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 “내년 美 대선서 트럼프 당선 가능성…세계주의 위태롭게 할 것” 우려

톰 오지메크
2023년 09월 6일 오후 6:05 업데이트: 2023년 09월 6일 오후 6:49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미국 민주당의 최대 기부자인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비영리단체 오픈소사이어티재단(OSF)이 오는 2024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을 예측하며 우려를 표했다.

최근 조지 소로스의 후계자로 결정된 그의 아들 알렉산더 소로스 OSF 이사장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미국 정치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의 승리, 통합의 위태로움?

알렉산더는 트럼프 전 대통령 또는 다른 MAGA(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어젠다를 주창하는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세계주의 어젠다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 마디로 ‘통합’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기고문에서 그는트럼프 또는 적어도 트럼프처럼 고립주의 정책을 주장하는 사람이 공화당 후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같은 마가 스타일의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면 유럽의 통합을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응해 여러 전선에서 이룬 진전을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알렉산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이 어떻게 유럽의 통합을 위태롭게 할 것인지, 어떻게 우크라이나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영토 일부를 양보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도록 추진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 1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CNN 타운홀에서 연설하고 있다.|CNN/Screenshot via 에포크타임스

앞서 지난 5월 CNN 타운홀 미팅 방송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취임하면 하루 24시간 이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공언했다.

또 같은 시기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이 무기를 내려놓고 평화협정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방법에 관해 언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더 이상은 안 된다. 이제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푸틴에게는 ‘당신이 협상하지 않으면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지금까지 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지가 약화하는 추세다. 지난달 4일(현지 시간) CNN-SSRS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과반수인 51%가 “미국은 할 만큼 했다”고 응답했다.

같은 달 22일 미 국무부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에 총 431억 달러(한화 약57조4000억 원)에 달하는 군사 지원을 했다고 발표했다.

에포크타임스는 이에 관해 트럼프 캠프 측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기사 보도일(4일)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것은 어떤 종류의 후퇴도 아니다”

이번 기고문은 OSF가 유럽 부문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게재됐다.

지난 7월 영국 일간 가디언은 OSF가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이메일을 인용, 재단이 유럽연합(EU) 내에서 진행 중인 업무의 상당 부분을 철수 및 종료한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를 가리켜 “유럽에서의 후퇴”라고 표현했다. 블룸버그 또한 “유럽에서 우파의 득세로 소로스가 후퇴한다”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그러나 알렉산더는 재단이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방식을 재조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는 후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알렉산더 소로스는 지난해 12월 OSF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미국 민주당의 거물급 인사인 조지 소로스는 과거 인터뷰에서 “원칙적으로 가족에 의해 재단이 인수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조지 소로스는 올 상반기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부자(父子)는 생각하는 게 비슷하다”며 “아들이 재단을 이끌 자격이 있기 때문에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해명했다.

아들 알렉산더 소로스는 “나는 아버지보다 더 정치적인 사람”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버지인 조지 소로스는 선거자금 기부를 통해 미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알렉산더는 그의 아버지가 선거자금을 기부하기 위해 조직한 ‘소로스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아버지보다 알렉산더 본인이 더 ‘정치적’이라고 밝힌 만큼, 그가 운용하게 될 소로스의 막대한 자금은 내년 미국 대선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 등 진보 진영의 자금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알렉산더 소로스는 “정치에서 돈을 빼고 싶지만 상대방(트럼프)이 움직이는 한 우리도 움직여야 할 것”이라며 이번 대선에서 소로스 재단의 막대한 자금이 반(反)트럼프 캠페인을 지지하는 데 투입될 것임을 시사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