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해먹기 좋은 초간단 프랑스 전통요리 ‘토마토 파르시’

오드레 르 고프(Audrey Le Goff)
2023년 09월 7일 오후 4:13 업데이트: 2024년 01월 31일 오전 10:26

토마토가 제철인 계절이 돌아오면, 프랑스 집집마다 식탁에 자주 오르는 음식이 있다. 토마토 파르시다.

파르시(Farcie)란 프랑스어로 ‘다진 고기와 채소로 속을 채우다’라는 뜻이다. 토마토 파르시는 토마토 속을 파내 그릇처럼 만든 다음 그 속을 다른 재료로 듬뿍 채우고 구운 요리다.

프랑스 전통음식인 토마토 파르시는 주방에 남은 고기나 오래된 빵, 딱딱하게 굳은 치즈와 허브 등을 지혜롭게 활용하기 위해 탄생한 요리다.

전통적인 프로방스식 요리법은 소고기, 빵, 치즈를 섞어 토마토 속을 채우고 허브로 향을 낸 다음 밥 위에 올려 윗면이 약간 바삭해질 때까지 구워내는 방식이다. 아래 해당 레시피를 소개한다.

해당 레시피는 중간 크기에서 큰 크기 적토마토라면 어떤 것이든 사용할 수 있다.|사진=오드레 르 고프 제공

토마토 팁

프랑스인들은 현지에서 늦여름마다 쏟아져 나오는 제철 토마토를 활용하기 위해 이 같은 레시피를 개발해 냈다.

토마토 파르시를 만들 때 쓰기 적절한 토마토는 중대형 크기의 둥근 적토마토다. 단, 똑바로 세우기 어려운 타원형의 토마토는 피하도록 한다.

또 구웠을 때 무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약간 단단한 토마토를 고르는 게 좋다.

토마토를 고르고 나면 토마토 속을 파낸 후 물기를 잘 빼주도록 한다. 수분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속을 뺀 토마토 안쪽을 소금에 절인 후 키친타월 위에 거꾸로 뒤집어 1시간 이상 둬야 한다.

소고기, 소금, 후추, 달걀, 바질, 허브, 파마산 치즈, 토마토 과육, 우유에 적신 빵을 섞어준다.|사진=오드레 르 고프 제공

속을 채우는 비밀

토마토 파르시 소는 매우 소박하고 만들기도 쉽다. 하지만 재료마다 특유의 역할이 따로 있다.

일례로 소에 들어가는 빵은 바게트빵이나 식빵 등 오래된 빵 아무거나 사용해도 되지만, 꼭 넣어야 하는 재료다. 빵은 토마토와 소고기가 익는 동안 방출되는 수분을 흡수해 속이 눅눅해지거나 토마토가 물러지지 않도록 해준다.

파마산 치즈는 짭조름한 맛도 더해주지만, 모든 재료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하면 익은 후에도 토마토 모양이 잘 유지되고 토마토 파르시를 썰 때도 속재료가 부서지지 않는다.

토마토 파르시를 구울 때 밑에 깔아주는 용도의 밥은 아무 쌀이나 쓰면 된다. 이때 밥은 총 세 가지 역할을 한다. 토마토 파르시가 구워지는 동안 쓰러지지 않고 똑바로 서 있을 수 있도록 하며, 고기와 토마토가 익으면서 뿜어내는 여분의 즙을 흡수한다. 마지막으로 토마토 바닥이 눅눅해지지 않게 해 준다. 굽고 난 뒤에는 밥에도 토마토 과즙과 소고기 육즙이 스며들어 풍미가 더해지고, 밥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속을 비운 토마토에 속을 채우고 밥 위에 똑바로 세운다.|사진=오드레 르 고프 제공

토마토 파르시(4~6인분 기준)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다.

· 중간 크기의 둥글고 단단한 완숙토마토 6개

· 오래된 빵 2~3조각

· 우유 3/4컵

· 올리브오일 3큰술

· 다진 마늘 2쪽

· 중간 크기 양파 1개 다진 것

· 다진 소고기 500g

· 소금 1/2작은술

· 후추 1/2작은술

· 달걀 1개

· 잘게 썬 생바질 2~3잎

· 허브가루 1큰술

· 잘게 간 파마산 치즈 2큰술

· 밥 2~3컵

남은 토마토 토핑을 얹고 올리브 오일을 뿌린 뒤 굽는다.|사진=오드레 르 고프 제공

먼저 토마토의 윗부분을 잘라내고 숟가락으로 속을 파낸다. 파낸 과즙과 과육은 별도로 그릇에 담아두고, 잘라낸 토마토 꼭지도 보관한다. 속을 파낸 토마토 안쪽에 소금을 살짝 뿌리고 천 또는 키친타월 위에 뒤집어서 1시간 이상 둔다.

빵을 그릇에 넣고 우유를 부은 뒤 20~30분간 재워둔다.

따로 담아둔 토마토 과육을 굵게 다진다. 프리이팬에 올리브오일 1큰술을 넣고 중간 불에 다진 양파와 다진 마늘을 볶는다. 중간에 다진 토마토 과육과 과즙을 넣고 함께 볶는다. 수분이 날아가고 반죽 같은 농도가 될 때까지 저어가며 약 10분간 더 볶는다.

오븐을 180℃로 맞춰 예열한다.

베이킹 접시에 올리브 오일 1큰술을 바른다. 밥을 그 위에 깔아준다.

커다란 그릇에 다진 소고기, 소금, 후추, 달걀, 바질, 허브가루, 파마산 치즈, 우유에 불려둔 빵을 넣고 한데 섞는다. 여기에 볶아둔 토마토 과육도 넣고 잘 섞어준다.

이렇게 만든 소를 숟가락을 이용해 토마토에 잘 채워 넣는다. 속을 채운 토마토를 베이킹 접시에 똑바로 세워 둔다. 따로 보관해 둔 토마토 꼭지를 얹고 그 위에 나머지 올리브 오일 1큰술을 뿌린다.

1시간 30분(육안으로 보기에 밥이 노릇노릇해지거나 토마토 윗부분 가장자리가 검게 그을릴 때까지) 구워준다. 이후 30분 정도 식힌 다음 식탁에 내면 된다. 뜨거운 게 싫다면 하루쯤 지나서 먹어도 좋다. 다음 날 먹으면 더 맛있다는 사람들도 있다.

굽는 과정에서 소고기 육즙과 토마토 과즙이 밥에 배어 풍미가 더해지고, 윗면은 바삭바삭해진다.|사진=오드레 르 고프 제공

오드레 르 고프는 자칭 영원한 요리광으로 쿠킹클래스 등에서 요리 열정을 공유하고 있다. 레시피 대부분이 간단하고 누구라도 이해하기 쉬워 인기가 높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