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내년 총선 앞두고 ‘현실’ ‘사이버’에서 도발할 것” 전문가들 한 목소리

윤석열 정부 무력화 노린 선거 개입 목적 도발 대비해야

최창근
2023년 12월 15일 오후 6:22 업데이트: 2023년 12월 15일 오후 11:42

북한의 한국 대상 사이버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가정보원, 군(軍) 등 관계기관들도 대응책 마련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북한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대규모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김명수 합참의장이 지난 12월 8일, 사이버작전사령부를 긴급 방문했다. 2010년 당시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창설된 사령부는 적대 세력의 해킹 등 정보조작, 디도스 등 파괴 공작에 대응하는 특수전 부대이다.

사이버사령부를 방문한 김명수 합참의장은 국방과학연구소(ADD),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군방첩사령부 등 군 관련 기관에 대한 북한 등 외부 세력의 공격 시도 급증에 대비한 ‘대비태세’를 긴급 점검했다. 사령부는 북한 등 외부 세력의 첨단기술, 방산기술, 가상자산 탈취 시도 관련 현황을 브리핑했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사이버 공간이 일반 전장(戰場)과 다른 가상의 공간이지만 최근 육해공 모든 통신과 무기 체계 그리고 핵심 정보가 사이버 영역으로 연결되고 저장되는 만큼, 사이버 방어 전선을 공고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정보원, 군 정보기관 등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를 비롯한 한국 국방 안보 기관을 대상으로 해킹을 시도하는 주요 국가는 북한·중국·러시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국방과학연구소는 한국 군 무기 관련 핵심 기술을 개발‧보유하고 있으며 이른바 ‘K-방산’ 원천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군 정찰 위성 등 전략자산 개발도 주도한다.

국가정보원은 K-2전차, K-9자주포, FA-50 공격기, 천궁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등 ‘K-무기’가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호주 등으로 수출되면서 북한, 중국, 러시아의 기술 탈취 시도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기술 탈취 시도, K-방산 개발‧수출 방해 공작 증가 추세에 발맞춰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정보‧방첩 기관들은 지난 12월 13일, 대전광역시에서 ‘방위산업 기술보호 합동설명회’를 개최했다.

군 관계 기관뿐만 아니라 행정부 사이트 등 공공기관 해킹 시도도 급증세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공공기관 해킹 시도는 1일 평균 137만여 건이다. 지난해 1일 평균 118만 건 대비 15% 증가했다. 그중 70%는 북한 연계 단체 소행이라고 국가정보원은 밝혔다. 이어 중국(4%), 러시아(2%)가 뒤를 이었다.

통일연구원이 2022년 발간한 보고서 ‘북한 사이버 공격 전략의 진화: 대북제재 회피를 위한 외화벌이 수단으로서 사이버 전략’에서는 “2009년 국가 기간망 무력화와 정보 탈취를 목적으로 시작된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2016년을 기점으로 대북제재 회피를 위한 외화벌이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 능력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국제 공조와 대응 시스템 확립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저자 이승열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한국 정부는 민관의 통합된 사이버 안보 체계의 구축을 위해 현재 대통령 훈령인 ‘국가사이버안전관리규정’의 한계를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이버 안보 관련 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사이버 관련 기본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보 기관들은 군 관련 국책연구기관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구체적인 해킹 수법도 제시했다. 국방과학연구소, 한국국방연구원 직원의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악성 코드가 숨겨진 이메일을 방송하는데, 인터넷 링크, 첨부 파일 등을 클릭하면 직원의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해커가 통제할 수 있다.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북한 등 외부 세력의 심리전 대응책도 사이버사령부, 국국방첩사령부를 중심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연구원은 지난 12월 13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개최한 ‘2024 한반도 정세 전망 기자 간담회’에서 “북한이 내년 4월 한국 총선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후보의 당선과 한국 정부 약화를 노리고 군사적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진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남 영향력 공작 및 정치심리전, 온오프라인 테러 감행 등을 기획할 수 있다.”고 분석하며 “북한판 하이브리드전(복합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민 선임연구위원도 “한국 총선을 앞두고 한국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부각하고 선거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을 취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며 ”지상, 공중, 해상에서의 재래식 무기를 사용한 직접적 군사 도발보다는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행동으로 옮기는 순차적 복구 행위 및 지상·공중·해상에서의 군사 활동량을 증가시키며 긴장을 조성하고 압박하는 양상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한미(일) 훈련기간을 명분으로 전술핵무기를 보유했다는 비대칭성을 과시하는 지상, 해상에서의 미사일 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도발 방식을 두고 “주체와 원점이 불분명하고 한국군의 대응이 어려운 복합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전망했다.

다른 전문가의 분석도 대동소이하다.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국방부 차관을 지낸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 회장은 ‘신동아’ 12월호 기명 칼럼에서 “북한은 내년 2~3월 ‘윤석열 정부 식물화’를 노린 대남 도발을 감행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백승주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 발발한 ‘천안함 폭침 사건’을 대남 도발의 성공 사례로 꼽으며 “북한은 과거 선거 관련 대남 도발 사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다. 성공 사례인 천안함 폭침을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이어 “북측이 총선을 앞두고 도발한다면 국민들은 이를 선거 개입 목적 도발로 인식해야 한다.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초당적 정국이 만들어져야 한다. 도발을 간과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평화를 얻을 수 없다. 도발을 선거 국면에 이용하겠다는 생각을 여당이든, 야당이든 버려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고 주문했다.

안보 기관 관계자는 “조선노동당 통일선전부장 출신으로 대남 공작 전문인 김영철이 지난 6월, 통일전선부 고문으로 재기용된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면서 “북한은 내년 1월 대만 대선‧총선, 4월 한국 총선, 11월 미국 대선 등 주변국의 주요 정치 일정을 고려하여 군사 도발, 사이버 공격 등 회색지대 전술을 적극 활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