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군비 지출 역대 최고…“글로벌 평화·안보 악화”

프랭크 팡
2024년 04월 26일 오전 10:43 업데이트: 2024년 04월 26일 오전 10:43

전 세계의 군사비 지출이 9년 연속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또다시 갈아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스웨덴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 22일(현지 시각)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군사비 지출 규모는 약 2조 4400억 달러(약 336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약 6.8% 늘어난 것으로, 2009년 이후 가장 큰 증가율이다.

보고서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미주, 아시아·태평양,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5개 지역에서 모두 군사비 지출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고 강조했다.

SIPRI의 선임 연구원인 난 티안은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증가했다”며 “글로벌 평화와 안보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안보 환경이 흔들림에 따라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자국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군사비 지출은 총 9160억 달러로 전년보다 약 2.3% 증가했다. 미국은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의 37%를 차지하는 최대 지출 국가였다.

중국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2960억 달러를 지출해 미국에 이어 군사비 지출 2위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군사비 지출은 29년 연속 증가했다”며 “중국의 지출 규모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하지만,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으로 한정하면 그 비율은 무려 50%까지 치솟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 주변에 있는 국가들은 ‘중국의 위협 증가’로 인해 군사비 지출을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과 대만의 군사비 지출은 각각 502억 달러와 166억 달러로, 두 국가 모두 전년보다 약 11% 증가했다.

SIPRI의 샤오량 연구원은 “중국은 자국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며 “일본, 대만 등 주변국들도 이에 영향을 받아 군사비 지출을 늘리고 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동 지역에서의 긴장 및 전쟁으로 인한 영향에도 주목했다.

지난해 중동 지역의 군사비 지출은 전년 대비 9% 늘어난 2000억 달러로 파악됐다. 이 지역에서 증가율이 가장 큰 국가는 이스라엘로, 전년보다 24% 증가한 275억 달러를 군사비로 지출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뒤,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군사비 지출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SIPRI의 또 다른 선임 연구원인 디에고 로페스 다 실바는 “지난해 중동 지역의 군사비 지출이 크게 늘어난 데는 대규모 전쟁과 외교 분쟁 등 급변하는 지정학적 상황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군사비 지출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러시아는 전년 대비 24% 증가한 1090억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우크라이나의 군사비 지출은 648억 달러로, 러시아의 약 59% 수준이다.

보고서는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는 미국 등으로부터 최소 350억 달러 규모의 군사 원조를 받았다. 이를 모두 합치면 러시아 지출의 약 91%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