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천연가스 발전 확대 선언…“에너지 안보 걸고 도박할 순 없다”

예브게니아 필리미아노바
2024년 03월 13일 오후 6:09 업데이트: 2024년 03월 13일 오후 6:09

불안정한 ‘친환경’ 대신 ‘에너지 독립성’ 강조

영국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의 클레어 쿠티뉴 장관이 천연가스 발전 확대를 선언하며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천명한 영국 정부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발전에 대한 지원을 유지했다.

쿠티뉴 장관은 지난 12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에너지 전환 콘퍼런스에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는 이 과정에서 현실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해 에너지 공급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바람이 불지 않고 햇빛이 비치지 않을 때, 그 틈을 메우기 위해 천연가스가 필요하다”며 “천연가스 발전을 확대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에너지가 무기화(化)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불안정한 친환경 에너지를 천연가스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영국이 전력 부족으로 인한 대규모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최소한 2040년까지 천연가스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천연가스 개발업체 내셔널 가스의 존 버터워스 최고경영자(CEO)는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친환경 에너지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에너지 안보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최근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에 기고한 글에서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에너지 안보를 확보해야 한다”며 “천연가스 발전 용량을 늘리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날씨가 좋지 않을 때도 국민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라며 “넷제로에만 몰두하는 것은 영국의 에너지 안보를 걸고 도박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그럴 수는 없다”고 전했다.

수낵 총리는 ‘화석연료 발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노동당(제1야당)의 주장에 대해 “비현실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노동당의 주장은 그저 친환경 에너지 지지자나 환경단체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에너지 안보는 영국의 국가안보와 직결됨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초 영국 정부는 북해에서의 석유 및 천연가스 탐사를 위한 신규 면허 24개를 발급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부문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일자리 20만 개를 창출하는 등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자체적인 에너지 발전량을 늘려 ‘에너지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정학적 리스크, 국제 시장의 변동성 등으로부터 영국을 보호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