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DI 보고서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균형자론’은 중국 이익에 부합”

최창근
2022년 11월 3일 오전 11:25 업데이트: 2022년 11월 3일 오전 11:25

“나날이 첨예해지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균형자론’을 주장하는 것은 한국 국익을 위한 결정이 아닌 중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이다.”

한 정부출연연구기관 보고서의 결론이다. 해당 연구기관은 미·중 패권경쟁을 ‘제로섬(Zero-sum) 게임’으로 규정하고 한국이 미국을 비롯한 서구 ‘기술 블록’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미국 주도의 디커플링 전략에 동맹국들과 우호국들이 얼마나 참여할지, 또 어떤 수준으로 협력할지가 기술 패권 경쟁의 추이에서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11월 2일 발간한 프리미엄 리포트 ‘미·중 기술 패권 경쟁: 7개 전선(戰線)과 대응 전략’에서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을 둘러싼 선별적 디커플링(targeted decoupling·탈동조화)이다”라고 정의했다.

또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글로벌 밸류 체인(GVC) 재편성: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의 GVC를 자국‧우호국 중심으로 재구축 ▲과학‧기술 인재, 연구개발(R&D) 네트워크 재편성 ▲데이터‧서비스 재편성 ▲경쟁 블록의 자국 기술기업 투자, 인수·합병(M&A) 제한, 자본시장 탈동조화, 수출통제 등을 통하여 지식‧기술 흐름 차단 ▲정보 흐름 관리 기술규범 간 경쟁 ▲기술권역 간 글로벌 시장‧규범 확대 위한 개발도상국 영향력 확보 경쟁 ▲재래식전쟁·사이버전쟁 수행 기술을 둘러싼 경쟁 등 7가지 영역에서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리포트는 상기 기술패권 경쟁 과정에서 이미 미국-유럽-일본 간 배타적 기술권역이 형성되고 있음에 주목했다. 더하여 ‘미국‧서유럽 기술 블록에 참여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균형자론’이나 ‘중견국 간 연대론’은 현실성도 없고 사실상 우리보다는 중국의 이해관계에 부합한다고 결론 내렸다.

주장의 근거로 ‘기술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리포트는 “중국은 첨단 분야에서 레버리지가 취약하기 때문에 시장을 무기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유의미한 연대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중국이 GVC 기술 주요국을 참여시키고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는 점 ▲GVC 재편이 강화될수록 자국 시장을 지렛대로 상대방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도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 ▲중국이 장기적으로 기술 굴기 및 자립적 공급망 구축에 일정 수준 성공할 경우 해외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구축(驅逐)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었다.

리포트는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의 주요 표적으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제시했다. 미국이 공급망 재편을 통하여 중국의 ‘기술 굴기’를 철저하게 봉쇄하고 저지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천인계획’ 등을 통해 과학기술 분야 인재 양성에 나섰지만 미국, 호주, 일본 등 자유세계 동맹국들이 중국 유학생 추방, 비자 발급 제한, 중국 스파이 방지 조치 강화 등으로 맞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포트는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국 이기주의에 입각한 기술 권역 내 경쟁도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국의 대응방안으로 ▲기술 권역 내 경쟁에의 대응: 자본, 인력 유치를 위한 정책 경쟁 ▲기술권역 내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및 신뢰성과 이해관계 조정 매커니즘 정립 ▲정부-기업 간 네트워크, 정책 조율‧소통 체제 정립 ▲협력‧동맹의 다양한 영역, 수준, 구속력, 참여국들을 감안한 선택 ▲타(他) 기술권역으로부터의 상호의존성 무기화 가능성 차단  ▲미국-유럽연합(EU)-일본 간 기술 동맹‧협력 벤치마킹 ▲데이터, 표준 등 기술동맹‧협력 주요 영역 대비 ▲기술 동맹‧협력 외연 확장 등 8가지를 제시했다.

리포트를 작성한 최계영 디지털경제사회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미‧서구 기술권역 안에서 동맹의 딜레마 극복을 위한 국가전략 추진이 한국 정부의 과제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