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 장교들, 시진핑 앞에선 대만침공 지지…뒤에선 딴 생각”

강우찬
2023년 08월 12일 오전 11:06 업데이트: 2023년 08월 12일 오후 12:12

“당의 절대 군권은 인민군대 건군의 근본이자 강군의 영혼이다.”

지난 3일 자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이 같은 제목의 사설을 싣고 “우리 군대는 당의 정치적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총으로 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민해방군 대변인 역할을 하는 ‘해방군보’는 이 사설에서 중국 군대가 ‘당의 정치적 임무를 수행하는 무장집단’이라고 밝히면서 모든 장교와 병사들에게 “철저하고 무조건적이며 어떠한 불순물도 섞여 들지 않은” 충성을 요구했다.

호주에서 중국 평론가로 활동 중인 위안훙빙(袁紅冰·71)은 “최근 로켓군 수뇌부를 대거 교체한 이후 공산당 군사 매체들이 시진핑에 대한 ‘절대적 충성’을 군에 계속 촉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베이징대 법학과 학사·박사 학위 취득 후 1994년까지 베이징대 법학과 교수로 재직한 위안훙빙은 2004년 8월 호주에 정치적 망명했으며, 이후 중국 공산당의 독재와 인권탄압을 비판하며 평론가로 활동해왔다.

위안훙빙은 공산당 군사신문들의 충성 요구는 그만큼 시진핑이 군부에 불안감을 갖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진핑이 대만 무력통일 검토 등 군사적 행보를 높여가자 군 장교들은 앞에서는 따르면서 뒤에서는 반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전날 로켓군 사령관을 새로 임명하는 등 로켓군 수뇌부를 대폭 물갈이했다. 특히 1인자인 사령관과 정치적 최고책임자인 정치위원을 동시에 교체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위안훙빙은 “시진핑이 군의 충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 숙청을 진행하고 있지만, 목적 달성이 쉽지 않다”며 “군 장교들 입장에서는 시진핑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할 마땅한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 하락, 실업률 증가, 물가 상승 등 공산당에 대한 민심이 저하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진핑이 자신을 ‘영명한 지도자’로 추켜세우며 숙청을 반복해 군인들 사이에서 충성심이 우러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해방군보는 사설에서 “당에 대한 절대 충성의 요점은 ‘절대’라는 두 글자”라며 “당에 충성스러운 이들의 손에 총을 쥐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당중앙, 중앙군사위원회, 시진핑 주석의 명령에 확고부동하게 복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켓군 숙청으로 교체된 사령관은 작년 1월 시진핑에 의해 상장(대장)으로 승진한 인물이었다. 불과 1년 반 만에 신뢰가 깨어진 셈이다.

위안훙빙은 시진핑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가 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군의 충성심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진핑은 이미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포기했으며 군사적 방법을 통한 해결을 모색한다. 이는 대만인들과 국제사회가 ‘일국양제’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진핑은 홍콩 반환 이후 홍콩에서 반중공(중국 공산당) 세력이나 독립파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래서 대만에서는 대만독립파를 군사적 수단으로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대만 침공, 인민군 패배와 뒤이은 군사 쿠데타 가능성”

위안훙빙은 또한 해방군이 단순히 부패 만연 외에도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시진핑은 군내 스파이 조직을 통해 로켓군과 전략지원부대 수뇌부에서 ‘불온한 움직임’이 있음을 감지했다”며 “이것이 수뇌부 물갈이의 진정한 이유”라고 말했다.

해방군은 육군, 해군, 공군, 로켓군, 전략지원부대, 무장경찰부대 등 6개 군종으로 편성돼 있다. 로켓군은 전략미사일운용 부대이자 핵무기 운용을 담당하며, 전략지원부대는 전자전·사이버전·우주전이 주임무다. 두 부대는 2015년 창설(로켓군은 재창설)돼 비교적 신설 군종이다.

위안훙빙은 “현재 중공군(공산당 군) 장교들은 공개석상에서는 시진핑의 대만해협 군사행동을 지지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전문적인 관점에서 대만해협에서 전쟁을 시작하면 중공군이 패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구소련군 무기체계를 이어받은 중공군 장비들이 실전에서 미군의 최신예 군사장비와 맞닥뜨릴 경우, 기대에 못 미치는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군의 참수작전도 중공군 장교들이 대만 침공을 꺼리는 요소로 알려졌다. 작년 10월 미군은 공군대학의 ‘로켓군 보고서’를 공개하며 중국 미사일 기지의 세밀한 좌표를 파악하고 있음을 드러낸 바 있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원은 “유사시 제거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했다.

위안훙빙은 “적극적인 장교들은 전쟁이 발발하면 자신들의 지위를 지키려 군사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다”며 “지금은 군권이 모두 시진핑 손에 있지만,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현장 지휘관들이 권력을 나눠 가지게 되며 이렇게 나뉜 권력은 종종 권력자에게 부메랑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진핑은 집권 초부터 반부패를 명분으로 정치적 숙청을 지속해왔다. 비리를 저질러 부정 축재한 탐욕스러운 군 고위층은 숙청을 피하기 위해 내심 시진핑이 전쟁을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즉, 군과 시진핑이 ‘동상이몽’ 중이라는 지적이다. 양측 모두 대만 전쟁을 바라지만 시진핑은 대만 통일을 위해, 군 장교들은 숙청을 중단시키고 전쟁 상황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위안훙빙은 “시진핑 역시 이를 알기에 대규모 숙청으로 군을 장악해 내실 있는 전쟁 준비 태세를 갖추려 한다”며 “군사 신문들이 당에 대한 충성과 함께 전쟁 준비를 강조하는 이유”라고 했다.

한편, RFI에 따르면 ‘당의 절대군권’을 강조한 해방군보 사설에 대해 한 중화권 네티즌은 “중국군이 사실은 공산당 친위대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 친위대는 독재정권에만 충성하고 당 외부의 모든 세력은 잠재적인 적으로 여긴다”고 꼬집었다.

* 이 기사는 뤄야, 닝하이중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