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생존자 인터뷰…“7시간 집 안전실에 숨어 있었다”

댄 M 버거(Dan M. Berger)
2023년 10월 11일 오후 5:00 업데이트: 2023년 10월 11일 오후 8:32

평온하던 유대교 안식일, 이스라엘 국경 지역 키부츠에 하마스가 순식간에 들이닥쳤다.

지난 7(현지 시간) 무장한 하마스 조직원들이 학살을 벌이는 7시간 동안 아델 레이머(68) 씨는 집 안 안전실(대피소)에서 죽은 듯이 숨어있어야만 했다.

국경과 인접한 이곳 주민들은 공습경보가 울린 순간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단 10초 정도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사람들은 황급히 각자 집 안전실로 달려갔다.

아델 레이머가 이스라엘 니르오즈의 석류나무 숲에서 웃고 있다.|사진=아델 레이머 제공

에포크타임스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레이머 씨는 “(전날인) 6일 유대교 명절을 맞아 딸, 아들 가족과 함께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이튿날인 7일 오전 6시 30분께, 파티의 여운에 젖어 곤히 잠들어 있던 레이머 씨는 공습경보와 로켓포 폭격 소리에 눈을 떴다. 이스라엘 국경 근처 대부분의 가정집에는 안전실이 있고, 레이머 씨 또한 곧바로 자택에 마련해 둔 안전실로 피신했다.

30분쯤 뒤 이스라엘 당국은 테러리스트가 현장에 있다는 알림을 발송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이스라엘 군이 현장에 도착하는 데에는 7시간이 걸렸다.

레이머 씨는 “테러범들이 7시간 동안 날뛰는 내내 우리는 각자 알아서 견뎌야 했다”고 말했다.

어느 순간, 밖에서 아랍어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테러리스트들이 집 안으로 들어섰다. 레이머 씨의 사위는 홀로 안전실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집에 침입한 테러리스트들을 총으로 쏴 사살했다.

지난 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가족이 대피하고 있다.|AP Photo/Tsafrir Abayov/연합뉴스

이날 레이머 씨는 친한 친구 부부를 잃었다. 레이머 씨의 친구 부부는 매일 이른 아침 산책을 즐겼다. 공습경보가 발령되던 오전 6시 30분에도 이들 부부는 바깥에 있었다.

레이머 씨의 친구는 하늘에 뜬 로켓포 사진을 찍어 레이머 씨에게 보냈다. 그것이 마지막 연락이었다. 레이머 씨는 이들 부부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나중에 접했다.

레이머 씨에 따르면, 자택 안전실로 피신한 한 주민은 안전실 문을 닫으려다 문을 뚫은 총알에 맞아 사망했다. 다른 주민과 주민의 자녀 역시 안전실로 대피했으나 테러리스트들에게 끌려 나와 그 자리에서 사살됐다.

지난 8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군인들이 파괴된 이스라엘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Jack Guez/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또 다른 주민들은 납치됐다. 테러범들은 납치한 민간인의 휴대폰을 뺏어 납치 중인 장면을 실시간으로 찍은 다음 휴대폰에 저장된 이들의 가족 연락처로 사진을 전송하며 조롱했다.

레이머 씨 가족을 포함한 키부츠 주민들은 다음 날인 8일 오후 키부츠를 벗어나 다른 도시를 향해 피란길에 올랐다. 레이머 씨는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 불에 탄 시체들을 봤다”고 증언했다.

1975년부터 키부츠에서 살아온 레이머 씨는 그렇게 집을 잃었다. 레이머 씨 가족은 현재 이스라엘 다른 지역의 한 호텔에 머무르고 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