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째 돈 묶여…中 정저우서 또 예금지급 중단 항의시위

강우찬
2023년 04월 5일 오후 2:33 업데이트: 2023년 04월 5일 오후 2:33

중국 허난성의 지역은행 예금주 수백 명이 예금 지급 정지에 항의하며 2일 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대규모 시위 이후 5개월 만이다.

이날 예금주들은 정저우시 인민은행 신정저우지점 앞과 인근 육교 위에 “우리 예금주들을 살려달라”, “은행은 우리 예금을 돌려달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거나 흰 종이를 들고 항의했다.

한 예금주는 “내 예금을 인출할 수 없게 된 지 11개월이 지났다”며 “인터넷 뱅킹에 잔액은 제대로 표시되지만 돈은 한 푼도 인출할 수 없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이 문제가 해결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11월 허난성 성도인 정저우시 인민은행 앞에는 허난성과 안후이성 등 주변 지역에서 찾아온 지역은행 예금주 수천 명이 모여 예금 지급을 요구하며 항의했다.

이들의 목소리가 더욱 격렬했던 것은 이미 6개월 이상 예금이 동결된 사람도 있을 정도로 예금 지급 중단이 길어졌기 때문이었다.

허난성과 안후이성의 지역은행들은 지난해 4월 중순 갑자기 예금 지급을 중단했다. 이들 은행은 연 4.1~4.9%의 높은 이자를 제시하며 각지에서 예금주를 모집한 상태였다.

불안감을 느낀 예금주들이 온라인으로 예금 인출을 시도했으나 불가능했고, 은행 지점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은행은 창구 앞에 긴 줄을 세우며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지급을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관계자 연루 의혹도 불거졌다. 일부 예금주들의 건강코드가 아무런 이유 없이 격리 상태인 ‘적색’으로 변경돼, 외출이 저지됐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가 개입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통제 방식에 더 큰 반발이 일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이 사건을 조사한 허난성 당국과 공안은 은행 지분을 확보한 범죄 조직이 은행 임원들과 짜고 자금을 빼돌렸다며 관련 용의자를 체포하고 자산을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피해 예금주는 약 40만 명, 피해액은 약 400억 위안(약 7조6천억원)의 천문학적 규모로 추산되지만,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간 예금주들은 정저우시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시위를 이어왔으나, 당국은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체포하거나 시위를 방해하는 등 가차 없는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관련 내용을 폭로하는 글이나 영상, 사진도 중국 온라인에서 지속적으로 검열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 배후에 공산당 고위 간부가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예금주들의 불안감과 고통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