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전쟁과 글로벌 도전 과제

[특집] 중국의 하이브리드 위협과 정치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④

최창근
2024년 01월 26일 오전 11:03 업데이트: 2024년 01월 26일 오후 12:54

공격적 현실주의에 기반하여 팽창주의 전략을 구사하는 중국의 위협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몽(中國夢)’의 감춰진 이면은 ‘중화제국(中華帝國)’ 부활, 중화 패권주의하의 세계질서 재편이라 하겠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을 지배하는 중국공산당이 자신들의 이념과 질서하에 세계를 두고자 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이를 위하여 새로운 전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무력과 비(非)무력, 군사와 민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종전의 ‘전쟁’ 개념으로는 정의할 수 없는 수단, 방법을 총동원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하이브리드전’을 전개하여 ‘개방성’을 특징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약점을 공격하고 나아가 체제 붕괴를 추구합니다. 이 속에서 국내외 중국 문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중국의 하이브리드 위협과 정치전에 대응하여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법을 논의하였습니다.

에포크타임스는 에포크미디어코리아 중국전략연구소와 공동으로 1월 9~11일 한반도선진화재단, 한국세계지역학회,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국제자유네트워크 2024 국제회의: 하이브리드 위협과 중국의 정치전에 대응하는 방어적 자유민주주의’ 국제 세미나의 핵심 내용을 지상(紙上) 중계합니다.

발제

5세대 전쟁과 글로벌 도전 과제

조현규_한국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 신한대 특임교수

먼저 전쟁 세대(generation) 구분이 필요하다. 1~5세대로 구분할 수 있다. 2003년 로버트 스틸(Robert Steele)이 ‘5세대 전쟁(5th Generation Warfare)’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이견 제기와 비판이 따랐지만 오늘날 5세대 전쟁 담론은 활발하게 논의 중이다.

미국 군사 평론가 윌리엄 린드(William S. Lind)의 전쟁 세대 구분 개념을 원용하면 ▲1세대: 고대 근접 전투 ▲2세대: 화약 사용 조직 전투, 전격전 ▲3세대: 속도, 기동성에 중점 둔 전투, 기계화전 ▲4세대: 국가 주도 분산형 전쟁으로 구분할 수 있다.

린드는 과학기술 발달에 기반을 둔 새로운 무기 체계 등장, 전략 개념 변화 등을 기준으로 1, 2, 3세대를 거쳐서 4세대 전쟁으로 진화했고 그 과정에서 국가는 전쟁에서 독점적 지위를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1, 2세대 전쟁에서는 상대국의 군사력 파괴를 목적으로 했다면 3, 4세대에서는 정치적 의지 파괴가 핵심이다.

1세대 전쟁으로는 미국-스페인전쟁, 미국 독립전쟁, 나폴레옹전쟁, 멕시코 독립전쟁 등이 있다. 2세대 전쟁으로는 미국 남북전쟁, 보어전쟁, 제1차 세계대전, 스페인내전을 꼽을 수 있다. 3세대 전쟁 사례로는 제2차 세계대전, 6·25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 이라크전쟁을 들 수 있다. 쉽게 말하여 4세대 전쟁은 ‘탈(脫)집중화된 전쟁’으로 정의할 수 있다. 각종 게릴라전, 네트워크전 등이 해당한다. 게릴라 조직, 민간 무장단체, 준(準)군사조직 등이 핵심 역할을 한다.

세대별 특징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세대 전쟁은 대열과 대형 위주전, 2세대 전쟁은 화력전, 3세대 전쟁은 기동전, 4세대 전쟁은 정치전이다. 5세대 전쟁은 인공지능, 완전 자율 시스템 등의 신기술과 함께 사회공학 결합, 허위 정보 유포, 사이버 공격 등과 같은 비(非)동력적 군사 행동으로 수행하는 전쟁이다.

대니얼 애버트(Daniel Abbot)는 5세대 전쟁을 ‘정보와 인식의 전쟁’이라고 정의했다. 이 밖에 지적 능력 조작·마비·파괴 중점 전쟁, 목표 국가나 사회 내부로 침투하여 적의 관찰 능력 자체 조작을 시도하는 전쟁, 전략적 소통의 중요성이 주목받는 전쟁이라 할 수 있다. 5세대 전쟁은 4세대 전쟁 요소를 포함하면서 하이브리드전쟁, 회색지대 분쟁, 인지전, 초한전(超限戰)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5세대 전쟁과 4세대 전쟁 유사점은 ▲전쟁 수행 주체 탈국가화 ▲지형·국경 개념 모호, 전시와 평시 불구분, 국가·군 역할 축소 ▲적 심리 영역 집중 공격, 의도한 방향으로 적 유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5세대 전쟁은 4세대 전쟁보다 적의 영역 깊이 들어가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5세대 전쟁은 4세대 전쟁과 다방면에서 공통 양상을 보인다. 그 연장선상에서 “4세대 전쟁에 정치, 경제, 사회, 과학기술 변화와 발달을 반영하여 자연스럽게 진화한 전쟁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5세대 전쟁과 4세대 전쟁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전쟁 최종 수행 주체, 작전 수행 방식 변화다. 4세대 전쟁은 비(非)국가 집단, 테러단체, 범죄집단 등이 글로벌 게릴라전, 분란전, 자살 폭탄 테러 등을 통해 적대 국가 혹은 적대 사회에 직접 공격을 감행하면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거나 부정 여론을 조장하여 상대의 정치적 의지를 약화시키는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5세대 전쟁에서는 수행 주체가 직접 공격 작전을 수행하는 것보다는 목표 사회 내부 인플루언서로 하여금 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최종 공격을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4세대 전쟁에서 사용됐던 물리적 차원 테러, 비정규전은 보조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직접적인 수단은 아니라는 것이 그 차이점이다. 작전 수행 시 은밀함이 강조된다. 이 때 배후 세력 짐작은 가능할지 모르나 실체 파악은 불가능하다. 누구와 싸우고 있는 것인지 혹은 현재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진행된다.

전쟁 승리 구분 기준에서도 차이가 있다. 5세대 전쟁에서 공격자는 목표 국가, 사회의 움직임을 통해 승리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 방어자는 자신이 전쟁의 대상 목표였다는 사실이나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사실조차 인식할 수 없게 된다. 전쟁 승리를 위해 강조되는 역량도 차이가 있다. 제5세대 전쟁에서 네트워크는 4세대 전쟁보다 강조되고 있다. 사회적 결속 강화, 개인 역량 강화가 중시된다. 시간 프레임(frame) 차이도 존재한다. 제4대 전쟁은 장기간 수행한다. 5세대 전쟁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프레임을 두고 계획되지만 그 결과가 가시적으로 관찰 가능해지기 전까지는 4세대 전쟁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요구한다.

토머스 햄즈(Thomas X. Hammes)는 4세대 전쟁이 5세대 전쟁으로 진화하는 양상을 ▲전략 ▲조직체계 ▲전쟁 참여자 등 세 가지로 구분해서 제시했다. 과학 기술 발달로 인한 대량 살상, 첨단 무기 제조 활용 가능성 증대, 다른 행위자, 사설 군사기업, 범죄자 등장, 국가 수준 전쟁 수행 등을 주요 진화 양상으로 꼽았다.

대니얼 애버트 “5세대 전쟁이 은밀하고 형체도 없으며 세련되고 주도적이라는4가지 특징을 가진다.”고 밝혔다. 5세대 전쟁을 수행하는 군대는 소리도 내지 않고 아무런 형체도 없이 적을 자신들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만들고자 한다. 해당 상황에서 패배한 상대방은 자신이 패배했다는 사실조차도 인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피해로 인하여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음을 감지했다 하더라도 관찰 능력이 무력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대응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5세대 전쟁의 특징을 포괄적으로 정리해 보면 다음 요소를 포함한다. ▲적 식별이 불가, 패배를 승리로 포장해 미디어를 이용해서 선전하는 행위 일상화 ▲재래식 군사력, 하드웨어의 진부화, 기능 저하 ▲종교, 민족성 기반 혹은 미디어가 만든 편견에 영합하여 서방 세계 내부에서 자발적 적대 세력 증가 ▲완전하게 사라진 전선, 비국가 행위자가 모든 가용 기술을 창의적, 역동적으로 사용하여 고가 군사 무기, 첨단 기술 효용성 감소 ▲비국가 행위자의 전장 선택, 제대로 훈련되지 않은 소규모 군대가 잘 훈련된 대규모 군대에 승리할 수 있고 비전통적 무기 사용 증가.

‘전쟁 핵심 요소’ 4가지를 적용해서 5세대 전쟁을 평가하자면 다음과 같다. ▲분쟁 영역 면에서 기존 분쟁 영역을 포함해서 새롭게 추가된 정보, 인지, 사회적 영역이 핵심적인 분쟁 영역으로 구성된다. ▲접촉면에서는 막강한 능력을 갖춘 개인 혹은 소규모 분란 세력 등 비국가 행위자들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연합하여 전 세계를 위협하는 적대세력으로 등장했다. 적은 움직임만 관찰될 뿐 실체를 파악하기 힘든 네트워크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쟁 목표 측면에서 상대방의 인지 능력을 조작하거나 공격하여 정치적 의지를 약화시키고, 사회 내부의 분열을 조장하거나 혼란을 일으켜 의도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한다. ▲군사력 측면에서는 재래식 군사력의 운용을 통한 물리적 충돌은 최소화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여 전쟁을 수행한다. 조작된 정보의 전파나 선전 등은 주로 미디어를 통해 수행한다. 대응에 있어 국가나 군의 역할은 현저하게 축소되는 경향을 보인다.

5세대 전쟁은 실체를 파악하기 힘든 강력한 적이 은밀하게 목표로 정한 국가나 사회 내부로 침투하여 정보 조작 및 선동, 테러 등 가용 수단을 모두 동원해서 해당 구성원들의 인식, 영향을 조작·마비·파괴하면서 사회 혼란을 조장하고 분열을 가중시켜 최종적으로는 해당 국가나 사회가 의도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4세대 전쟁이 진화하고 발전하는 과정 속에서 5세대 전쟁의 도래는 필연적이다. 5세대 전쟁은 글로벌 차원에서 우리 주변에 와 있다. 하이브리드전, 회색지대전, 인지전, 초한전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허위 정보, 사이버 공격, 소셜미디어 조작, 대량 감시 등과 더불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결론적으로 5세대 전쟁은 위험한 실체이다. 21세기 세계 평화와 지속 가능한 세계를 향한 전쟁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5세대 전쟁의 도래와 더불어 국가 중심 권력의 전통적인 전쟁 패러다임은 사이버, 정보 수단을 통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국가 행위자에 의해 도전받고 있다.

5세대 전쟁이 제기하는 도전은 국가 안보를 넘어 글로벌 거버넌스, 인권, 민주주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정보를 조작할 수 있는 용이성은 민주적 절차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사이버 공격의 보편성은 국가의 주권과 안보에 의문을 제기한다.

국가와 국제기구는 이러한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경계와 대응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혁신 전략을 수용하고 국제 협력을 촉진하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을 견제함으로써 5세대 전쟁의 도전을 극복하고 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세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조현규

조현규 한국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육군사관학교 중국어과 41기 졸업·임관 후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했다. 한국군 장교 최초로 중국 본토에 유학해 중국런민대(中國人民大)에서 석사학위를, 단국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육군사관학교, 대만 국방대학 정치작전학원(政治作戰學院)에서 연수했다. 국방정보본부 중국분석총괄장교·아시아과장, 주중한국대사관 육군무관, 주타이베이한국대표부 무관을 역임했다. 육군 대령 예편 후 한국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 신한대 특임교수, 한국군사학회 이사,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