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비밀경찰서로 전 세계 중국인 통제·납치 시도” 인권단체 폭로

얀 예켈렉(Jan Jekielek)
2023년 10월 19일 오후 5:29 업데이트: 2023년 10월 19일 오후 7:31

스페인 마드리드에 본부를 둔 비영리 인권단체가 전 세계 최소 53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중국 비밀경찰서’의 실태를 폭로했다.

최근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의 관계자인 로라 하스는 영문 에포크TV ‘미국의 사상 리더들(ATL·American Thought Leaders)’에 출연해 “중국공산당은 해외에 있는 중국 시민들을 볼모로 잡아, 그들의 지역사회 리더들이 중국공산당에 협조하거나 관여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지역사회 리더들은 어쩔 수 없이 중국공산당에 협조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범죄에 연루되거나 법적 처벌을 받을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해외 53개국에서 100곳 이상의 비밀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하스는 “비밀경찰서는 중국 공안당국이 전 세계의 통일전선 연계 단체들과 협력해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통일전선공작부는 해외에서 진행되는 중국공산당의 영향력 작전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하스에 따르면 비밀경찰서는 여권 또는 운전면허증 갱신 등의 영사 및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위장해 운영되며, 개인 주택이나 일반 사무실 건물 등에 설치되기도 한다. 이는 1963년 채택돼 이듬해 발효된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하스는 비판했다.

아울러 그녀는 “중국공산당은 해외에서 비밀경찰서를 운영함으로써 그곳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을 감시하고, 개인정보 등 수많은 데이터에 불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비밀경찰서는 중국 공안당국의 ‘끄나풀’ 역할을 수행한다. 비밀경찰서에서 담당한다고 알려진 운전면허증 갱신 등의 간단한 업무조차 공안당국의 승인을 통해 이뤄진다.

이에 대해 하스는 “해외에 거주하는 모든 중국인들이 중국 정권에 순응하고, 복종하며, 법적인 절차나 규정에 따르도록 만드는 과정”이라며 “이것이 전 세계 중국인들을 통제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중국 공안당국은 비밀경찰서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해외에 있는 반체제 인사, 비판적인 이들의 목소리를 잠재우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비밀경찰서로 지목된 미국 뉴욕 차이나타운의 건물 외관 | 연합뉴스

재갈 물리기

하스는 “중국공산당이 통치하는 권위주의 체제 아래에서는 자유로운 시민, 정의로운 사회 등의 이상적인 개념을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공산당은 그들의 통제를 벗어난 모든 형태의 시민 사회를 제거하거나, 박해하고 구금하며, 폭력으로 짓밟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비밀경찰서 운영은 그런 탄압 행위의 연장선”이라며 “해외에 있는 시민 사회까지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스는 “중국의 통일전선공작은 단순히 대중에 영향을 미치거나 선전, 이데올로기, 내러티브 등을 전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중국 정권에 대한 비판자들을 침묵하도록 만들고, 그들의 내부 분열을 유도하는 게 진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비밀경찰서들은 ‘귀국 설득 작전’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설득’이라는 명목으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반체제 인사들을 협박해 귀국할 것을 강요하는 작전이다.

이런 작전은 특히 위구르족과 같은 종교적 소수 민족이 중국 신장 지역에서 벌어지는 강제 노동, 인권 침해 등의 실태를 고발하는 것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으로 펼쳐진다.

하스는 “중국 정권의 표적이 된 사람들에 대한 인권 및 자유 침해가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한 “표적이 된 사람을 괴롭히거나 협박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중국에 있는 그의 가족들을 압박해 해외에서 활동을 중단하고 귀국하도록 종용하기까지 한다”고 부연했다.

지난 4월,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뉴욕에서 비밀경찰서를 운영한 혐의로 남성 2명을 체포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추적하고 침묵하도록 하기 위한 요원으로 밝혀졌다.

하스는 비밀경찰서 요원들이 해외에서 벌이는 작전의 궁극적인 목적을 ‘심리적 감옥 만들기’로 보고 있다.

그녀는 “이런 작전과 활동을 해외에 거주하는 다른 중국인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그들이 보복을 두려워하고 중국 정권에 순응하게끔 보이지 않는 감옥을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중국 당국의 경고에도 계속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해외 거주 중국인들이 납치를 당해 중국 본토로 강제 송환되는 사건도 종종 발생한다”며 중국공산당의 행태를 비판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