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예비후보 인터뷰] “글이 아니라 ‘발’로…정치 ‘단디’ 해보겠다”

최영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이윤정
2024년 01월 13일 오후 12:34 업데이트: 2024년 01월 25일 오후 6:22

행동으로 정치 바꾸고 싶어서 출마
총선 화두는 인구감소 해결, 정치 거목 YS 재평가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출마를 위한 예비후보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에포크타임스는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 세 번째 순서는 최영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이다.

최 예비후보는 언론인 출신이다. 부산에서 영도초등학교와 경남고등학교를 나왔고 서울대 법대 졸업 후 동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아일보에 입사해 33년간 근무하면서 편집국장과 수석 논설위원을 지냈고, 자유일보 주필로도 활동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2년 4개월 동안 2000편 이상 칼럼을 썼습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기도하고 차를 마시며 쓴 글의 3분의 1 이상이 정치 칼럼입니다.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다’ ‘여의도는 악취 풍기는 4급수’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물갈이하려면 1급수나 최소한 2급수 정도 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논평만 했지 저는 뒷짐만 지고 있었던 거죠.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표현이 있잖아요. 내가 쓴 글에 내가 끌려가 버린 거예요. 행동하지 않으면 말이나 글만으로는 정치가 바뀌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명함에는 평소 정치인들을 겨냥해 강조해 온 ‘단디’를 새겼다. 단디는 ‘단단히’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다.

“물론 저 혼자 힘으로는 어렵겠죠. 새로운 정치를 할 만한 자격·자질을 갖춘 사람들이 뜻을 모아야 합니다. 이 나라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선거가 90여 일 남았는데 이번 선거에서 제대로 된 양심적인 정치인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그는 정치나 선거에 대한 준비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한 게 4개월 전입니다. 선거는 돈, 사람이 있어야 하고 구도를 잘 짜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돈은 없지만 저를 도와주는 사람은 꽤 있고, 정치 논평을 많이 써 본 경험 덕에 지역의 화두를 잘 찾아내고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습니다.”

-출마하신 부산 중구·영도구 지역은 어떤 곳인가요?

“한마디로 인구 감소로 인해 위기에 처한 지역입니다. 합계출산율 0.7명밖에 안 되는 대한민국은 지금 인구 절벽에 봉착해 있지 않습니까? 한 30년 지나면 인구가 지금의 절반 이하 혹은 3분의 1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가 투신한 중구·영도구 특히 영도구가 심각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아 전부 수도권으로 가버리는 바람에 이중의 난제에 부딪힌 거죠. 강대국 로마가 망한 결정적 이유 중 하나가 인구 감소였다고 합니다.”

그는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는 부산의 대표적 원도심 중구와 영도구의 발전을 이뤄내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고 했다. “제가 어떻게든 국회의원에 당선돼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 이 난제를 한번 풀어보려고 합니다.”

최 예비후보는 오래전부터 인구감소 문제에 주목하며 다문화 이민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 왔다. 국내 최초 다문화가정 자녀들로 구성해 설립된 소년소녀 어린이 레인보우합창단 이사장인 그는 지난해 다문화학교인 아시아공동체(AC)학교 이사장도 맡았다. 15년 전엔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닥칠 것에 대비해 ‘다문화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준비한 공약이 있는지 묻자, 최 예비후보는 자신의 총선 화두는 인구감소 난제 해결과 더불어 ‘정치 거목 YS 재평가’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최근 ‘최영훈, 왜 사람인가!’를 출간하면서 책의 절반을 할애해 하나회를 해체한 정치 거목 YS에 대한 재평가를 시도하기도 했다.

-언론인 출신으로서 정치 입문을 결심하면서 어떤 것들을 고민하고 있습니까?

“언론인이 정치를 잘할 거로 생각하진 않습니다. 언론인들은 주로 우리 사회의 엘리트들을 상대하면서 소위 ‘갑’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서민들의 심정을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대중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도 쉽지 않은데요. 다행히 저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각계각층, 거지부터 노숙자, 대통령까지 다 만나고 싶고 민초들과 어울리고자 합니다. 저는 경상도 출신이지만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호남, 전라도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그간 언론인으로서의 강점은 그대로 살리면서 언론인이기에 갖는 단점은 없애려 노력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런 점이 정치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른 예비후보들과 차별화되는 본인만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정리된 사고’를 합니다. 글을 잘 쓰려면 기승전결이라는 형식도 갖춰야 하고 제 글을 읽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글 속으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글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것이 정치인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메시지를 만들기만 해서는 소용이 없고 그걸 잘 전달하는 과정 자체가 대중을 설득하고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최 예비후보는 정치 현안, 특히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영화 ‘서울의 봄’과 ‘길 위에 김대중’을 언급하며 영화라는 소프트파워를 통해 총선 표심을 겨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파 진영의 맞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이사장 김현철)에 ‘YS 다큐’를 만들자고 했다”면서 “재단 측은 3월 초를 D-데이로 잡고 이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최영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아시아공동체학교, 레인보우합창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말이 나온 김에 현안 관련 질문 하나를 던졌다.

-“중국의 한국 선거 개입은 이미 진행 중”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한국은 13일 선거를 치르는 대만 사례를 참조해 중국이 전개하는 정치전에 대응해야 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대응해야 하는 건 맞지만 정작 하려면 쉽지는 않을 겁니다. 중국은 사이버 전쟁, 마약전 등 경계와 한계가 없는 전쟁, 초한전(超限戰)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학술적으로는 계명대 이지용 교수가 이 분야 연구를 많이 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몇 년 전에 중국 댓글부대가 4천만 명이 넘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매우 심각한 수준이지만 밝혀내기가 쉽지 않아 대응하기도 힘들 겁니다.”

무엇보다 물증이 없어 확인도 어렵고, 이와 관련한 법률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례로 간첩죄를 적용하려면 적국이 돼야 하는데 중국은 적국이 아니라 수교국이기 때문에 수사할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나라에 중국 비밀경찰이 있다는 데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고 흐지부지 넘어가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죠.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적, 문화적 교류를 지속해야 하는 중국을 너무 적대시할 필요는 없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정치란 어떤 정치라고 생각하시나요?

“귀를 기울이는 정치입니다.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하고 민생을 위한다고 하는데 그냥 앵무새처럼 말할 뿐이지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아서 신뢰를 얻기 힘든 것이죠. 귀를 열고 말을 줄이고 민생 현장에서 등이 휠 것 같은 인생고를 겪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정치라면 지금 여야처럼 저렇게 정쟁이나 하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정쟁하게 되는 경우라도 중요한 민생 문제가 있으면 손을 맞잡고 밤을 새워서라도 공통 분모를 찾아 법을 만들고 민생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 정치는 그러질 못하고 있죠. 그래서 정치인들이 물갈이돼야 하고 정치가 바뀌어야 하는 겁니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87년 체제가 들어선 지 37년이 됐는데 처음에 소위 ‘86그룹’이라고 하는 운동권 정치인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 사람들이 학생 시절에는 정의감이 있었는지 몰라도 30여 년 세월이 흐르면서 기득권화돼 버렸어요. 이는 현재 거야 민주당의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이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물갈이해서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게 아마도 가장 구체적인 시대정신일 겁니다. 87 체제를 대신할 새로운 정치인들이 나와 새 시대를 예비하고 맞이해야 합니다. 낡은 것은 사라져 가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오지 않은 상태라고 할까요. 이번 총선이 이러한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분수령이라고 보고 있지만, 걱정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정치는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습니다.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무엇일까요?

“우선 부정부패와 비리 때문이고, 언론들이 그런 내용을 꼬치꼬치 캐서 너무 리얼하게 보도하는 것도 정치 혐오를 가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좌우) 진영이 갈라져 정쟁만 일삼는 탓도 크고요. 그리고 국회의원 중에 법률가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변호사, 판사, 검사 출신도 필요하지만, 그 숫자가 여야 합쳐서 15~20%에 육박하는 건 대표성에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정치 불신을 낳는 요인이고, 이를 하나씩 해결하는 나가는 게 정치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정치인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과 자질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무엇보다 정직해야 합니다. 정치는 정직한 사람이 할 수 없는 일로 여겨지기도 하고, 지금 같은 정치 풍토에서 100% 정직해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은 더더욱 정직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제가 정치를 하겠다고 하니까 한 선배가 정치판은 아수라장 같은 곳이라 당신 성격과는 안 맞는데 왜 하려고 하느냐고 묻더군요. 정치인이라면 국민들을 진심으로 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적어도 자기가 한 말은 지키려고 노력해야만 합니다. 법률과 정책으로 우리 사회를 리셋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당신은 글은 잘 쓰는지 모르겠지만 정치는 잘 못할 것 같다고요. 왜냐고 물었더니 정치는 말발로 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말’과 ‘발’로 하는 거래요. 물론 깊이 생각하고 사람들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는 발로 하는 거거든요. 저는 사람 만나서 귀를 기울이고 그 말을 가슴에 새겨 실행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