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수뇌부 거주지에 차량 돌진…“공산당은 살인범” 외침도[영상]

강우찬
2024년 03월 12일 오전 10:16 업데이트: 2024년 03월 12일 오전 10:42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 폐막 하루 전인 10일, 공산당 지도부 집단거주지 겸 집무공간인 베이징 중난하이가 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X(엑스·구 트위터) 등 해외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지만 정작 중국 언론들은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의 한 언론인은 에포크타임스에 “매우 의미심장한 사건”이라며 “이 사건이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은 누군가 해당 장면을 촬영해 공유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난하이 정문 향해 차량 돌진…운전자 끌려가

지난 10일 촬영된 영상에 따르면, 검은색 승용차가 베이징의 중난하이 정문인 신화문을 향해 돌진했으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문턱에 부딪힌 채 멈춰 섰다.

신화문을 통과하면, 중국 공산당 총서기인 시진핑의 집무실에서 불과 1km 거리다.

검은 옷차림의 보안요원과 무장경찰이 순식간에 차를 에워싸고, 차량을 운전한 남성을 차 밖으로 거칠게 끌어낸 후 사지를 붙든 채 신화문 바깥벽을 따라 옆쪽으로 끌고 갔다. 다른 보안요원들은 차량을 수색했다.

이 영상은 현장 옆 도로를 지나던 차량에서 촬영한 것으로, 누군가 “살인범, 공산당”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담겼다. 다만, 신화문 진입을 시도한 남성이 외친 것인지 아니면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의 목소리인지는 확실치 않다.

전 세계에 알려진 사건, 정작 중국 언론은 잠잠

해당 영상은 현재 웨이보, 더우인(틱톡의 중국어판)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볼 수 없다. 현지 네티즌 사이에서도 이 사건에 관한 소식이 퍼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논의가 뜨겁다. 미국, 대만 등 중국 외부에 머무는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중난하이에 자살 테러한 영웅’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번 사건에 큰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한 언론인은 에포크타임스에 “문제의 차량은 외제차는 아니었지만 베이징 번호판을 달고 고급 승용차였다”며 “차량 운전자는 평범한 일반인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상을 보면 10초쯤 진압봉으로 보이는 물체를 든 경찰관이 보인다. 차량에서 끌어낼 때 운전자는 몸부림치며 저항하는데, 영상에 확실히 포착되진 않았지만, 진압봉으로 제압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베이징 번호판 단 고급 승용차, 일반인 아닐 가능성”

이 언론인은 “영상 16초 시점에 보이는 외투 차림의 두 남성은 중앙경호국 소속 요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앙경호국은 인민해방군 산하 무장부대로 중국 국가급 지도자들의 경호를 책임지는 조직이다.

그는 “두 남성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같은 경찰 제복 차림이다”라며 “신화문에 돌진한 남성은 문 옆쪽 외부로 끌려갔고, 경호부대 일부만 신화문 안으로 들어갔는데 신화문은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화문은 경비가 삼엄한 곳”이라며 “평소 보행자가 지날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물면 안 된다. 문 앞쪽 도로 주변에도 차량의 진입을 막는 펜스가 설치됐는데, 이 도로는 차량 주차가 불가능하며 통과할 수만 있다”고 설명했다.

“사건 영상 해외유출, 당국이 예상 못한 전개”

영상을 보면, 신화문 앞쪽 도로를 지나던 차량들이 정체되면서 사건 현장을 촬영할 기회가 생긴 것을 알 수 있다.

에포크타임스는 사건 당일 톈안먼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사건 확인을 요청했지만 경찰 측은 “핑안베이징(平安北京)의 통보를 확인하라”고만 짧게 답했다. ‘핑안베이징’은 베이징 공안국에서 운영하는 공식 블로그다. 그러나 기사 송고 전까지 이 블로그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내용도 발표하지 않았다.

중화권 시사평론가 저우샤오후이는 “2022년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베이징 사통교에 시진핑과 공산당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린 사건 이후, 당국의 야만적인 통제에 항의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늘 안정을 내세우며 군을 숙청하고 반체제 인사를 제거해왔지만, 여전히 필요한 만큼의 안정을 확보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이 사건으로 또 한 번 숙청의 피바람이 불겠지만, 그렇다고 권력을 더 안정시킬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고 논평했다.

익명의 언론인은 “이 사건을 촬영한 영상이 해외에 유출된다는 예상 밖 전개에 공산당 당국은 당황하고 있을 것”이라며 “체제에 길들여진 언론이 침묵하는 사이, 평범한 중국 시민들이 권력을 향한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