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하원, 하이크비전·다화 등 중국산 CCTV 금지법 가결

한동훈
2023년 09월 16일 오후 12:50 업데이트: 2023년 09월 16일 오후 2:26

의회 연구원, 중국간첩 파문 속 법안 통과
중국산 장비, 개인정보 유출하고 안보 위협

영국 하원이 정부기관이나 군사시설에서 중국산 감시기기를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은 개인정보 및 국가기밀 보호를 위해 중국 하이크비전(海康威視 ·Hikvision)과 다화(浙江大華技術·Dahua) 등 중국 기업들이 생산한 감시카메라(CCTV)의 판매와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법안은 상원 승인을 거친 후 법률로 제정된다.

중국 CCTV 금지 법안 통과는 최근 중국 간첩으로 활동한 혐의로 20대 영국 의회 연구원과 30대 남성이 체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영국에 사회적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특히 이 연구원은 중국 체류 도중 정보기관에 포섭됐으며 중국에 비판적인 성향의 의원들 그룹에 침투해 대중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중국에 불리한 법안을 방해하는 임무를 가진 것으로 영국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실제로 일부 대중 활동가들은 해당 연구원이 영국 보수당에서 중국 전문가로 활동하며 주요 의원과 가까운 관계를 맺고, 중국 공산당의 침투를 경고하는 인사와 단체의 평판을 깎아내리는 언행을 자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2001년 설립된 하이크비전은 세계 1위 CCTV 및 감시장비 제조사로 민간용, 군용 장비를 생산하며, 중국 공산당의 중앙 국유기업 관리기구인 ‘국유자산감독위원회(국자위)’가 지분 약 38%를 소유한 사실상 국유기업이다.

구체적인 지분 구조는 작년 9월 말 기준 하이캉 그룹이 지분 36.08%, 제53연구소가 1.92%이며, 이 두 회사는 모두 국영기업인 ‘중국전자기술그룹’에 포함돼 국자위 감독을 받는다.

하이크비전, 공산당이 키운 세계 1위 CCTV 제조사

하이크비전의 제품은 성능과 가격을 내세워 세계 시장을 석권해 왔다. 중국 시장 점유율은 50% 이상, 세계 시장은 20%가 넘는다. 2~5위를 모두 합쳐도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다.

급속한 성장에는 전국에 5억 대 이상을 설치하고도 여전히 확장 중인 중국 공산당의 촘촘한 주민감시망 구축 사업이 배경이 됐다.

중국 공산당의 막대한 지원에 따른 풍부한 연구 인력도 경쟁사를 압도하는 무기로 꼽힌다. 이 회사가 공식 홈페이지에 밝힌 작년 말 기준 직원 수는 5만8천여 명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 소지자만 18% 이상, 전체 직원 중 연구개발 인력이 50% 이상을 차지한다.

하이크비전은 중국 ‘국가정보법’에 따라 중국 공산당과 정보기관의 정보수집 요구에 협조하고 모든 데이터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 회사 제품들이 수집하는 정보는 안면인식 외에도 신체 특징, 걸음걸이, 갑작스러운 행동 등이 포함한다. 이를 통해 특정 인물을 추적하는 기능이 뛰어나다는 점을 내세운다.

다화는 중국 2위 기업으로 신장 위구르족을 비롯한 중국 내 소수민족 추적 기술을 중국 공산당에 제공했다는 이유로 2019년 미국 상무부에 의해 제재 대상 기업 목록에 오른 바 있다. 이 목록에는 하이크비전도 포함됐다.

보안 연구단체 “하이크비전·다화 장비에 백도어”

영국 정부는 작년 하이크비전과 다화의 CCTV를 보안 필요성이 높은 정부 시설에는 사용하지 말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인권단체 ‘빅 브라더 워치’에 따르면, 영국 의회 시설에 설치된 감시장비의 73%, 공공기관 60%가 하이크비전이나 다화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보안·감시 업계 연구단체인 ‘영상감시연구소(IPVM)’는 하이크비전과 다화의 장비에는 네트워크에 침입할 수 있는 ‘백도어’가 설치돼 있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PVM가 하이크비전이 공개한 기술문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 회사 감시장비는 옷차림이나 외모 외에도 정치 성향, 종교, 파룬궁 수련자 여부 등을 식별해 추적하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다만, IPVM가 사실 확인을 위해 회사 측에 문의하자 종교와 파룬궁 식별 기능은 웹사이트 기술문서에서 삭제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작년 12월 말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