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닮은꼴’ 대만 사례, 한국 정치에 미칠 파장 연구해야”

[대만 대선과 한국 총선] ②최창근 중국전략연구소 연구위원

뉴스본부
2024년 01월 9일 오후 3:35 업데이트: 2024년 01월 20일 오후 10:40

에포크타임스는 에포크미디어코리아 중국전략연구소와 더불어 중국공산당의 대만 선거 개입과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주제로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하여 한국의 대(對)중국공산당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두 번째 순서는 최창근 중국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이다.


최창근 연구위원 | 에포크타임스

최창근은 한국외국어대를 거쳐 대만 국립정치대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외국어대에서 정책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만 연구자로서 에포크미디어코리아 중국전략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며 ‘신동아’ ‘월간조선’ 등 매체에 대만 관련 글을 쓰고 있다. ‘대만: 우리가 잠시 잊은 가까운 이웃’ ‘대만: 거대한 역사를 품은 작은 행복의 나라’ ‘타이베이: 소박하도 느긋한 행복의 도시’ ‘가희 덩리쥔: 아시아의 밤을 노래하다’ 등 대만 관련 저서와 다수 논문이 있다.

◇파란색과 초록색
“대만의 정치 지형은 파란색과 초록색으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대만 정당은 범람(泛藍·pan-blue) 진영과 범록(泛綠·pan-green) 진영으로 나눠진다. 국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을 사용하는 범람계열 정당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원칙을 존중하며 양안 통일을 추구한다. 현 집권당인 민진당을 위시한 범록계열 정당은 중국이 아닌 대만 정체성을 가지며 궁극적으로 대만 독립을 추구한다.”

“(양당은) 대만 독립 시기와 방법에 있어서 급진적이냐, 덜 급진적이냐 차이가 있을 뿐이다. 파란색과 초록색으로 구분되는 대만 정치 지형을 대만의 푸른 하늘과 녹색 대지에 빗대 ‘남천녹지(藍天綠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수도 타이베이(臺北)를 중심으로 한 북쪽에서는 국민당이, 제1 항도(港都) 가오슝(高雄)을 위시한 남부에서는 민진당이 우세한 정치지형을 상징한다. 반면 ‘하얀색’을 상징색으로 쓰는 제3정당 민중당은 양극단을 벗어난 중도 실용 노선을 추구한다.”

2022년 대만 지방선거 결과. 파란색은 국민당의 상징색, 초록색은 민진당의 상징색이다. | 연합뉴스.

◇민주화 이후 대만 선거
“1987년 대만지구 계엄령이 해제됐다. 38년간 이어진,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세계 최장 계엄령이었다. 1991년 초(超)헌법 조항인 ‘동원감란시기임시조관(動員戡亂時期臨時條款)’도 폐지됐다. 1996년에는 종전 국민대회(國民大會)라는 최고 헌법기구에서 간접선거로 선출하던 총통·부총통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게 됐다. 절차적 민주화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

“비교정치학자들이 ‘지구상에서 한국과 가장 유사한 나라’로 꼽는 대만의 정권 교체 패턴도 유사하다. ▲리덩후이 국민당(1996~2000) ▲천수이볜 민진당(2000~2008) ▲마잉주 국민당(2008~2016) ▲차이잉원 민진당(2016~2024) 순서로 8년 단위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대선의 주요 관심사는 이 규칙을 깨고 민진당이 3연속 집권할 수 있을지 여부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22년 대선에서 종전의 이른바 ‘10년 주기설’이 깨지고 5년 만에 여야 정권 교체가 됐다. 이번 대만 대선·총선은 향후 4년 대만 정치 리더십을 결정하는 선거이자 대만을 넘어 동아시아 나아가 국제정치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중대 선거이다.”

◇선거 결과와 전망
“국민당이 집권할 경우 양안 현상 유지, 경제 부문 중심 교류 확대가 예상된다. 허우유이 국민당 총통 후보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국민당이 집권할 경우 2008~2016년 집권했던 마잉주 정부 시기와 유사할 것이다.”

“마잉주 재임기 자유무역협정(FTA)과 유사한 양안경제합작구조협정(ECFA) 체결해 양안 간 무역 관세 장벽을 철폐했다. 반면 민진당이 집권할 경우 지난날 천수이볜 정부(2000~2008), 현 차이잉원 정부와 유사하게 중국은 대만과 공식 대화를 단절하고 무력 침공 위협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왜 대만 선거에 관심 쏟나
“중국이 이번 대만 선거에 지대한 관심을 쏟는 이유는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1949년 국민당 정부의 대만 천도 이후 현재까지 양안은 분단과 대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대만의 중화민국(中華民國在臺灣)’ 정부는 ▲1971년 유엔 퇴출 ▲1972년 대만·일본 단교 ▲1979년 대만·미국 단교 ▲1992년 대만·한국 단교 등 외교적 고립이 심화하고 있다. 2024년 1월 현재 대만(중화민국)의 공식 수교국은 13개국에 불과하다. 유럽의 바티칸(교황청), 남미 파라과이 정도를 제외하고서는 다수 한국인이 이름조차 낯선 카리브해 연안과 남태평양의 도서(島嶼)국이자 소국(小國)들이다.”

“외교적 고립 속에서도 대만의 중화민국은 본토의 중화인민공화국으로부터 독립된 ‘실질적인 독립국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에 있어 대만은 이른바 ‘국토완정(國土完整)’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다.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보자면 19세기 중반 청(淸)의 아편전쟁 패전 이후 100년간 지속된 굴욕의 역사를 청산하는 대미(大尾)라 할 수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집권 민진당 후보 라이칭더의 성향도 중국으로서는 신경 쓰이는 문제이다. 1986년 국민당 밖 재야 인사 라는 뜻의 ‘당외(黨外)’ 인사들이 주축이 돼 창당한 민진당은 현 집권당이다.”

“민진당은 ‘대만 독립’을 정강정책에 명시하고 있다. 다만 독립에 있어서 급진파와 온건파로 나뉜다. 현 차이잉원 총통은 이른바 화독(華獨)파이다. ‘중화민국 독립’의 약자이다. 대만의 중화민국은 본토의 중화인민공화국과 분리된 정치 실체로서 실질적인 독립 상태에 있기 때문에 국호 변경 등을 추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상 유지파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라이칭더 총통 후보는 대독(臺獨)파에 가까운 스탠스다. ‘대만 독립’을 뜻하는데 ‘대만공화국’ 등으로 국호 변경 등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선명한 독립을 추구하는 노선이다.”

◇양안 간 첨예한 쟁점 ‘1992컨센서스’
“1949년 이후 분단과 대치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에 있어 첨예한 쟁점은 중국어로 ‘92공식(九二共識)’이라 칭하는 ‘1992컨센서스(1992 Consensus)’이다. 쑤치(蘇起) 현 대만 담강대(淡江大) 교수가 만든 용어로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되 중국 본토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을, 대만에서는 중화민국을 지칭한다(一個中國各自表述)’는 구두(口頭) 합의이다.

“리덩후이 총통 재임기인 1992년 대만에서 대중국 정책을 전담하는 반관반민(半官半民) 기구 해협교류기금회(海峽交流基金會) 대표와 중국의 카운트 파트 해협양안관계협회(海峽兩岸關係協會) 대표가 홍콩에서 양안관계를 주제로 담판을 벌인 결과 도출했다.국민당을 비롯한 범람계열 정당은 기본적으로 원칙을 존중하는 입장이지만 민진당 등 범록 진영은 이를 부정한다.”

“1992컨센서스는 양안 관계에 있어 첨예한 문제이다. 중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무력 침공도 불사하겠다고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측은 2016년 현 차이잉원 총통 취임 후 현재까지 ‘1992컨센서스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차이잉원 총통은 묵묵부답하고 있다. 차이잉원 총통은 행정원 대륙위원회 주임위원(통일부 장관 해당)을 지낸 양안 관계 전문가이기도 하다.”

◇자금 지원, 여론조작…중국의 선거 개입 
“1996년 첫 대만 총통 직선 선거 때부터 선거 개입을 하고 있다. 당시 국민당적 현직 총통이었지만 ‘양국론(兩國論·대만해협 양안에는 중국과 대만 두 개의 나라가 존재한다)’ 등을 주장하며 대만 독립주의 노선을 노골화하던 리덩후이의 재선을 막고자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실탄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1995년 7월부터 1996년 3월까지 지속된 제3차 대만해협 위기이다. 결과적으로 무력 침공 위협은 역효과를 내어 리덩후이 총통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재선에 성공했다.”

한궈위 전 가오슝 시장. 대만 정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총통에 도전했으나 낙선했다. 한궈위 열풍의 기저에는 중국의 선거 개입이 있었다. | 에포크타임스

“최근 사례로는 2020년 대선을 들 수 있다. 당시 총통 재선에 도전했던 차이잉원 현 총통과 한궈위(韓國瑜) 당시 가오슝 시장 간의 선거에서 한궈위는 이른바 ‘한류(韓流) 열풍’을 일으켰다. 국민당 입법위원 출신 한궈위는 정치 휴지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진당 강세 지역인 가오슝 시장에 당선됐다. 한국에 비유하자면 국민의힘 후보가 광주광역시장에,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구광역시장에 당선된 것과 같은 결과였다. 한궈위는 센세이션을 지속하며 총통 선거에 도전했고 정권 교체 가능성을 높였다. 나중에 드러난 사실이지만 기저에는 중국의 대대전인 자금 지원, 여론 조작 공작이 있었다.”

◇홍색매체의 친중후보 밀어주기
“한궈위 열풍에는 대만 미디어, 그중 ‘홍색매체(紅色媒體)’라 칭하는 친중국 매체의 역할이 지대했다. 중국공산당은 대만 매체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광고비 집행 등 금전적 유인을 통해 대만 매체의 친중국화를 도모한다. 대만 최대 민영 미디어 기업 왕왕중국시보미디어그룹(旺旺中國時報媒體集團)이 대표적인 홍색매체로 꼽힌다.”

“중국시보미디어그룹은 1950년 창간한 ‘중국시보(中國時報)’를 모체로 한다. 지난날 국민당 기관지 ‘중앙일보(中央日報)’ 민영지 ‘연합보(聯合報)’와 더불어 지난날 대만 3대 종합 일간지로 명성을 얻었다. 이후 중국시보는 경영난을 겪었고 2008년 경영권이 차이옌밍(蔡衍明) 왕왕그룹(旺旺集團) 회장에게로 넘어갔다. 왕왕그룹은 중화권의 대표적인 ‘쌀과자’ 재벌이다. 차이옌밍은 ‘중국시보’ 인수 후 지상파 방송 CTV(중국방송공사)를 인수하는 것을 비롯해 케이블 방송, 신문, 잡지, 출판 등 미디어 전 영역에 걸쳐 20개 이상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왕왕중국시보미디어그룹은 극단적인 친중 보도 논조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으며 대만 국민들의 대대적인 거부 운동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면에는 중국 당국의 직간접적인 자금 지원이 있었다는 것이 대만 매체 규제 당국의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왕왕중국시보미디어그룹 산하 케이블방 방송 CTI(중톈방송)는 편파 방송으로 대만 국가전파위원회로부터 수 차례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벌점이 누적돼 2020년 방송 면허가 취소됐다. 현재 유튜브 방송만 송출하고 있다. 홍색매체는 매체가 지닌 파급력을 이용해 대만 국민의 독립 의지 혹은 대만해협 유사시 항전 의지를 꺾는 일종의 세뇌 작업을 수행한다.”

대만 최대 민영 미디어기업 왕왕중국시보미디어그룹 계열 매체 현황. 신문, 잡지, 출판, 지상파 방송, 케이블 방송을 망라한다. | 왕왕시보 미디어키트

◇대만 사회 겨냥한 중국의 매수 공작
“지난해 12월, 헬리콥터 조종사인 대만 육군 현역 중교(중령)가 치누크 헬기를 조종해 중국 항공모함에 착륙하겠다는 계획이 발각돼 충격을 던졌다. 해당 장교는 한화 200억 원의 보상금을 받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매수 공작 대상에는 정치인, 언론인뿐만 아니라 군인도 망라한다. 심각한 문제는 현역 고급 장교들이 스파이로 포섭돼 국가 기밀을 누설하거나 유사시 투항 서약을 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 육군사령부 통신전자정보처장을 지낸 뤄셴저(羅賢哲) 소장은 주태국대표부 무관 시절 미인계에 넘어가 기밀 자료를 넘기다 적발되기도 했다. 한국 매체에도 보도됐는데 선거를 앞두고 중국 당국은 대만 촌·리장에게 무료 혹은 저가 중국 관광 패키지를 제공하는 등 수법이 나날이 대담해지고 있다. 일선 행정 책임자인 촌·리장은 한국과 달리 임명직이 아닌 선출직으로 지역 커뮤니티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거짓과 진실 섞어 혼란 주는 ‘인지전’
한국과 대만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한 최 연구위원은 인지전에 관해 “고전적인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인데 특정 사람에게 특정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 중 하나는 진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섞어 전달하는 것이다. ‘카드 섹션’ 기법이다. 100% 진실만 이야기해도 설득력이 떨어지고 100% 거짓만 전달하려 해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진실과 거짓이 교묘하게 섞인 내러티브를 구사해 대만 국민의 인지 능력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대만 독립 성향의 민진당과 차이잉원 현 총통에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가짜뉴스’나 영상을 틱톡 등 중국산 플랫폼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포하고 있다.”

◇미국은 유사시 대만을 포기한다?
“중국이 대만 국민을 대상으로 구사하는 대표적인 내러티브는 ‘유사시 미국은 대만이 아닌 중국 편을 들 것이다’ ‘미국은 대만을 버릴 것이다’이다. 중국의 흑색 선전인 것은 분명하지만 대만 국민에게 파급력을 가지는 것은 ‘역사적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제2차 국공내전 말기인 1949년 미국 국무부는 ‘중국백서’를 발간했다. 백서에서 중국공산당은 물론 중국국민당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당을 ‘구제 불능’ 취급했다. 결과적으로 국민당 정부는 내전에서 패배했고 대만섬으로 천도했다. 이후 ‘대만의 중화민국’을 미국을 방기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1950년 발표된 ‘애치슨 라인’에서도 한반도와 더불어 대만섬은 미국의 방위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후 1971년 헨리 키신저의 중국 방문 후 미중 데탕트 속에서 대만은 소외됐다. 그 결과 1971년 대만의 중화민국은 창설 회원국으로 참여한 유엔에서 퇴출됐다.”

“1972년 제1차 상하이코뮈니케에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했고 이는 그해 9월 대만-일본 단교에 파장을 끼쳤다. 1979년 1월 1일부로 미국은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했다. 즉 결정적인 순간에 미국은 대만이 아닌 중국 편을 들어 온 것이다. 대중국 강경책을 펼쳤던 지난 트럼프 행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중국 상하이의 중국 공산당 1차 당대회 개최지 기념관에 전시된 마오쩌둥과 닉슨의 사진. |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기본 입장을 존중한 것이다. 외교적 고립이 심화한 대만은 미국과 공식 외교관계도 없고 상호방위조약도 1979년 폐기됐다. 1979년 4월 제정된 ‘대만관계법(臺灣關係法·Taiwan Relations Act)’이 존재하지만 미국 ‘국내법’이다. 법에서 대만해협 평화 유지, 대만에 대한 ‘방어용 무기’ 판매 등을 명시했지만 유사시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다. 이 속에서 중국의 내러티브는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대만 사례 시사점
“이번 선거를 앞두고 대만에서는 각 여론조사 기관이 1000회 이상 여론조사를 실시 했다. 여론 조사 결과 공표 마지막 날 공개된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민진당과 국민당의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앞서나가고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제3후보 커원저도 일정 수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당·민진당의 전통적인 양당 체제에 염증을 느낀 중도층의 표심이 반영된 결과이다. 중도층, 20~40대 젊은층 지지가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유사한 나라’로 꼽히는 대만 선거 결과는 한국을 넘어 동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에 ‘나비 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특히 대만에 대한 중국의 선거 개입은 한국에도 경각심을 준다. 한국은 대만 사례를 집중 연구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중국의 각종 개입이 선거에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는 점이다.”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는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2위, 3위 후보 지지율 합은 이를 상회한다. 동시에 치러지는 입법원 선거 지지율 조사 결과도 ‘여소야대’를 예상하고 있다. 민진당이 지난 8년 집권하면서 민심을 잃은 결과를 방증한다. 국민당 일당독재에 반대하던 재야 운동권 세력이 주축이 돼 1986년 창당한 민진당은 38년 동안 16년 집권했다. 제도권 정당이 되면서 기득권화됐고 각종 부패, 추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만 국민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고 정권 교체 여론으로 연결된 것이다.”

“이미 지난 2022년 11월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은 참패했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고 차이잉원 총통이 당 주석직을 사임했다. 대만 정치 문제를 단순 친중과 반중 시각으로 봐서는 안 된다. 민진당은 반중 성향이니 옳고 국민당은 친중 성향이니 나쁘다는 식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이는 대통령과 정부의 저조한 지지율로 올해 4월 선거에서 고전이 예상되는 한국 집권 여당에도 중대한 시사점을 준다고 본다.”

 

‘닮은꼴·평행이론’의 나라 한국과 대만

‘대한민국(大韓民國·Republic of Korea)’과 ‘중화민국(中華民國·Republic of China)’이라는 공식 국호(國號)도 유사하다. 일본 식민지-내전-권위주의 통치기로 이어지는 역사 궤적도 닮았다.국가 주도 경제개발에 성공하여 ‘한강의 기적’ ‘대만의 경험’으로 불리는 경제 기적을 일궜으며 지난 냉전 시기 동아시아 반공(反共)전선의 혈맹이었다. 산업화 이후 민주화-선진화 여정도 성공적으로 이행하여 경제적으로 풍요로우며 정치적으로 민주적인 대표 발전 국가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정치·사회 발전 수준, 경제력, 민주주의 발전 정도도 놀라울 만큼 유사하다. 이런 한국과 대만을 두고서 비교정치학자들은 ‘지구상의 가장 유사한 나라’로 꼽는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경제·무역 부문을 중심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아울러 중국의 무제한 전쟁, ‘초한전(超限戰)’의 위협에 노출되어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2024년 1월 1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입법원은 ‘슈퍼 선거의 해’의 첫 선거이다. 선거 파장은 대만을 넘어 동아시아, 전 세계에 미칠 것으로 보인다. 4월 제22대 총선을 앞둔 한국에 끼칠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과 대만의 중대 선거를 앞두고 중국공산당은 직·간접적인 선거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 앞서 선거를 치르는 대만 사례는 한국에도 시사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