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동성애·성전환자 집회서 50명 체포…강경대응 확인

한동훈
2023년 06월 28일 오전 10:32 업데이트: 2023년 06월 28일 오전 10:32

동성애 집회 주최 측 “증오와 부정 정책” 비판
이스탄불 주지사 “전통적인 가족 구조 위협”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동성애자 등의 집회에서 최소 50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2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튀르키예 수도 이스탄불에서는 동성애·성전환자 등이 사회에 존재감을 알리는 행진을 벌였다가 경찰의 진압을 당했다.

경찰은 이들이 이스탄불의 최고 번화가인 ‘이스티클랄 거리’와 유명 관광명소인 ‘탁심 광장’에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저지선을 구축하고 인근 도로를 봉쇄했다.

무지개 깃발을 든 집회 참가자들은 거리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인근 거리를 행진한 후 경찰 저지선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해산했다.

튀르키예에서 동성애·성전환 등은 범죄는 아니지만, 지난 수년간 이를 적대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경찰의 단속도 엄격해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평가했다.

현 집권세력인 레제프 타이이르 에르도안 대통령 정권과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은 동성애·성전환 등에 대해 강경 대응 입장을 강화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달 야당이 우세하다는 예상을 깨고 재선에 성공한 이후 야당을 상대로 “친 LGBT(여성동성애·남성동성애·양성애·성전환자)”라고 비판한 바 있다.

주최 측은 행진이 끝난 후 참가자 50명 이상이 경찰에 연행됐다며 “에르도안 정권이 LGBTI+ 공동체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LGBTI+는 LGBT에 간성(intersex·남성도 여성도 아닌 성별 주장)과 그외를 포함한 개념이다.

주최 측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증오와 부정 정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이날 튀르키예 제3의 도시인 이즈미르에서 열린 자긍심 행진에서도 최소 44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당국은 동성애자 등의 활동이 전통 질서와 가치관을 전복하려는 시도라고 보고 있다.

다부트 굴 이스탄불 주지사는 이달 트위터를 통해 “전통적인 가족 구조를 위협하는 어떠한 활동도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성애자·성전환자 등은 세계 각지에서 ‘자긍심 행진(Pride marches)’이라는 명칭으로 존재감을 알리고 사회 주류적 측면의 일부로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대구에서도 지난 17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진행됐다. 동성로 상인들과 시민단체는 이 집회가 도로를 점용하는 등 상인들의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대구지방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대구시청 및 중구청은 “집회제한 구역에서의 도로점용은 불법”이라며 공무원 500명을 투입해 행정대집행을 시도했으나, 대구시 경찰청이 법원 판결에 따라 집회를 보호하겠다며 막아서면서 공권력 충돌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서구권에서는 무지개를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왔으며, 특히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구약성경 창세기에 기재된 ‘노아의 대홍수’ 영향으로 신과 인간 간 관계회복의 상징처럼 받아들여 왔다.

동성애자 등의 집단에서 ‘다양성’의 상징으로 무지개 깃발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후반부터다. 현재는 남녀 성별을 벗어난 성정체성을 주장하는 퀴어집회에도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