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 수백억 달러 투자한 중국…탈레반이 망칠까 전전긍긍”

피터 장(Peter Zhang)
2021년 08월 26일 오후 3:50 업데이트: 2021년 08월 26일 오후 4:26

아프간 탈레반, 파키스탄 탈레반…중국에 대한 태도는 정반대
파키스탄 탈레반은 ‘반중 세력’, 중국인 겨냥해 연달아 테러 공격

탈레반 정권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으로 국제사회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중국은 앞장서서 탈레반에 손을 내밀었다. 중앙아시아 ‘일대일로(一帶一路)’에 투자한 수천억 달러가 물거품이 될 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외부 필진인 런수리(任舒立) 칼럼니스트는 중국 정부가 아프간발 혼란이 신장위구르지역과 파키스탄으로 번지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아프간과 접경한 파키스탄은 중국의 해외 인프라 투자사업인 ‘일대일로’ 최대 수혜국이다.

중국은 2015년 파키스탄에 3년간 460억 달러(약 58조원)를 투자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프로젝트를 발표했으며, 2017년에는 투자금액을 620억 달러(약 72조원)로 확대했다.

지난 2013년 일대일로 시작 이후, 중국은 외국의 도로, 댐, 발전소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해 5천억 달러(약 585조원) 이상의 개발차관을 해외에 제공했다.

이 가운데 12% 이상을 파키스탄에 쏟아부은 셈이다. 파키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이익과 관련된 핵심 지역이다.

중국은 인도 견제를 목적으로 파키스탄을 끌어안고 있지만, 친중 국가로 분류되는 파키스탄 내부에서도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일어난다. 이는 파키스탄 내 자산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7월 파키스탄 북서부에 중국 국영기업이 건설 중인 다수댐 수력발전소로 향하는 출근버스가 폭발해 중국인 엔지니어 9명이 사망했다. 중국은 이 사건을 중국인을 노린 조직적 테러 사건으로 규정했다. 파키스탄은 이를 아프간 탈레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7월 파키스탄 북서부 버스폭팔 테러 사건 현장. 중국인 엔지니어 9명이 사망하는 등 중국인을 노린 공격으로 여겨졌다. | AP/연합

앞서 4월에는 파키스탄 주재 중국대사가 투숙한 호텔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4명이 사망했다. 사건 몇 시간 뒤 파키스탄 탈레반은 자살폭탄테러라고 밝혔다. 중국대사를 노린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은 아프간 탈레반과 파키스탄 탈레반을 구분하려 한다. 지난 7월 중국 외교부는 다수댐 버스 폭발 사건과 관련해 아프간 탈레반의 소행이 아님을 강조했다. 중국은 아프간 탈레반을 ‘중요한 군사력과 정치력’으로 부르지만, 파키스탄 탈레반은 테러 조직으로 간주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지난 7월 28일 중국 톈진을 방문한 아프간 탈레반 대표단과 만나 ‘아프간을 중국 공격을 위한 기지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런수리 칼럼니스트는 “이 약속만으로도 중국이 아프간 새 정권에 대해 얼마나 우려하는지 보여준다”고 밝혔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저개발국가를 ‘빚의 덫’에 빠뜨린다는 비난을 받지만, 거꾸로 돈만 날리며 허탕을 치기도 한다. 베네수엘라 투자가 대표적 사례다.

중국 양대 정책은행인 국가개발은행과 중국 수출입은행은 지난 10년간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유럽 국가에 약 2820억 달러(약 330조원)를 대출했으며, 베네수엘라는 가장 선호되는 투자지였다. 산유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차관을 제공하는 대가로 석유를 공급받았다. 중국 당국은 베네수엘라에 차관을 얼마를 제공하더라도 석유로 돌려받을 수 있다고 안심했다. 2013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40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했다.

그러나 2014~2015년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50달러로 반토막났다. 베네수엘라에는 경제위기가 닥쳤고,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대출금 상환 기간을 연기했다. 베네수엘라는 지금까지도 중국에 300억 달러의 차관을 연체하고 있다.

후베이성 우한에서 촉발된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도 중국 ‘일대일로’에 타격으로 돌아왔다. 지난 4월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중국에 경기 침체를 이유로 수십억 달러의 차관에 대한 조정을 요청했다. 한 마디로 깎아달라는 것이다.

파키스탄은 경제난 주범으로 철도건설 등 일대일로 사업 축소를 선언하고 나섰다. 사진은 파키스탄 카라치의 철도 | EPA/연합뉴스

키르기스스탄, 스리랑카, 아프리카 여러 국가도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수백억 달러의 차관 상환에 대해 만기 연장이나 탕감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의 차관은 국제 기축통화인 달러화로 제공된다. 대출금 상환 기한을 연장하거나 탕감해준다면 중국의 금융 시스템에 엄청난 압박이 될 것이다. 이는 중국 인민들의 분노로 이어질 수 있다.

런수리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연이은 일대일로 투자 실패는 결정 과정의 문제점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기관인 세계은행과 비교하면, 중국의 일대일로 투자는 대상국의 리스크와 수익률 등 구체적인 지표를 철저히 분석해 시행되는 세계은행 투자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런수리 칼럼니스트는 이를 “직관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대출 대상을 선택할 때 한 국가의 신용기록을 조회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나 인프라를 충분히 확보하면 채무자가 어떻게 될지를 예측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학자는 중국의 일대일로가 경제적 프로젝트보다 정치적 프로젝트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해군 장관을 지낸 민주당 소속 짐 웨브 전 상원의원은 지난 2월 “일대일로는 중국의 글로벌 전략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개발도상국과 경제 및 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관련 이익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군사침투를 감행했다”고 밝혔다.

국립대만대 경제학과 장칭시(張淸溪) 명예교수는 일대일로에 대해 “중국은 자국의 과잉생산 해소, 에너지 자원 수급 강화, 전략적 요충지 점령, 정치적 영향력 확대, 궁극적으로 미국을 밀어내고 글로벌 리더가 돼 세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류의 정상적 문화를 파괴하고 공산당 문화를 이식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2020년 일대일로 국제패션위크’ 행사 성공을 위한 언론 컨퍼런스가 지난 1월 12일 중국 북경 차이나월드 호텔에서 개최됐다. 본 행사는 2월 열렸다. | 웨이보

실제로 중국의 일대일로는 경제·무역 분야를 넘어 문화·예술 분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은 작년 1월 코로나19의 사람 간 전염을 인정하기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베이징에서 ‘일대일로 국제패션위크’를 위한 언론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장칭시 명예교수는 “참여국 내부의 정치, 민족, 종교적 상황이 일대일로의 성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이 건설하는 중앙아시아 철도는 역으로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에포크타임스는 세계적 재난을 일으킨 코로나19의 병원체를 중공 바이러스로 부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