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틱톡으로 美서 ‘반이스라엘 콘텐츠’ 유포…인지전 총력

제니 리(Jenny Li)
2023년 11월 21일 오후 7:51 업데이트: 2023년 11월 21일 오후 8:08

이스라엘 방위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소탕하기 위해 가자지구에서 공세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권이 틱톡을 통해 미국에서 반(反)이스라엘 선전을 퍼뜨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틱톡은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틱톡의 보안 위협 문제가 제기되자 2022년 1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모든 연방정부 소유의 기기에서 틱톡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부 소유 기기에서의 틱톡 금지법’에 서명했다.

올해 초 미국 CNN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전체 주(州)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정부 소유 기기에서 틱톡 사용을 부분적으로 또는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이 틱톡을 이용해 반이스라엘 및 친(親)팔레스타인 콘텐츠를 유포하고 있는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동시에 중동에서의 미국 영향력을 약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지난 7일 조쉬 홀리 미 상원의원(공화당·미주리주)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틱톡을 포함한 중국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모든 앱을 미국 내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홀리 의원은 “특히 틱톡은 미국 청소년의 세계관, 가치관, 인식 등을 근본적으로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 “18세에서 24세 사이 미국 청소년의 51%가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살상이 ‘정당하다’고 믿는다는 최근 여론조사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공산당과 틱톡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 3월 미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틱톡은 중국 정권의 통제하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 정권은 틱톡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조작함으로써 선전을 퍼뜨리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틱톡이 미국 사회를 분열시켜 분란을 조장하는 데 쓰일 위험이 있다”고 단언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당·플로리다주)은 청문회에서 “중국인이 더우인(틱톡의 중국 버전)에서 보는 콘텐츠와 미국인이 틱톡에서 보는 콘텐츠는 완전히 다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더우인에는 교육적이고 건설적인 콘텐츠가 주를 이루는 반면에, 미국 틱톡에는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가 넘쳐난다”고 덧붙였다.

더우인과 틱톡은 모두 바이트댄스가 운영하고 있으며, 두 앱의 인터페이스와 기능은 동일하다. 단, 더우인은 오직 중국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2023년 10월 20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베에리 키부츠를 공격한 이후 이 지역에서 피에 얼룩진 어린이 침대가 발견됐다. | Dima Vazinovich/Middle East Images/AFP via Getty Images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상반된 견해

지난 10월 20일 발표된 미국 하버드캡스-해리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18~24세 응답자의 51%가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살상은 정당하다”고 답했다.

그 반면에 다른 연령대에서 동일하게 답한 비율은 24%에 그쳤다. 이 여론조사는 10월 18일부터 19일까지 2일간 미국의 등록 유권자 211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실시됐다.

이와 관련해 홀리 의원은 “젊은층과 중장년층 간의 견해 차이는 틱톡으로 인한 것일 수 있다”며 “틱톡에서 반이스라엘, 친팔레스타인 콘텐츠가 늘어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공산당은 미국인을 선전·선동하는 데 틱톡을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입장

틱톡의 반이스라엘 편향성은 중국 관영매체의 논조와 일치한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중국 정권의 이스라엘 비판과 하마스 지지를 선전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0월 15일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대응은 정당방위의 범위를 넘어섰다”며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중국의 민족주의자이자 푸단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인 션이는 “이스라엘의 대응은 나치의 침략 행위와 맞먹는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 웨이보에서 29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한 중국 인플루언서는 “하마스를 테러 조직이 아닌 ‘저항 조직’으로 부르겠다”고 말했다.

중국 소셜미디어는 중국공산당에 의해 엄격하게 통제되고 검열되므로, 이런 발언이나 콘텐츠 등에는 중국 정권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미국·이스라엘의 적을 결집하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미국은 항공모함을 급파하는 등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데 군사력을 동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이란, 시리아와의 동맹을 공고히 하고 있다. 미국 및 이스라엘의 주요 적국인 이란은 하마스의 군사 행동을 부추기고 있다. 또 시리아는 하마스를 ‘저항 조직’이라고 칭하는 동시에 이스라엘의 대응을 비난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유대인 국가안보연구소’의 가브리엘 노로냐 연구원은 “지난해 중국이 이란으로부터 약 300억 달러 상당의 원유를 구매함으로써 이란에 ‘경제적 생명줄’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2023년에는 중국이 더 많은 양의 이란산 원유를 구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 당시 반정부 시위 강경 진압, 잔혹 행위 등을 저질러 ‘시리아 학살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이후 시리아는 아랍연맹에서 퇴출됐고, 아랍 국가들로부터 관계를 단절당했다.

그런데 중국은 지난 9월 아사드 대통령을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초청했다.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과 시리아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을 공동으로 선언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이런 행보는 미국에 맞서 중동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