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중국 최대 블랙스완은 시진핑의 신병이상” 전문가

강우찬
2023년 12월 25일 오후 12:44 업데이트: 2023년 12월 25일 오후 2:29

중국 사회가 겪은 격동의 2023년을 관찰한 중국 전문가들이 내년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시진핑의 신병 이상 가능성을 꼽고 있다.

호주 시드니공대의 중국학자 펑충이(馮崇義) 교수는 “내년 중국의 중요 사건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지만, 현재의 추세를 볼 때 전망 가능한 부분도 있다”며 “중국 공산당의 위기 상황이 이전의 중국 혁명들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펑 교수는 “지금까지 중국의 대혁명은 민중 반란, 군부 반란, 정치적 변동이 맞물려 큰 파급효과를 내며 정권의 지배를 무너뜨리는 형식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위기가 사회위기로 확산돼, 민중 항의가 조직화되고 커지는 것이 반란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펑 교수는 “하지만 현재의 중국 사회는 시진핑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고 경제 침체에 시달리고 있지만, 아직 민중의 조직적인 시위는 포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다. 펑 교수는 “변화를 원하는 이른바 ‘반항아’들이 이런 일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백지 운동’은 지도자도 조직도 없다는 점을 내세워 당국의 큰 억압 없이 확산됐으나, 그로 인한 한계점도 명확했다”고 말했다.

그는 “백지 운동은 사회적·경제적 고통을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사회 운동으로 발전하지 못했고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조직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중국 민중의 움직임 역시 ‘반란’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경제적 어려움은 배경이 될 뿐이다. 민심의 변화야말로 영웅들이 등장할 사회적, 역사적 무대가 되는 것인데, 실제로 이런 드라마가 연출되려면 조직과 사람이 필요하다”며 “오늘날 통제가 엄밀한 중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중국 공산당(중공)은 극적인 내부 변화 양상을 드러냈다. 중공 총서기 시진핑은 예고 없이 로켓군 수뇌부와 외교부장 친강, 국방부장 리상푸를 숙청하면서 별다른 사유조차 밝히지 않았다. 이 사건은 분분한 추측을 일으켰고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았다.

펑 교수는 “중공의 내분은 수년 동안 계속되고 있으며, 정치적 숙청이 항상 이뤄지고 있다”며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어 궁중 암투와 같은 잔혹한 공방이 오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쿠데타나 군사 반란에 대한 소문이 수년 동안 끊이지 않았지만, 중공 지도부 역시 이를 잠재울 만한 힘이 없어 과감한 행동에 나서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진핑이 3연임에 성공하고 개인 독재체제를 확립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이 당이 허약해졌기 때문”이라며 “역설적으로 중공이 위기에 처했기 때문에 시진핑이 강력하게 안정을 유지하고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펑 교수는 “이는 하나의 역사적 기회이기도 하다. 당이 약해지고 권력이 개인에 집중되면서 공산당을 해체하고 더 나은 중국으로 갈 수 있는 조건이 성숙했졌지만, 당 지도부는 이러한 진정한 의미의 개혁에는 관심이 없고 위험을 감수할 용기도 없다”며 “다시 말해 비범한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비범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공 지도부는 항상 외부 요인에 의한 ‘색깔혁명(공산주의 붕괴와 민주주의로의 이전)’을 두려워하고, 이른바 “해외 적대 세력”의 존재를 강조하며 나라 안팎에서 중공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행동을 취하는 것을 억압하고 있다.

펑 교수는 미국이 중국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공의 도전에 맞서 많은 실질적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이 중공 정권의 근본적 변화를 목표로 하지 않는 한 어디까지나 소극적인 대응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과거 폼페이오 국무장관 때처럼 미국과 중국 간 제도적 대항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고 있고 투쟁 분위기도 없다. 현 미국 정부는 중공의 도전을 뿌리치고는 있지만, 정권 자체를 바꾸겠다는 생각은 없고 공존공영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경쟁 상대로는 인식하고 있지만 맞서 이기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중국의 변화 가능성, 미중 관계의 전환점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게 펑 교수의 전망이다.

펑 교수는 “시진핑은 2021년 1월 공산당 중앙정치국 단체학습에서 ‘블랙스완’과 ‘회색 코뿔소’ 사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2024년 중국의 블랙스완을 하나 꼽으라면 시진핑의 건강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블랙스완’은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지만 일단 일어나면 큰 충격을 주는 위험을 가리킨다. ‘회색 코뿔소’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볍게 여기기 쉬운 위험 요소를 표현한다.

펑 교수는 “지난해 시진핑은 뇌동맥류 진단을 받았다는 건강 이상설에 휘말린 바 있다”며 “2019년 유럽 방문 기간에는 우측 다리를 저는 모습과 의자에 앉을 때 손잡이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 뇌졸중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후 시진핑의 건강 이상설을 잠잠해졌고 건재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가 예견했던 블랙스완이 그 자신에 관한 것이 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리커창 총리 역시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중국의 권력 암투가 극심해질수록 예상 못 한 변수가 튀어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펑 교수는 “해외의 반체제 인사들은 정확히 전환점이 무엇이라고는 짚어내진 못하고 있으나, 올해 중국에서 큰 변화가 발생하리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며 “해외 중국 민주화 운동가들은 포스트 공산당 시대 준비에 착수했다. 위징성, 왕단, 왕쥔타오는 시국회의를 열어 중국의 미래를 논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지난해 시진핑의 로켓군 숙청설과 관련해 군부 쿠데타의 싹을 미리 없애려는 조치라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아직 시진핑이 자신의 건강에 대해 염려하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후계자 선정 움직임도 없다. 그런 만큼 갑작스러운 사태에 공산당 체제가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펑 교수는 “시진핑이 죽으면 공산당 역시 그대로 붕괴할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중공의 최대 ‘블랙스완’은 바로 시진핑의 건강 이상 사태”라고 덧붙였다.

홍콩 출신으로 호주에 정착해 탐사보도 언론인으로 활동하는 정치학 박사 린쑹(林宋)은 “시진핑이 갑자기 사망하면 남은 중공 인사들은 권력을 장악할 능력도 없고 정권을 유지할 능력도 없다”고 말했다.

린 박사는 “현재 중공을 장악한 고위층은 실력이 아니라 시진핑에게 복종하는 것만으로 출세한 사람들이다. 시진핑 사후 복마전과 같은 중공 정치계를 통제할 인물이 그들 중에는 없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중국을 바라는 일반인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