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중국이 시장경제 인정 거부한 EU 상대로 낸 소송 소멸”

카타벨라 로버츠(Katabella Roberts)
2020년 06월 20일 오후 6:25 업데이트: 2020년 06월 20일 오후 6:31

중국이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기했던 소송이 최종 소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WTO 사무국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해당 소송이 지난해 14일 중국 측 요청으로 중단된 후 1년간 재개 신청이 들어오지 않아 ‘분쟁에 관한 협정’(DSU) 제12조 12항에 따라 심사위원 구성이 폐지됐다”고 밝혔다(PDF).

중국은 지난 2016년 12월 EU를 상대로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WTO에 제소했었다. 그러나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난해 6월 자발적으로 소송을 중단했다.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 요구는 최근 몇 년간 WTO의 무역분쟁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이슈의 하나였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2017년 미 의회에서 “이 소송은 현재 WTO에서 진행 중인 가장 심각한 안건”이라며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에 대해 나쁜 결정이 내려지면 WTO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쁜 결정이란 시장경제 지위 요건을 갖추지 못한 중국에 지위가 부여되는 결정을 의미한다.

시장경제 지위는 한 국가의 경제활동이 시장경제 특성을 충족시킬 경우, 교역 상대국에 의해 부여된다. 해당 국가의 제품 가격, 환율, 기업의 의사결정 등이 정부 간섭이 아닌 시장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시장경제 지위가 인정되면 관세상 혜택을 받는다. 반덤핑 관세로부터 보호를 받게 된다. 당초 이 개념은 사회주의 국가의 덤핑 공세로부터 국제시장 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했으며 2003년부터 EU에 시장경제 지위 인정을 공식 요청했으나, EU 집행위는 실사 작업을 벌인 뒤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중국은 15년간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고, EU에 수출할 때 제3국 가격에 준하는 덤핑관세를 내야 했다.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진 건 지난 2016년 말부터다. 중국은 가입 시 합의에 따라, 15년의 유예기간 끝나는 2016년 12월부터 자동으로 시장경제 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WTO 심사위원들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중국도 지난해 소송을 중단했다.

미국과 EU는 중국이 불공정한 무역을 벌인다고 지적해왔다. 중국 상품, 특히 철강과 알루미늄과 같은 제품들이 정부의 보조금 지급, 자국 내 공급과잉 등으로 가격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개선되지 않으면 탈퇴하겠다”며 WTO를 강하게 압박했고, 이 문제는 미국에서 강력한 이슈로 부각됐다.

한편, 중국의 소송이 소멸한 이날 EU는 중국의 산업보조금을 중단시키기 위한 조치를 예고하고 27개 회원국 기업들을 중국의 인수로부터 보호하는 정책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