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음악으로…비발디 ‘사계’

레베카 데이(Rebecca Day)
2024년 04월 25일 오후 12:29 업데이트: 2024년 04월 26일 오전 9:42

이탈리아 바로크 시대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는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1725)로 현대 대중에게 매우 친숙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1700년대 유럽에서 인기를 끈 이후로 수 세기 동안 학계에서 잊혔다. 그의 음악은 20세기에 이르러 한 바이올리니스트에 의해 다시 빛을 볼 수 있었다.

‘사계’는 고전 음악을 혁신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사계는 각각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제목의 네 개 곡으로 이뤄져 청중에게 각 계절의 생생한 변화를 상상하도록 한다. 특히 첫 곡 봄은 이 작품이 탄생하는 시발점이자 중심이 되었다.

신앙심에서 시작한 음악

‘비발디의 초상(추정)’(1723), 작자 미상 | 폴 허먼스/CC BY-SA 4.0 DEED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니스) 출신의 음악가 비발디는 선구적인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 성직자였다. 깊은 신앙심을 지닌 그는 15세에 신학교에 들어가 사제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25세 생일날, 그는 로마 가톨릭 사제 서품을 받았다. 그는 신앙에 헌신하는 동시에 음악에도 헌신과 열정을 보였다.

그는 생애 약 800개의 협주곡, 성가곡, 오페라를 발표했다. 그의 음악은 독일 등 유럽 전역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생동감 넘치는 예술

‘쇼벨 제독 기념관’(1725), 마르코 리치 | 퍼블릭 도메인

그는 종종 음악의 영감을 미술 작품에서 받기도 했다. 사계를 작곡할 무렵, 그는 이탈리아 풍경화가 마르코 리치(1676~1730)에게서 큰 영감을 받았다. 리치의 작품에는 고대 그리스 유적지부터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시냇물을 마시는 목마른 말까지 다양한 장면이 등장한다. 풍부한 색채와 생동감 넘치는 따뜻한 색감이 특징인 그의 작품은 역동적이며 생동감이 넘친다.

‘여자와 아이가 있는 풍경’(1730), 마르코 리치 | 퍼블릭 도메인

비발디 또한 리치와 마찬가지로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리치의 풍경화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강물 위로 밀려오는 작은 파도까지 생생한 움직임을 담고 있다. 이는 비발디가 사계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바와 일치한다. 그는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의 연주를 통해 생기 넘치는 자연의 모습과 계절의 변화를 청중에게 전한다.

비발디는 리치의 그림에서만 아니라, 문학에서도 음악적 영감을 얻었다. 특히 그는 스스로 소네트(유럽 정형시 중 하나)를 쓰기도 했는데, 사계 속 악보와 함께 계절별로 소네트를 연결 지어 포함했다.

‘개와 함께 잠든 목자’(19세기), 필리포 팔리치 | 퍼블릭 도메인

또한 그는 단순히 바이올린이나 비올라와 같은 현악기를 멜로디에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소네트에 포함된 실제 소리를 악기가 모방해 내도록 하기도 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그는 시에 대한 자신만의 음악적 해석을 더했다. 이를 통해 ‘가사 전달이 불가능해 이야기 전달력이 약하다’는 기악곡의 단점을 해결함으로써 청자들의 음악 이해를 도왔다.

사계에서 악기들은 강물이 흐르거나 새가 노래하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겨울’에서는 추운 날씨로 인해 이가 덜덜 떨리는 소리가 등장하고, ‘봄’에는 개가 짖는 소리를 비올라가 내기도 한다.

바로크 시대의 선구자

비발디는 기존의 협주곡을 변형해 클래식 음악의 필수 형태로 만들었다. 기존 협주곡은 한 명의 독주자로 구성되었지만, 그는 두 명 이상의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게 했다. 또한 각 협주곡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빠른-느린-빠른’ 박자의 3악장 구조로 이뤄졌다.

조화와 발명 사이의 경연

비발디는 1718년부터 약 6년간 사계를 작곡했다. 그리고 이 곡은 마침내 1725년 여러 곡이 수록된 작품집에 엮여 출판됐다. 총 12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구성된 이 작품집은 ‘조화와 발명 사이의 경연’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이는 그가 전통적인 기법과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법 간의 연관성을 고려해 지어진 것이다.

사계는 이 작품집의 첫 번째 협주곡으로, 발표 후 유럽 전역에서 호평받았다. 하지만 비발디가 1741년 7월 돌연 세상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이후 수년 동안 그의 곡은 거의 연주되지 않았다.

20세기에 다시 빛을 보다

1926년에 이르러 이탈리아 토리노 대학 음악 교수 알베르토 젠틸레의 연구에 의해 비발디의 음악은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이후 1974년 미국의 바이올리니스트 루이스 카우프만(1905~1994)이 뉴욕 필하모닉 관현악단과 함께 사계를 녹음했고, 이 음반은 희대의 명반으로 사랑받게 된다. 사계는 이후 미국에서만 100명 이상의 바이올리니스트에 의해 녹음됐고, 수많은 무대에서 연주됐다.

‘봄’의 활기참에 매료되다

이들의 노력과 기여로 인해 다시 사랑받게 된 사계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감동을 주고 있다. 특히 봄의 활기찬 멜로디는 수년 동안 많은 영화와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매우 익숙한 음악이 됐다.

봄의 생동감 넘치는 자연에 대한 감동적인 헌정곡인 ‘사계’는 한때 먼 과거에 묻혀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지만, 다시 생명을 얻어 영원히 반짝이는 전통 예술의 가치를 뽐내고 있다.

레베카 데이는 독립 음악가이자 프리랜서 작가입니다. 컨트리 그룹 The Crazy Daysies의 리더이기도 합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기사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