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500원 주고 데려온 병아리가 아프자 엉엉 운 조카에게 삼촌이 한 말

김연진
2020년 12월 23일 오후 1:32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1:23

어린 시절, 학교 앞에서 500원에 팔던 병아리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유난히 귀여운 병아리를 집에 데려와 애지중지 키우려고 해봤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금세 죽고 말았다.

병아리가 시름시름 앓거나 눈을 감으면, 어린 마음에 그게 왜 그렇게 슬펐는지. 밥도 못 먹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여기 ‘학교 앞 병아리’와 관련된 사연 하나가 있다. 병아리를 데려온 조카, 그리고 동심을 지켜주려는 삼촌의 이야기다.

연합뉴스

누리꾼 A씨는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는 “약 10년 전, 형 집에서 지낼 때 이야기다. 조카가 유치원 끝나고 병아리 4마리를 집에 데려왔다. 한 마리에 500원 주고 샀다고 했다. 용돈을 탈탈 털어 귀여운 병아리를 데려온 셈이다”고 전했다.

이어 “기뻐서 날뛰는 조카를 보며 가슴이 아팠다. 딱 봐도 병아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래도 애가 상처받을까 봐 열심히 키워보자고 말해줬다”고 덧붙였다.

어린 조카는 물었다. “삼촌, 병아리는 뭘 먹여야 돼?”

온라인 커뮤니티

A씨는 열심히 정보를 검색해 조카에게 알려줬다. “생쌀을 물에 불려서 주면 된대”. 결국 병아리 밥까지 챙겨주게 된 A씨였다.

그런데 A씨의 불길한 예감은 점차 현실이 됐다. 병아리가 시름시름 앓다가, 한 마리씩 눈을 감았다. A씨가 “병아리가 그냥 자는 거야! 죽은 게 아니야”라고 말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조카는 세상을 잃은 듯 엉엉 울기 시작했다. 4마리였던 병아리는 1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슬퍼하는 조카를 보며 A씨는 “마지막 한 마리라도 잘 키워보자. 동물병원에 데려가면 의사 선생님이 잘 치료해주실 거야”라며 달랬다.

연합뉴스

그렇게 동물병원으로 향한 A씨와 조카. 수의사는 멍하니 병아리와 A씨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래도 정성껏 진료를 해주셨다. 병아리 몸에 청진기를 대며 건강 상태를 살폈고, 수액도 놓아줬다. 아마 수의사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치료를 해도 병아리가 오래 살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하지만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다시 건강해진 병아리를 보며 조카의 얼굴은 다시 밝아졌다. 그는 “솔직히 병원비가 많이 나와서 부담스러웠다. 살면서 병아리를 동물병원에 데리고 갈 줄은 몰랐다. 그래도 동심을 지켜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고 고백했다.

안타깝게도 병아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짧은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카의 동심을 지켜주려는 삼촌의 마음은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