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유은행 어음부도율 급증, “금융위기 전조” 분석 제기

차이나뉴스팀
2023년 09월 13일 오후 6:05 업데이트: 2023년 09월 13일 오후 6:05

중국 A주 상장은행의 8월 31일 자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의 은행 순이자마진(NIM)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지난 7월 중국 금융기관이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고 인수한 상업어음의 부도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은행 신뢰도도 전례 없이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금융위기가 닥칠 징후로 보고 있다.

상하이어음거래소가 발표한 올해 7월 상업어음 부도 데이터에 따르면, 7월 31일 기준 부도를 낸 상업어음 인수인(은행)은 총 2851곳이다. 이는 1월의 1554곳보다 약 80% 증가한 수치다. 부도를 낸 인수인 가운데 271곳은 국유은행 지점과 지방의 도시 상업은행 및 농촌 상업은행 지점이다. 한 달 새 부도 건수가 6월의 33건보다 239건, 전월보다 356% 늘었다. 중국 은행들의 이 부도는 은행이 인수한 어음을 만기일까지 보유하지 않고 유통 시장에 매각한 후, 지급 기일까지 상환하지 못해 발생하는 부도다.

어음 부도를 낸 271개 은행 지점 중 167곳은 중국공상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 우정저축은행 등 5대 국유은행이다. 나머지 104곳은 대부분 도시 상업은행과 농촌 상업은행 지점이고, 그 외 몇몇 주식제 상업은행과 외자은행 지점도  포함됐다.

중국 국유은행은 중국 재정부와 정부투자기관인 중앙후이진(中央匯金)이 직접 통제하고 있어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금융자본력을 갖췄다. 상업어음 부도 데이터 따르면, 공상은행·농업은행·중국은행·건설은행 등 중국의 가장 오래된 4대 은행이 모두 ‘지급 기일을 넘긴 인수인’ 명단에 올랐다.

인수인의 어음 부도는 어음에 명시된 금액을 지급 기일 내에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상하이어음거래소가 발표한 ‘연체 인수인’은 어음 연체가 3회 이상 발생하고 월말에 연체 잔액이 있거나 월중에 어음 연체 행위가 발생한 인수인을 말한다.

상하이어음거래소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설립한 어음거래소로, 상업어음 부도 데이터를 매월 1회 발표한다.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의 부실률을 매월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상하이어음거래소의 부도 데이터는 신용 위험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상하이어음거래소는 지난 1월부터 은행의 어음인수 상황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올해 상업어음의 결제 기한은 대부분 6개월이다. 7월 이전에 상하이어음거래소가 발표한 연체 어음 수량은 매우 적었다. 7월 이후 271개 은행에서 상업어음 부도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은 중국의 신용 위험이 부동산, 투융자 플랫폼에서 은행 시스템으로 확산됐음을 시사한다.

중국계 경제분석가 ‘라오만(老蠻)’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은행 시스템의 금리차가 너무 낮아 지방채와 부동산 침체로 인한 손실을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제 결과가 실질적으로 나타났다”며 “은행의 상업어음마저도 부도가 날 수 있다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명심할 점은 이 모든 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 은행, 수익난으로 ‘위기상황’ 진입

순이자마진은 은행의 생명줄로 간주되며 순이자마진이 높을수록 순이자소득이 높다. 순이자소득은 은행 전체 영업수익의 60~70%를 차지한다. 중국의 은행 순이자마진 축소는 이미 현실화돼 은행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8월 31일, 중국 A주 상장 은행의 중간보고서가 발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중은행 42곳 가운데 20곳의 순이자마진이 1.8% 경계선 밑으로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중국 전체 국유은행의 순이자마진은 평균 1.71%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또 은행의 순이자수익이 경계선 이하로 떨어지는 위기상황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은 은행 어음 부도 건수가 급증하는 상황과 일치한다.

2022년 9월부터 지금까지 중국 본토의 은행들은 기준금리를 5회 연속 인하했다. 올 들어 6월에 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8월 15일 또다시 인하했고 인하 폭도 2020년 이후 최대폭으로 주로 정기예금과 고액예금증서(예금증서)를 겨냥했다. 시중은행을 비롯한 18개 은행은 1일부터 고시금리를 추가로 인하했다.

이렇게 연달아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그만큼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각하고 또 금리를 인하하는데도 소비 진작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 관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를 넘는다.

투자자 “이제 정부 금융기관도 안 믿는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잇달아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에 빠지고 지방 은행이 파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8월 14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중국 최대 규모의 민영 자산관리 그룹인 ‘중즈계(中植系)’ 산하의 국유기업 중룽(中融)신탁이 투자 실패로 3500억 위안(약 64조원)대의 지급 중단 상태에 빠졌다.

이 사태로 15만 명 이상의 투자자와 5000개 기업이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투자자 가운데 300만 위안(약 5억5000만원) 이상을 투자한 투자자만 10만 명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투자·재테크 기업에 대한 신뢰도 무너졌다.

광둥성 선전시 주민 왕씨는 8월 23일 에포크타임스에 중국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토로했다.

“우리는 예금마저도 4대 국유은행에 각각 49만9000위안을 넘지 않도록 나누어 예치한다. 다른 은행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남은 돈은 금괴를 사서 침대 밑에 둔다.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 신용이 붕괴됐다.”

왕씨는 중룽신탁의 재테크 상품에 1100만 위안을 투자했으나, 이번 사태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에 “이제 정부의 어떤 금융기관도 믿지 않을 것이고, 은행 재테크를 포함한 어떤 금융기관의 상품도 사지 않을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라고 했다.

최근 일부 재계 인사들은 한 은행에 50만 위안 이상을 예치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여러 은행에 분산 예치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이 2015년 4월 1일부터 시행한 예금보험법에 따르면, 은행당 예금계좌 원리금에 대해 최고 50만 위안(약 9000만원)을 보장한다. 50만 위안을 넘으면 예금자는 일정한 손실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중국, 금융위기 곧 닥칠 것”

중국에서 노인은 은행 예금의 주역이다. 최근 광둥(廣東)성 등 일부 지방 은행 앞에는 노인들이 돈을 인출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풍경이 연출됐다. 인터넷에서도 “노인들이 은행 이자를 포기하고 돈을 인출한다”는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뤄샹(羅翔) 중국 정법대 교수와 같은 이름의 트위터 계정은 최근 한 노인이 돈을 인출하는 동영상을 리트윗하면서 이런 글을 올렸다.

“공산주의 중국의 주요 은행들에서 노인들에 의해 뱅크런이 발생했다. 은행들이 어르신 대신 자녀가 돈을 인출하는 걸 막고 있다. 예금을 떼먹기 위해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네티즌 ‘허안(He An)’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은행에 맡긴 돈은 아직도 찾지 못했다”는 댓글을 달았다.

중국 당국은 최근 몇 년 동안 금융 규제를 강화하고 현금 인출 금액을 제한하고 있다. 또 은행은 예금주 본인이 신분 증명서를 가지고 직접 은행에 와서 인출하도록 했다.

중국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노인이 사망하자 가족들이 돈을 인출하지 못한 사례, 자녀가 반신불수의 노인을 들것에 싣고 은행에 가서 돈을 인출하는 사례 등이 속출했다. 이러한 생생한 사례들이 노인들의 뱅크런 사태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거주 중인 홍콩 정치·경제 평론가 랴오스밍(廖仕明)은 5일 에포크타임스에 최근 중국 금융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가 금융위기의 전조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뱅크런 사태는 중국 은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모두가 돈을 인출하면 은행은 유동성 위험이 높아지고, 심지어 은행 경영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유은행 270여 곳이 어음 부도를 낸 현상, 노인들이 은행을 불신하고 돈을 인출하는 현상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금융위기가 곧 닥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