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음식약식] 천연 항생제 ‘민들레’

2013년 05월 13일 오전 9:34 업데이트: 2019년 06월 28일 오후 4:20

요즘 식탁에 민들레 잎이 자주 올라옵니다. 특유의 쓴 맛에도 불구하고 초고추장에 무쳐서 먹거나 살짝 데쳐서 먹으면 제법 먹을 만합니다. 들이며 산에 나물 뜯으시는 분들이 많은데, 민들레의 효능에 대한 갖가지 소문이 많아서, 이번 주는 민들레 대해 간략히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초봄부터 노란 꽃으로 들을 예쁘게 수놓는 민들레는 한의원에서 자주 쓰는 약재입니다. 약재명으로는 포공영(蒲公英)이라고 하고 민들레 전체를 말려서 약으로 씁니다.

 

은사이신 안덕균 전 경희대 한의학과 본초학 교수님은 평소 민들레의 효능을 극찬하셨는데, 교수님에 따르면 필리핀에서는 민들레 가공품을 비만약으로도 사용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비만 치료에 민들레를 곁들이는데(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 다른 약물이 주가 되고, 민들레는 보조적 역할) 효과가 괜찮습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지혜  아마 이 소식을 들은 분들은 모두 산과 들로 나가실 것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나물을 뜯을 때는 전체 중 일부만 뜯고, 뜯을 때 미안하다고 말하고 뜯으면 어떨까 합니다. 유치원 다니는 제 아들이 제게 말해 준 노하우입니다. 아들이 보기에도 자연을 훼손하는 친구들과 어른들의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졌나 봅니다. 자연과 계절을 함께 누리는 즐거움으로 그쳐야지 욕심쟁이가 되면 안되겠습니다. 인디언들도 예전에 수렵과 채집을 할 때 이와 같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민들레에 대해 어떻게 언급했는지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젖이 붓고 아픈 것을 치료한다. 민들레를 깨끗이 씻어 인동 덩굴(인동등)과 함께 진하게 우려내 술과 함께 먹으면 졸음이 오는데 효력이 있는 것이며, 잠을 자고 나면 곧 편안해진다.
-상처에 민들레를 달여 마시거나 짓찧어 붙이면 아문다.
-천산갑과 민들레는 젖을 돌게 한다.
-맛은 쓰고 달며 성질이 차다. 간 경락과 위 경락으로 들어가 열을 내리고 해독하며 부은 것을 내리고 뭉친 것을 흩어준다.

 

사실 민들레는 늘 즐겨 먹을 만한 나물은 아닙니다. 보충해주는 작용은 거의 없고 대부분 염증과 열과 독을 가라앉히는 작용이 큽니다.

 

임상적으로 보고된 효능은 유방 염증, 충수염, 편도선염, 요로감염, 간염, 담낭염, 위염, 장염, 폐농양에 대한 치료 효과입니다. 항바이러스 효능도 보고됐습니다. 모두 염증과 관련이 깊습니다. 기본적으로 성질이 차가워 염증으로 인한 열, 염증을 가중시키는 열을 내려주고 독을 풀어줍니다. 그래서 몸이 평소에 차고 소화기능이 떨어지며 별다른 염증 반응이 없을 때는 민들레를 먹는다고 해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밥맛만 떨어질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민들레는 예전에 외과 수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당시에는 맹장염 치료에도 효과적으로 썼습니다. 대황, 목단피, 패장초, 금은화 등을 곁들여서 이를 치료한 사례는 제법 많습니다.

 

민들레는 간 질환에도 많이 씁니다. 민들레를 먹고 중증 간 질환을 치료했다고 말하는 분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무턱대고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고 적절한 진단을 통해 복용해야 합니다. 민들레는 기본적으로 담즙 분비를 촉진하고 간 기능 개선 효과가 있습니다. 염증 치료 효과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태음인에게 가장 좋아  위궤양 등 위의 염증이 심한 경우 민들레를 말린 뒤 한 달 정도 하루 10~20 그램 정도 복용하면 궤양 부분이 줄어들고 빨리 아뭅니다. 점막도 정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밖에도 급성 편도선염을 가라앉히고 호흡기 질환으로 흉통이 심할 때도 진통 효과를 발휘합니다.

 

즉 민들레는 천연항생제이자 진통제로서 사랑받았던 약재이고, 지금도 꾸준히 쓰이는 베스트셀러의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민들레는 체질적으로 태음인에게 씁니다. 태음인 중에서도 증상이 맞는 경우에 사용하는데, 다른 체질이라도 몇 차례 반찬으로 곁들여 먹거나 다른 것과 함께 먹을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먹을 때는 다른 체질에게는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탁효를 본 대부분의 분들은 20~30%의 확률을 뚫고 본인의 몸에도 맞고 증상에도 도움이 되는 것을 복용한 분들입니다. 남의 사례도 좋지만 내 몸을 잘 아는 것이 우선입니다.

 

매주 음식과 약재를 소개드리면서 노파심으로 주의할 점을 알려드리는 것은 진료실에서 매일같이 잘못된 갖가지 복용 사례를 접하기 때문입니다. 어느덧 입하(立夏)가 지나고 초여름의 향기가 납니다. 포근한 봄을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시길 바랍니다.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

김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