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국장 “中 스파이 위협, 냉전시절 소련보다 더 심각해”

프랭크 팡
2023년 09월 21일 오후 3:10 업데이트: 2023년 09월 21일 오후 5:45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현재 미국은 냉전 시절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스파이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은 중국공산당”이라며 “미국 정보인력은 중국에 비해 수적으로 크게 열세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7일 레이 국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미국 정보인력 충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수적 열세를 딛고 미국 국민을 지키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며 “이것은 ‘우리 세대의 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레이 국장이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그는 미 하원의원들에게 “중국 해커의 수가 미국 정보요원의 수보다 최소 50배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중국 해킹 프로그램의 규모는 전 세계 모든 국가의 해킹 프로그램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중국공산당은 미국 영토에서 ‘비밀전쟁(Covert War)’을 벌이고 있고, FBI는 이에 대응하며 최전선에서 맞서고 있다. 얼마 전에도 미국 뉴욕에서 비밀경찰서를 운영한 혐의로 두 명이 체포됐고, 국방 관련 정보를 중국 정보당국에 넘기고 그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미 해군 두 명이 체포된 바 있다.

레이 국장은 “그들(중국)은 모든 것을 쫓고 있다”며 “중국 정보당국이 그토록 악랄한 이유는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국을 상대로 대규모의 공격 작전을 펼침으로써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중국의 전략적 목표는 단 한 가지, 미국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미 국방부도 “중국이 전쟁을 통해 미국의 전자, 정보, 물류 시스템을 압도함으로써 미국을 물리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공산당의 위협

레이 국장은 “현재 FBI는 중국 관련 정보 수사를 수천 건 진행하고 있다”며 “중국 측 스파이가 미국의 정보를 빼돌리고, 시스템을 해킹하려고 시도하는 모든 과정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공산당은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통제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초국가적 탄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중국 정권을 비판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이런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중국의 비밀경찰서로 지목된 뉴욕 차이나타운 건물 | 연합뉴스

최근 중국의 인권 침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미국 피겨 스케이팅 선수와 그의 가족이 위협을 받은 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벌어진 일이다.

FBI는 “중국공산당으로부터 협박을 당하거나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면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FBI 보스턴 현장사무소는 “중국은 자국 내에서만 사람들을 억압하지 않는다. 만약 중국 정권의 표적이 된 것 같다면 FBI에 연락하라”고 알렸다.

또 “미국에 거주하는 티베트인, 위구르인, 파룬궁 수련자, 대만과 홍콩의 민주화 지지자, 중국 정권을 비판하는 사람 등이 모두 중국 정권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달 초 찰스 브라운 주니어 미 공군참모총장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군사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우리를 악용하려고 한다”며 공군 장병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브라운 장군은 “중국 인민해방군은 해외 기업과 결탁해 미국의 군사 인재를 ‘채용’이라는 명목으로 빼앗으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해외 기업과 손잡는 것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일방적 무장해제

지난 7일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국제스파이박물관에서 열린 ‘스파이챗(Spy Chat)’ 행사에서 레이 국장은 해외정보감시법(FISA) 702조 연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FISA 702조는 해외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미국 정보요원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정보 수집 및 표적 감시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조항은 5년마다 의회의 재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번 유효기간은 2023년 12월 31일까지다.

레이 국장은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 중국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의회가 FISA 702조를 재승인하지 않는다면, 중국 앞에서 미국만 일방적으로 무장해제하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현재 미국은 인공지능(AI) 개발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지만, 중국 정권이 이에 도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와드와니 AI·첨단기술 센터 소장인 그레고리 앨런도 지난 5월 의회에서 “군사 AI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영원히 보장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미국의 군사 AI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중국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며 “미국은 이를 견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