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3대 지수 2% 하락…상하이지수 2800선 재붕괴

정향매
2024년 01월 23일 오후 9:25 업데이트: 2024년 01월 23일 오후 11:10

리창 총리, 시장·투자자 신뢰 회복 ‘급한 불’ 끄기

22일 중국증시 3대 지수 상하이지수(SSE)·선전성분지수(SZSE)·창업판지수가 모두 2% 이상의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상하이지수(SSE)는 지난 18일에 이어 다시 2800선 이하로 떨어졌다. 2735.37로 장을 마감하면서 4년 만의 최저치를 경신했다. 낙폭은 2.68%로 2022년 4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선전성분지수(SZSE)와 창업판지수도 각각 3.50%, 2.83% 하락했다.

상하이·선전증시의 거래 총액은 7941억 위안(약 148조 원)이었는데, 이 중 554억 위안(10조 원) 이상이 순유출 금액이었다. 두 증시에 상장된 주식 중 주가가 오른 주식은 147종목뿐이었다. 5184종목은 주가가 하락했고, 이 가운데 105종목은 10% 이상 폭락해 거래가 정지됐다.

한국은 하루 주가 변동 폭을 상하 30%로 제한한다. 이와 달리, 중국은 A주(내국인 투자자 대상 주식)의 하루 변동 폭을 상하 10%로 제한하는 장팅(漲停·상한가 거래 중지), 데팅(跌停·하한가 거래 중지) 제도를 두고 있다.

이 속에서 CSI300 ETF(상장지수펀드) 4종목의 거래 대금은 강세를 보였다. CSI300 지수는 상하이·선전증시에 상장된 A주 중 우량주 300개로 구성된 중국 증시 지수다.

중국에서 시가총액 1~300위인 기업의 주식으로 구성됐다. CSI300에 포함된 다수 주식은 국유기업의 주식이기 때문에 CSI300 ETF는 주식시장에서 ‘국가대표’라고 불린다.

이날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난 ‘국가대표’는 화타이바이루이(華泰柏瑞)·이팡다(易方達)·화샤(華夏)·嘉實(쟈스)의 CSI300 ETF였다. 거래 규모는 각각 151억3100만 위안(약 2조8147억 원), 91억2100만 위안(약 1조6967억 원), 67억4100만 위안(약 1조2542억 원), 66억8200만 위안(약 1조2432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4종목의 거래 총액은 377억3700만 위안(약 7조 210억 원)에 달했다. 국유 기업들이 증시 하락세를 멈추기 위해 자금을 투입해 자사 주식을 매입하는 행위로 풀이된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상에서 28만 명 이상 팔로워를 보유한 금융·경제 계정 ‘바오수(包叔)’의 관리자는 엑스(X·옛 트위터)에서 “증시를 보호하기 위해 오늘 국가대표팀은 지난 18일보다 더 강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성과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런 접근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장 마감 전 주식 매입세가 약해지자 시장은 다시 무너졌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홍콩 증시는 15000선이 무너졌다. 홍콩 항셍지수(HSI)는 전날 대비 347.51 하락한 14961.68로 장을 마감하며 2022년 10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낙폭은 2.27%이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 편집장이었던 후시진(胡錫進)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하루 만에 일어난 주식 투자 손실이 처음으로 1만 위안(186만 원) 이상을 기록했다”며 “지금까지 증시에서 7만 위안(약 1300만 원)을 손해봤다”고 밝혔다.

그는 “증시가 하락세를 이어가다 보니 어떤 글을 게시해도 주식 관련 댓글만 달린다. 이번 주가 폭락이 투자자들에게 준 충격을 엿볼 수 있다”며 “이번 사태는 금융시장을 넘어 경제 회복과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금융 위기를 예방하고 사회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중국 화안(華安)증권은 “작년 12월 소비자 지출 규모를 비롯한 다수 경제 데이터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함에 따라 금융시장 비관론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달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의 규모를 증액했지만 금리를 내리거나 지급준비금을 감소하지는 않았다. 이는 실물 경제의 수요 부진을 반영하고 있으며 시장 비관론을 강화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해외 시장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회복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달러 강세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금융시장은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화안증권의 설명이다.

22일 증시 마감 후, 국무원 회의에서 금융시장 상황을 보고받은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금융시장의 안정적인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도를 안정시킬 수 있는 더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시사 평론가 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차이선쿤(蔡慎坤)은 “리창의 지시는 위기에 처한 중국·홍콩 증시를 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중국·홍콩 증시의 하락세는 증시에 대한 시진핑의 인식과 규정과 관련이 있다.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가 출판한 시진핑사상 교육 자료에 의하면 시진핑은 ‘금융시장을 통해 창출한 투자·투기성 수익의 과도한 증가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앞으로 시행할 수익 분배 제도 개혁의 주요 업무로 보인다. 중국·홍콩 증시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모든 투자 수익을 빼앗기고 말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