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턱밑 쿠바에 도청 기지 건설? 건설될 경우 미군 주요 기지 영향권

2023년 06월 9일 오후 6:13 업데이트: 2023년 06월 9일 오후 6:13

전 세계를 상대로 전개하는 스파이 행위로 논란을 빚는 중국을 둘러싼 의혹이 다시금 제기됐다. 이번에는 미국 본토와 인접한 쿠바이다. 쿠바는 ‘지구상의 마지막 사회주의 국가’로 평가 받는다. 중국과 관계도 긴밀하다.

6월 8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쿠바에 도청 기지를 건설하기로 쿠바와 비밀 합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기지 건설 대가로 현금이 부족한 쿠바에 수십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쿠바에 도청 기지가 건설될 경우 중국 정보기관은 군사 기지가 대거 몰려 있는 미국 남동부 전역의 전자 통신 정보를 수집하고 미국 선박 통행도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기밀정보에 정통한 미국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소식통들은 다만 도청 기지 예정지나 실제 건설에 착수했는지 등의 세부 정보는 공개하기를 거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중동, 아프리카 이집트, 중앙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국방부 산하 통합사령부인 미국 중부사령부(United States Central Command)는 플로리다주 탬파 맥딜 공군기지에 본부가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페이엣빌 등에 산재한 포트 리버티(Fort Liberty)는 미국 육군 공수부대와 특수작전부대 기지이다. 쿠바는 플로리다주에서 약 160㎞ 떨어져 있다.

보도 후 미국 백악관은 “정확하지 않은 보도이다.”라고 밝혔고, 쿠바 외교당국은 “근거 없는 내용이다.”라며 일축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사안에 대해 언급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중국이 이 반구(서반구)를 포함해 군사적 목적이 있을 수 있는 전 세계 인프라스트럭처에 투자하려고 노력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를 모니터링하고 대응 조치를 취하면서 국내와 역내(域內), 전 세계에서 우리의 모든 안보 공약을 이행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쿠바 외교당국은 “근거없다.”며 보도 내용을 반박했다.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데 코시오 쿠바 외교부 차관은 6월 8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미국 신문 월스트리트저널은 완전히 거짓되고 근거 없는 기사를 냈다. 우리에 대한 금수(禁輸) 조치와 봉쇄를 정당화하려는 기만이자 명백한 오류이다.”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을 비판했다.

소식의 출처로 지목된 미국 정부는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중국과 쿠바가 새로운 형태의 스파이 기지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날 미국이 서반구에서 외국 세력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입한 사례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언급했다. 케네디 행정부 시절 발생한 쿠바 미사일 위기는 소련이 미국과 가까운 쿠바에 미사일 배치를 시도하면서 미국과 소련이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 직전까지 간 사건이다.

미국 정부는 부인했지만 전문가 의견은 다르다. 이들은 중국이 ‘미국도 중국 인근에서 군사·정보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쿠바 기지 건설을 정당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역내 평화와 안정을 이유로 남중국해 상공과 대만 해협에서 군사·정찰 활동을 해왔다.

크레이그 싱글턴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 연구원은 “쿠바 내 도청 시설은 중국이 미국의 뒷마당에서도 똑같이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기지 설립은 중국의 광범위한 국방 전략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신호이자, 일종의 ‘게임 체인저’이며 쿠바를 선택한 건 (중국의) 의도적인 도발이다.”라고 분석했다.

‘공산당’이 통치하는 공통점을 지닌 중국과 관계는 긴밀하다. 2021년 쿠바는 중국이 주도하는 경제블록 구상인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가하기로 했다. 이후 2022년 11월 2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주석 겸 공산당 제1서기가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들은 “사회주의 국가 단결”을 결의했다.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쿠바와 정치적 상호 신뢰를 끊임없이 심화하고, 실무 협력을 확대하며 상호 핵심이익 문제에서 서로의 지지를 확고히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 및 지역 문제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이어 “두 사람은 각자의 특성을 가진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길을 함께 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디아스카넬 국가주석은 “이번 방문은 우리가 쿠바와 중국의 우의와 협력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여기에 관심이 있음을 뜻한다.”고 화답했다.

앞서 2016년 9월, 당시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가 쿠바를 순방했다. 리커창은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1959년 쿠바혁명의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을 예방했다.  피델 카스트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반(反)서방 국가원수들과의 회동을 통해 국제사회에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당시 리커창은 순방에서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쿠바가 중국에 진 부채를 대폭 탕감하는 동시에 아바나 일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을 위한 4건의 대규모 신규대출을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