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온라인에 퍼진 은어 “차 마신다”…당국이 공개 언급한 이유

제인 타오
2024년 02월 14일 오후 6:34 업데이트: 2024년 02월 14일 오후 6:58
“차 마시자고 초청받았다(被請喝茶).”

이는 중국 온라인에 퍼진 은어로, 국가기관에 불려가 심문이나 조사를 받는 것을 뜻한다.

최근 중국 국가안전부가 이 은어를 활용해 자국민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소셜미디어 위챗의 공식 계정에 “국가기관이 당신에게 ‘차를 마시자’며 부르지 않도록 행동하라”는 글을 올린 것이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지난달 31일 위챗 계정을 통해 “다음과 같은 종류의 ‘차’를 국가기관과 마시지 않도록 하라”고 알렸다.

해당 게시물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위 ▲간첩 활동을 하거나 이를 지원하는 행위 ▲간첩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행위 ▲국가 기밀을 누설하는 행위 ▲국가 기밀을 불법적으로 취득하는 행위 ▲기타 국가안보를 해칠 수 있는 행위 등을 언급하며 이를 저지를 경우 국가기관과 차를 마시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행위에 관여한 자들은 국가기관의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중국 본토에서 활동하는 변호사인 밍정(가명)은 지난 3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국민의 사상(思想)을 제한하고 자유와 인권을 훼손하는 잠재적 침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안전부가 언급한 차, 즉 ‘금지 사항’은 임의로 해석될 여지가 많아 권력 남용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광범위하고 모호한 표현이 모든 중국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공산당은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부터 지난해 시행된 반간첩법 개정안, 최근에 ‘차 경고’로 제시한 금지 행위 항목에 이르기까지 자국민에 대한 통제와 탄압을 점점 더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정권의 위기 의식을 반영한 것”이라며 “그들은 중국의 경기 침체로 인한 대중의 불만, 분노 등을 무엇보다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갈 물리기

중국 국가안전부는 지난해 11월 “중국 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 분석을 내놓는 자들을 강력히 처벌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중국의 금융 안정성을 위협하는 존재는 다양하다. 중국의 경기 침체나 경제 위기를 예측하는 자, 중국에서 해외로 자금을 빼돌리거나 이에 관여해 중간이득을 취하는 자 등이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흔들고 중국 금융 분야의 혼란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 이런 ‘금융 범죄’를 법률에 따라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직후 중국 경제 상황에 대해 분석한 일부 학자들의 글이 삭제되거나 소셜미디어 계정이 제한되는 일이 잇따라 벌어졌다.

실제로 중국정법대학 자본금융연구소의 류지펑 소장은 같은 달 열린 한 경제 콘퍼런스에서 “한 개인이나 집단에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은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에서는 부(富)의 분배 공정성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소셜미디어 계정이 차단됐다. 그해 12월 7일에는 갑작스럽게 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검열 강화

반간첩법 개정안 시행 이후 간첩의 정의가 확대됨에 따라 중국 당국은 외국 기업에 대한 검열과 조사를 강화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여론조사업체 갤럽은 중국 당국의 검열 강화,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을 이유로 중국에서 철수했다.

앞서 갤럽은 중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호감도가 하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글로벌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그러자 중국 관영매체들은 “갤럽은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하고 미국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당국은 그해 3월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의 베이징 사무소를 기습 단속했다. 4월에는 미국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의 상하이 사무소를 조사했고, 5월에는 미국 컨설팅업체 갭비전 파트너의 중국 사무소 여러 곳을 압수수색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시사평론가 탕징위안은 “중국 국가안전부가 언급한 ‘차’는 자국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조치”라며 “이를 통해 국가안보 및 국가 기밀의 정의를 극적으로 확장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경제를 되살릴 수 없다고 판단해 사회 안정과 치안 유지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를 언급하며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 것도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시 주석은 이미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 중국 경제 상황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