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음식약식] 바다 으뜸 ‘굴’

2013년 10월 15일 오후 1:34 업데이트: 2019년 06월 28일 오후 4:20

가끔 바닷바람도 쐴 겸 인천 연안부두에 있는 수산시장을 들릅니다. 가족이 굴을 좋아해서 석화를 한 박스 사서 집에서 껍질 채 구워먹습니다. 내륙에서 자란 탓에 저는 처음에는 굴을 사러 와서 왜 석화를 사는지 몰랐습니다. 석화가 굴의 별칭인지 몰랐던 것입니다. 굴은 푸짐한 양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저렴해서 부담이 없습니다. 요즘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영향으로 해산물을 찾는 분이 뜸해지고 있지만 한국인의 굴 사랑은 여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석화, 모려, 다양한 이름

 

예전부터도 굴을 석화(石花)라고 했는데, 그보다는 모려(牡蠣), 모려육이라고 주로 불렀습니다. 한의원에서도 모려를 약으로 자주 사용하는데 굴껍질을 갈아서 달여 씁니다. 동의보감에서 다룬 모려에 대한 구절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선 굴은 오행으로 볼 때 맛이 짜고 성질이 약간 차가우며, 효능이 간, 쓸개, 콩팥의 경락으로 향합니다. 그래서 간을 진정시키고 양기를 잠잠하게 가라앉혀주며 굳은 것을 부드럽게 하고 뭉친 것을 풀어주며 새는 것을 막아줍니다.

우리가 굴국밥을 해장을 위해 즐겨 먹는데, 근거가 될 만한 내용도 보입니다. 동의보감에는 술을 마신 뒤에 번열이 나는 것을 치료하는데, 굴조개살에 생강과 식초를 넣어서 먹는다고 했습니다.

천연 수면제+진정제

 

또 몹시 피로하고 지쳤을 때 살을 발라서 끓여 먹으면 좋다고 했습니다. 한 구절에서는 먹으면 맛이 좋고 몸에 아주 좋다. 또한 살결을 곱게 하고 얼굴빛을 좋아지게 하며 바다에서 나는 것 중에서 으뜸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진료실에서도 피로할 때 굴을 먹으면 회복이 된다는 분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모려는 정액이 새거나 냉이 있을 때 식초로 반죽해 사용했습니다. 이밖에도 땀이 지나치게 많거나 대소변이 잦을 때도 굴을 먹으면 증상이 호전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모려는 약으로 쓸 때는 껍질만을 사용하는데 열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흥분되고 피로할 때 진정 작용이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유정(정액이 새는 것), 대하, 요실금 등에도 사용해 새는 것을 막아줍니다. 최근에는 불면증에도 모려를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굴은 소양인에게 가장 좋습니다. 대부분의 조개류가 소양인과 태양인에게 좋고, 소음인과 태음인에게는 썩 좋지 않습니다. 민물조개와 다슬기 등은 반대입니다. 굴을 먹고 크게 체하거나 설사하는 분들은 대부분 음인 체질인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생강이나 마늘과 같이 따뜻하고 냉기를 풀어주는 재료와 함께 곁들이면 탈이 없습니다. 굴국에 무와 멸치 등이 들어가고 고추와 마늘 등 매운 재료도 들어가는데 굴의 냉한 기운을 중화시켜 주고 대장과 위장을 따뜻하게 풀어주는 작용을 합니다. 그래서 궁합이 중요합니다.

바다 속 바위위에서 자라면서 마음을 편안하고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굴을 떠올리면 석화, 즉 꽃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네요.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

김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