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안정유지비, 국방예산 넘어섰다…공안 최대임무는 폭동 진압

강우찬
2023년 10월 30일 오후 12:32 업데이트: 2023년 10월 30일 오후 12:32

2019~2020년 2년 연속 국방비 초과
외적 막는 것보다 자국민 진압에 더 주력

시진핑이 2021년 집권 직후부터 실시한 반부패 운동의 배경에는 중국의 각종 사회문제는 ‘소수의 부패 관리만 잡아내면 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 뒤에는 중국 공산당(중공)의 독재정치 시스템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는 실상이 가리워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시스템은 이상이 없고 관리들의 일탈이 문제라는 일종의 정치 선전이다.

하지만 이러한 ‘무관용 원칙’은 이제 관리들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를 중국에서는 ‘안정이 모든 것을 압도한다’는 말로 표현된다.

지난 2020년 중국의 ‘공공안전 지출’은 1조4127억 위안(약 260조원)으로 같은 해 국방비 1조2911억 위안(약 238조원)보다 많았다.

2019년에도 1조3778억 위안(254조원)으로 역시 같은 해 국방비(약 223조원)보다 많았다.

공공안전 지출은 무장경찰 운영비를 포함하며, 중국에서는 이른바 안정유지비로 불린다. 외적의 칩입에 대비하는 것보다 내부의 ‘안정’을 유지하는 일에 더 많은 돈을 쏟아붓는 실정이다.

중공이 말하는 안정은 중국인들이 정권의 통제를 잘 따르도록 하는 것을 가리킨다. 코로나19 기간에 시행됐던 ‘제로 코로나’ 역시 큰 의미에서 본다면 안정 유지다. 실제로 2020년 안정유지비 상당 부분은 제로 코로나 운영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안정유지비는 2021년과 2022년 각각 1890억 위안, 1896억 위안으로 급감하며 10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중국 당국은 이와 관련해 별도의 설명을 내놓진 않았으나 2022년 말 제로 코로나 해지 전까지, 중국인들의 전반적인 활동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는 여전히 거액의 안정유지비가 들어갔으나 ‘외신의 눈치’를 살펴서 축소 보고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20년 일본과 대만 언론들은 국방비를 넘어선 중공의 안정유지비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중공을 비난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안정유지비는 주로 중국인들의 항의 시위를 막는 데 투입된다. 중공은 “공공안전을 위한 비용”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사례를 들여다보면 정권을 보호하고 대중을 억누르는 비용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작년 4월 허난성과 안후이성에서는 4개 마을은행 경영권을 확보한 세력이 고금리를 미끼로 전국에서 예금을 끌어모은 후 허위 대출 등의 수법으로 돈을 빼돌려 2천 명 이상의 예금주에게 총 400억 위안(약 7조3천억원)의 피해를 끼친 바 있다.

이 사건은 은행 임직원뿐만 아니라 지방당국 고위 관리가 결탁한 정황이 포착됐지만, 정작 당국의 안정유지비는 사기 피해에 항의하는 예금주들의 시위를 진압하는 데 사용됐다.

사기 발생 소식을 듣고 불안감을 느낀 예금주들은 은행에 찾아가 자신의 예금을 인출하려 했으나, 자택을 나서고 얼마 못 가 자신의 스마트폰 건강코드 앱에 ‘적색 경보’가 울려 발이 묶이고 말았다.

건강코드 앱은 중공 보건당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과 함께 도입한 스마트폰 앱으로, 모든 중국인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사용자의 건강 상황과 전염병 감염 여부를 인식해 녹색(이동 가능), 황색(공공장소·대중교통 제한), 적색(이동 불가)을 표시한다.

당시 피해자들은 은행 측이 예금주의 신원과 위치를 파악해 특정 그룹만 지목해서 건강코드 적색을 발령하는 일은 지방정부 고위 관리가 개입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의혹을 제기했으나, 추후 일부 중간급 실무자만 징계를 받고 사건은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또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인구 2500만 명 대도시 상하이에서 시행된 2개월에 걸친 봉쇄조치에 들어간 비용 역시 ‘안정유지비’에서 충당됐다.

대만의 중화전략예측연구학회 왕신리(王信力) 연구원은 “이른바 (중공의) 안정 유지에는 막대한 인적, 물적 자원이 필요하다”고 RFA에 말했다.

왕 연구원은”폭동 진압 장비, 진압 차량, 진압복, 방패, 감시 시스템 등 그 목적이 범죄 예방이든 반체제 인사 억제이든 마찬가지다. 지난 수년간 중공은 거리 곳곳에 온갖 고가의 감시장비를 설치해왔다. 무장경찰과 공안요원도 대규모로 유지한다. 모두 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철저한 치안 시스템은 중국 사회를 믿지 못하는 중공의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대중교통인 지하철 하나만 이용하려 해도 엑스레이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며 “중공은 어떤 종류의 바람만 불어도 넘어질 수 있기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두려워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