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위해 슬리퍼 입에 물었던 장군…美 육군협회 석좌위원으로 위촉

황효정
2023년 08월 23일 오후 5:33 업데이트: 2023년 08월 23일 오후 8:03

미국인 아닌 사람으론 최초

“병사들의 보급품은 제때 보급돼야 한다”며 오로지 병사들을 위해 슬리퍼를 입에 문 투스타 장군의 근황이 전해졌다.

최근 국방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예비역 중장)은 미 육군협회(AUSA)의 석좌위원으로 위촉됐다.

1950년 설립돼 미국 육군의 군사 전략을 연구하는 단체인 미 육군협회가 미국인이 아닌 사람을 석좌위원으로 위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미 육군협회는 석좌위원에 미 육군 예비역 장성들을 주로 위촉해 왔다.

전 전 특전사령관은 한국군 내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꼽힌다. 이라크전과 한미연합훈련 등에서 활약한 공로로 한미 정부로부터 총 11개의 훈장을 받아 대한민국 국군 장성 가운데 최다 훈장 수훈자로서 이름을 남긴 바 있다.

협회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 석좌위원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인범 인스타그램

이 같은 근황이 전해진 전 전 특전사령관은 사실 ‘슬리퍼를 입에 문 참군인’으로 특히 더 유명한 인물이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과거 군수 사령관 앞에서 ‘병사들의 슬리퍼 보급을 요청한다’는 취지로 슬리퍼를 입에 문 적이 있다.

당시 군대 보급품은 적시에 나오지 않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병사들의 슬리퍼였다.

전 전 특전사령관은 신병교육대에서 병사들이 받아 오는 슬리퍼가 상병쯤 돼서는 해지거나 부러지는 점을 늘 가슴 아파했다. 병사들의 고충을 가슴 깊이 공감한 그는 마트에서 슬리퍼를 사주려고 했지만, 사제품은 쓸 수 없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이에 전 전 특전사령관은 슬리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가지 묘책을 떠올렸다.

유튜브 ‘전인범In-Bum Chun’

군수 사령관이 전방 부대에 왔을 때 그 앞에서 슬리퍼를 물고 사진을 찍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령관님, 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이 사진을 치우지 마십시오.”

얼마 뒤 슬리퍼 3000족이 부대로 도착했고 전 전 특전사령관은 부대원들에게 한 켤레씩 나눠주었다.

전 전 특전사령관은 전역 후 당시를 회상하면서 “제가 어느 부대, 어느 지휘관을 했든지 제가 데리고 있던 부하들은 훨씬 깨끗한 전투복, 군화를 입히고 먹이고 했다는 것이 제일 자부심과 자랑이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앞으로 주한미군, 미국 주요 단체 등에서 한미 군사 관계 강화 방안 등을 주제로 강의할 예정이다. “최선을 다해 한미동맹 강화에 나서겠다”고 전 전 특전사령관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