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예비후보 인터뷰] “광주·호남 발전 위해 떨어질 각오로 출마”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내과 전문의)

이윤정
2024년 02월 2일 오후 10:26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58

광주·호남, 민주화·산업화 공존하는 곳
정치인, 표 잃을 각오로 현안 뛰어들 용기 있어야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출마를 위한 예비후보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에포크타임스는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 일곱 번째 순서는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내과 전문의)다.

박 예비후보는 광주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다녔고 한양대 의대 졸업 후 한양대병원, 신촌 세브란스병원, 혜민병원 등에서 내과 전문의로 근무했다.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로 활동하다 지난해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 위원으로 영입됐고 이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으로 임명됐다.

-이번 총선 출마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서로 견제하는 정치를 회복하기 위해 보수 정당에서 광주·호남 지역에 출마해 주시면 좋겠는데 어차피 떨어질 거로 알고 아무도 출마하지 않습니다. 광주는 민주당, 흔히 말하는 진보 좌파 세력이라는 분들이 이용만 하고 있어요. 외지인이 와서 지역 감정을 해소하느니 어쩌니 하면서 인지도만 쌓고 나가버리기도 하죠. 제 고향이 점점 뒤처진 도시가 되고 (정치인들에게) 버려진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최근 비례대표를 포함해 좋은 자리를 제안받으면서 되든 안 되든 출마해서 제 고향 어르신들과 친구들, 동생들의 선택지를 넓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주·호남 지역 발전을 위해 박은식이라는 사람이 출마했다, 이런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준비는 이제부터 해야죠.”

-출마하신 광주 동·남구 을 지역구는 어떤 곳이며 현재 시급한 현안은 무엇인가요?

“광주의 구(舊)도심 지역인데 많이 쇠락한 상태라 경제 활성화가 시급합니다. 경제적으로 활력을 불어 넣으려면 코스트코 같은 대형 유통시설이나 복합쇼핑몰, 새로운 브랜드도 많이 유입하고 소비와 투자가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합니다. 또 무등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어르신들도 산 정상에 올라가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등산로 오염도 줄일 수 있어서 환경도 보호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정율성 공원 조성 사업 중단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이와 관련한 향후 구체적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정율성 공원 조성의 문제점을 인식한 건 2021년이었어요. 이른바 ‘북방 정책’으로도 불리는 한중 우호 사업의 일환으로 노태우 정부 때 시작된 일입니다. 정율성이 중국에 가서 독립운동 하다가 작곡을 잘해서 중국 사람들이 애국가처럼 부르는 노래를 작곡했다, 중국의 3대 작곡가다, 이런 정도로만 알려져서 기념 사업이 추진됐는데 역사를 파고들어 보니 정율성은 중국 인민해방군가와 북한의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했다는 걸 알게 됐죠. 조선 인민군과 중공군이 그 군가를 부르면서 쳐내려왔고 정율성 본인도 조선 인민군 소속으로 서울까지 치고 내려와서 궁정 악보를 약탈하는 등 직접 침략에 가담했고요.”

박 예비후보의 고향이자 출마지인 광주 동·남구 을엔 정율성 역사 공원 예정지가 있다. 정율성 역사 공원 조성 반대는 그가 광주 동·남구 을에 출마하려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는 출마 의사를 공식 발표한 자리에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반드시 막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독립운동 유공자로 정율성 서훈을 추진하려다 문재인 정부 때 취소됐습니다. 그렇게 인정할 만한 행적이 없다는 사실들이 보수 우파 내부에서 하나둘 밝혀지고 언론에서도 이런 내용이 다뤄지면서 정율성을 기리는 사업이 과연 정당한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죠. 저를 비롯해 호남대안포럼 회원들이 칼럼도 쓰고 당시 박민식 장관님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강기정 시장이 받아치면서 핫이슈가 됐어요. 지금도 연평도 포격전 당시 전사한 고(故)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인 김오복 여사를 비롯해 시민단체들이 연대해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박 예비후보는 그 이후 정율성 관련 많은 사업이 중단됐다면서 설명을 이어 갔다. “화순 능주초등학교 벽화와 동상들은 없어졌고 남구에 정율성 기념관 대신 양림 문학관이 세워졌어요. 정율성로(路)는 개칭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 중이고, 정율성 흉상은 이미 시민 손에 훼손됐죠. 정율성 역사 공원만 남은 건데 그것도 이름을 바꾼다고 하지만 이름이 문제가 아니라 정율성에 돈을 그만 썼으면 좋겠다 이겁니다. 국민을 피 흘리게 만든 사람을 국민의 피 같은 세금으로 기려선 안 되는 것이죠. 이런 사업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광주·호남 지역은 진보와 보수, 민주화와 산업화가 공존할 수 없는 지역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렇게 된 원인과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민주화·산업화가 공존할 수 없는 지역이라는 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광주가 민주화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산업화의 결실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누리기도 하는 곳입니다. 광주 기아자동차와 금호타이어, 전남 광양제철소, 여수 정유산업 등은 산업화 시절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새만금 산단도 개발이 가속화 중이고요.”

그는 “원래 광주 호남 지역은 이승만을 70% 지지했고 박정희는 60% 지지했던 굉장히 보수적인 동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1987년 이후 김대중의 민주당에 몰표를 주는 그 역사가 시작됐는데 보수 진영에서 능력 있는 정치인이 나온다면 주민들도 그 정치인의 이념과 성향을 따라갈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역사적으로도 이승만과 협력해 대한민국 건국을 주도했던 김성수와 송진우 같은 위인들이 배출된 곳이 호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이나 시민단체가 이런 부분들을 계속 부각한다면 광주·호남도 충분히 보편성을 띤 대한민국의 한 지역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87 체제가 형성되고 3당 합당 이후 호남 지역이 고립되면서 개발이나 인적 측면에서 소외된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우선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요? 중앙의 정치 엘리트들이 호남 지역에 많이 출마하고 정치 지형이 바뀌면 많은 것들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내과 전문의)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다른 예비후보자들과 차별화되는 본인만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그는 명분과 성장 가능성을 꼽았다.

“‘명분’으로는 제가 많이 앞서간다고 생각합니다. 비대위원으로 임명되고 좋은 제안도 많이 받았지만 저는 좋은 자리보다는 서사(敍事)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저는 정치인은 선수(당선 횟수)를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사를 쌓는 게 더 중요하다는 내용의 연설을 한 적도 있는데요. 광주·호남이 바뀌기를 바라면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고 칼럼을 써 온 저의 서사에 부합하는 행보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성장 가능성’ 관련해서 박 예비후보는 “광주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건 별 의미가 없고 주목받지 못한다”며 “하지만 여기서 제가 만약 파란을 일으킨다면 역사적으로도 어마어마한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좋은 정치란 어떤 정치라고 생각하시나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입니다. 지금은 전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죠.”

-지금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먼저 운동권 정치의 청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민주화 운동을 하셨던 분들을 존중하고 존경합니다. 다만 정치의 중심을 잡는다는 측면에서 볼 때 과거에 민주화 운동을 했던 분들이 북한의 막장 행보를 보고도 무조건적 평화를 주장할 수 있는 건지에 대해 저는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박 예비후보는 또 하나의 시대정신으로 ‘전문성’을 강조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복잡하고 해결하기 힘든, 때로는 일부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도 있는 민감한 문제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자신의 강점인 의료 분야의 전문성을 부각하며 “저는 코로나 전담병원에서도 1년 이상 진료를 해 왔기 때문에 생사를 넘나드는 전염병 내과 영역 관련 법안이나 정책은 당장이라도 만들어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미래의 비전 관련해서 지역 갈등을 극복하는 것도 시대정신이라고 봅니다.”

박 예비후보는 최근 이재명 대표 피습 당시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의 헬기 이송을 언급했다. “그게 어떻게 보면 사람들 머릿속에 있는 격차거든요. 제가 비대위 회의 등에서도 이미 말씀드렸듯이 응급의료 대응 역량은 부산대병원이 월등히 앞섭니다. 병원만 해도 그 정도인데 다른 분야는 더 심하겠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에 따른 갈등 구조는 실존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역설했다. “정말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우리 싸우는 전선, 갈등이 영호남일 필요는 없거든요. 지방은 어디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소멸해 가고 있는데 소멸 중인 지역끼리 싸운다는 게 얼마나 한심한 짓이에요.”

“경제적으로는 보수 우파의 이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규제를 대폭 줄이고 개인의 책임을 더 강조하고 기업 활동을 활성화하고 상속세 등 세금을 줄이는 정책들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자유 시장 경제의 최종적인 승리라고 볼 수 있는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려 연방제 같은 애매한 개념 말고 김씨 정권을 확실히 무너뜨리고, 자유민주주의 시장 경제의 승리, 번영의 과실이 북한을 비롯해 세계 다른 지역까지 퍼지면서 같이 번영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는 게 장기적으로 볼 때 시대 정신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 정치는 국민들에게 불신받고 있습니다.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무엇일까요?

“최근 발생한 정치인 테러 사건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자기가 계속 접하는 언론의 알고리즘의 폐해이기도 하죠. 상대 진영의 상황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다양성이 존중돼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정치 쪽에 들어와서 경험해 보니 정책보다는 민주당을 시원하게 까는 발언을 해야 기사화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정치인들이 더 세게 말하고 정쟁을 유발하는 발언들을 하게 되는데 참 해결하기 힘든 부분인 것 같습니다.”

“궁극적으로 (정치도) 수요자 니즈에 맞춰갈 수밖에 없고, 결국 유권자 수준에 맞는 정치인들을 갖게 되는 것”이라는 박 예비후보는 정치인들이 스스로 달라지길 기대하기보다는 수요자인 유권자들이 제대로 심판하고 평가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TV에 출연해 상대 정당 비난하고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이슈에 집착하면서 목소리 내는 정치인들을 국민들께서 멀리해 주시면 됩니다. 한 번이라도 더 ‘민생 문제’를 언급하고 이를 해결하려고 나서는 정치인, 몸 사리지 않고 자기 이득만 챙기지 않는 정치인을 눈여겨봐 주시고 응원해 주셔야 정치가 바뀔 것 같아요.”

-현대 사회에서 정치인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과 자질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사익보다는 공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감한 이슈를 회피하지 않아야 하고, 자기 희생이 따르더라도 뛰어들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국민연금이나 저출산, 교육·노동 개혁 같은 문제는 건드렸다가 괜히 표를 잃을 수 있는 민감한 주제들이잖아요. 그냥 좋게 좋게 가다 보면 어느 순간 다 곪아 있어요. 우리나라가 성장이 지체되고 저출산 같은 심각한 문제에 빠진 것도 그런 궁극적인 문제를 외면한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들에게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냥 해야 할 일을 하고 간 시민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정치인으로 각인되고 싶었으면 나이도 어린 저에게 비례 제안하셨을 때 받아들였겠죠.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아직 정치 의지가 그렇게 뚜렷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광주로 가는 게 아니겠어요? 그저 한 시민으로서 너무 답답하고 도저히 못 봐주겠는데 해야 할 일을 아무도 안 하니까 제가 해야겠다 생각한 겁니다. 떨어지면 평범한 시민의 일상으로 돌아오면 되고, 당선되면 계속 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