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진핑 관련 ‘유언비어’ 난무…習 ‘퇴진설’의 진실

Li Muyang
2018년 7월 19일 업데이트: 2019년 10월 23일

16일 ‘미국의 소리(VOA)’는 “미중 간 무역 전쟁이 한창인 이때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앞당겨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19일부터 해외 방문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발표하며 두 매체의 보도가 엇갈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처럼 최근 며칠 사이에 발생한 언론 매체들의 이상 현상이 많은 이들의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5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报)’의 1면에서 또다시 시 주석의 이름이 사라졌다. 이는 지난 9일과 12일에 이어 세 번째로 발생한 사태이며 또한 재임 5년 동안 세 번째이기도 하다. 앞선 두 번의 경우를 모두 우연으로 치더라도, 일주일에 세 번이나 시 주석의 이름이 게재되지 않은 현상은 사뭇 심상치 않다.

이와 더불어 베이징 내부에서는 달갑지 않은 소문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중난하이(中南海) 내부의 상황은 아직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최근 들어 좌편향 추세를 보이는 베이징 당국이 국내외의 반감을 사고 있다” “이로 인해 내우외환의 각종 위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중앙방송(CCTV)의 7시 뉴스 프로그램 ‘신원롄보(新聞聯播)’에서도 심각한 방송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2일 방송 도중, 검은 옷을 입은 인물이 갑자기 화면에 나타나 앵커에게 원고를 전달한 것. 원고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원고 전달 이후부터 예전과 달리 시진핑 주석을 언급할 때 ‘주석’의 호칭을 배제한 채 직접 이름을 불렀다.

지난 11일 관영 매체 ‘신화망(新華網)’은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인 ‘학습시보(學習時報)’의 과거 기사를 다시 꺼내들며 ‘개인숭배’에 대해 비판했다. 과거 국가주석이던 화궈펑(华国锋)이 당시 ‘개인 우상화’를 명목으로 고발당했고, 정치국 회의에서 잘못을 인정하며 사죄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이 일은 화궈펑이 퇴진하게 된 배경 중 하나인데, 이와 관련해 SNS에서는 베이징의 현 상황에 관한 각종 추측과 소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는 “일부 공산당 원로들이 시진핑 주석의 우상화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화궈펑 전 주석의 일화를 다시 세간에 공개하고, 이후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시진핑 주석이 화궈펑의 경우처럼 물러나게 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에서는 ‘1번은 휴식하고, 대해(大海)가 이끈다’는 내용의 글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 공영방송 ‘RFI’는 “‘1번’은 시진핑 국가주석을, ‘대해’는 왕양(汪洋)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왕양 주석은 현재 당 내부에서 개혁 의지와 외교 경험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이미지가 좋은 편이라고 전해진다.

원로들의 반발에 대해 ‘RFI’는 “언론이 시진핑 주석을 지나치게 띄우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산시(陕西)성 사회과학원에서 시진핑 사상을 연구하기 위해 기획한 ‘량자허(梁家河) 대학문’ 연구 프로젝트는 시진핑 주석에 대한 개인숭배를 절정으로 끌어올렸다는 소식이다. 량자허 프로젝트는 현재 긴급 중단된 상태이며, 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최근 인민일보는 ‘아부 문체’ ‘과장되고 거만하다’는 표현을 섞어가며 과거와는 다른 논조의 비판적인 기사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VOA’는 “인민일보는 공산당의 기관지로 지금까지 이 방면에서 두드러지게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1면 톱기사의 헤드라인에는 예외 없이 시 주석의 이름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지방에서도 이에 적극 호응했는데 창춘(長春)에서는 ‘시 주석 어록’을 표기한 지하철 객차가 등장하기도 했으며, ‘19대 정신’과 시 주석의 역대 발언을 객차 안에 붙여놓기도 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의 헤드라인에서 시진핑 주석의 이름이 일주일에 세 번이나 사라져 이목을 끌고 있다. 사진은 인민일보 7월 9일 1면이다. | 인터넷 캡쳐

또한 지난 6일,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첫날, ‘인민일보’ 1면에는 미중 무역전쟁 관련 소식이 실리지 않았다. 이에 앞서 중국 관영 매체들은 시 주석이 서양 여러 기업의 주요 인물들을 만날 때 발언한 내용을 보도하며 “미국의 관세 제재에 대해 보복에 나설 것이며 ‘이에는 이’로 맞설 것”이라는 소식을 내보낸 바 있다.

중국의 선전 방식을 파악하고 있는 인물들은 공산당의 대변인인 ‘인민일보’와 ‘CCTV’가 잇달아 이런 현상을 보인 것을 심상치 않은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VOA’는 “중국 내외의 분석가들은 당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지 파악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RFI’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연이어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고위층 내부의 상황이 매우 혼란스럽고 심각하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산당 내부에서 쿠데타는 줄곧 존재해 왔지만, 최고 권력을 쥐고 있는 시진핑 주석에게 퇴진을 강요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학자 장룬(張倫)은 “시진핑 주석에게 퇴진을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내부 인사들이 극심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장룬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혼란에 대해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현상은 고위층 내부에 매우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 언론 매체들이 시진핑 주석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현상은 시 주석이 여전히 국면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정치 개혁을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는 뉴스가 포털 사이트를 통해 확산됐다.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은 “정치를 명확하게 논하고” “당의 권위를 수호하며” “자각적으로 중앙과의 일치를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난 13일, 시진핑 주석은 인민대회당에서 대만 국민당의 롄잔(連戰) 전(前) 주석과 만남을 가졌다. ‘VOA’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이날 처음으로 양국 관계에 대해 긴 연설을 발표하고, ‘평화통일’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주창했다. 해당 연설에서 시 주석은 ‘정확한 방향’과 ‘정확한 길’이라는 표현을 각각 세 번씩이나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시진핑 주석이 19일부터 24일까지 아랍에미리트, 세네갈, 르완다와 남아공을 국빈 방문하며, 귀국길에 모리셔스를 우호 방문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시사평론가 저우샤오후이(周曉輝)는 “이러한 일련의 보도를 통해 시진핑 측이 다시 언론을 장악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진핑 측은 보도를 통해 ‘흔들림 없이 건재하다는’ 사실을 외부에 암시함으로써 혼란을 조성하는 자들에게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사평론가 샤샤오창(夏小強)은 “SNS상에서 나돌고 있는 소식들과 언론의 기이한 행태는 모두 공산당 내부 투쟁을 의미하며, 지도부는 정치적 수요에 따라 종종 의도적으로 정보를 방출해 자신의 정적에게 타격을 입힌다”면서 “시진핑 주석은 지난 5년 동안 진행해온 반부패 투쟁을 통해 관료계를 뒤흔들었고, 공산당 내부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이익 집단을 건드렸다. 시진핑 주석의 권력은 과거보다 커졌지만, 이익 집단들은 하나같이 그를 주시하고 있으며 재기의 손을 쓰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샤샤오창은 “현재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고, 시진핑 주석은 적대 세력에게 반기를 들 수 있는 빌미를 주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공산당 체제로 인해 조성된 것이며, 공산당 내 일부 인사들에 의해 계획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 중국 지도부가 매년 여름 피서를 겸해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진행하는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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