기원전 1세기). 점토,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 류시화/에포크타임스

이번 특별전은 뉴델리국립박물관 등 인도 12개 기관의 소장품, 영국박물관·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품 등 남인도 불교 미술품 총 97점을 선보인다.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이야기’ 특별전 전시실 전경 | 류시화/에포크타임스

남인도에 불교가 전해진 것은 기원전 3세기 중엽이다.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왕은 인도 전역에 석가모니의 사리를 보내 스투파(탑)를 세우고 안치하게 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의 절반 이상은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4세기 무렵 남인도에 세워진 스투파를 장식하던 조각이다. 전시실에는 스투파 조각들이 숲을 이루듯 배치돼 관객들을 2천 년 전 남인도의 숲을 거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신비의 숲’

‘사타바하나의 왕과 그의 시종들’(1세기 후반). 석회암, 영국 영국박물관 소장 | 류시화/에포크타임스

이번 특별전은 두 가지 숲으로 나뉘어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신비의 숲’은 기원전 3세기경 남인도를 호령했던 사타바하나 왕조의 왕의 안내로 포문을 연다.

‘물이 가득 찬 풍요의 항아리'(기원전 2세기 후반). 사암, 인도 알라하바드박물관 | 류시화/에포크타임스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쓴 약사’(3세기 말). 석회암, 인도 나가르주나콘다고고학박물관 | 류시화/에포크타임스

신비의 숲에서는 고대 인도인들이 믿었던 다양한 신과 정령을 만날 수 있다. 인도인들은 숲속의 정령이 풍요를 가져와 준다고 믿었다. 나무와 대지에 깃든 신의 남성형인 ‘약사’와 여성형인 ‘약시’는 인도에 불교가 전해진 이후 자연스레 불교미술에 녹아들어 스투파 장식에도 그 모습을 드러냈다.

‘스투파 모양의 사리병’(3~4세기). 수정,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 류시화/에포크타임스

또한 이번 전시에는 스투파 속에 안치돼 있던 수많은 사리와 사리를 담았던 병과 단지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석가모니가 열반에 든 후 그의 사리는 8개의 스투파에 나누어 안치됐다. 그로부터 약 150년 뒤, 인도 전역을 통일한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왕은 참혹한 살생을 동반한 정복 전쟁을 벌인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석가모니의 가르침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고자 했다. 이에 그는 북인도 갠지스강 유역의 스투파에서 석가모니의 사리를 꺼내 인도 전역에 84000개의 스투파를 설치해 다시 안치하라 지시했다. 이와 함께 불교가 남인도에 전파되며 예술적 가치가 높은 수많은 스투파 장식이 탄생했다.

‘이야기의 숲’

‘빈 자리르 향한 경배’(기원전 2세기 후반). 사암, 인도 인도박물관 | 류시화/에포크타임스

두 번째 ‘이야기의 숲’에서는 남인도 특유의 생명력 넘치는 문화와 만나 활기찬 분위기로 바뀐 증거를 볼 수 있다.

‘법륜과 마카라’(200년 경). 구리 합금, 인도 비하르박물관 | 류시화/에포크타임스

특히 주목할 점은 초창기 불교미술은 석가모니를 감히 사람의 형상으로 묘사하지 못해 보리수나 빈 대좌, 그의 가르침을 뜻하는 법륜(수레바퀴) 등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스투파 조각에는 석가모니가 응당 있어야 할 자리에 다른 상징적인 사물이 놓여 있다. 이는 보이지 않아도 그의 존재를 믿는 당시 인도인들의 믿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야기의 숲에서는 당시 스투파를 찾은 참배객들에게 석가모니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조각된 흥미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자연에 대한 존중과 신에 대한 믿음

‘불입상'(3세기). 석회암, 인도 하이데라바드주립고고학박물관 | 류시화/에포크타임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류승진 학예연구사는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건축물인 스투파의 장식물을 통해 남인도의 고유 문화 속에 불교가 어떻게 스며들었고, 또한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지 이해할 수 있다”며 전시에 대해 “석가모니가 실존했던 시대의 문화재인만큼 더욱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남인도 사람들의 자연에 대한 존중과 불교를 받아들이며 보였던 신에 대한 믿음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이야기’ 특별전은 2024년 4월 14일까지 열린다. 2024학년도 대입학력고사 수험생은 수험표를 제시하면 무료입장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