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 “마약 중독, ‘처벌’보다 ‘치료’…경제적 효과 12배”

김태영
2023년 07월 10일 오후 9:35 업데이트: 2023년 07월 10일 오후 11:31

지난날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됐던 한국은 최근 연예인들은 물론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마약류 중독자가 급증하면서 명성을 잃었다. 청소년들도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마약을 구매하는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마약류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한국은 1999년 연간 마약 사범 수 1만 명을 돌파하면서 ‘마약 안전지대’를 벗어났으며 유엔(UN)은 한국을 ‘통제가 필요한 국가’로 분류했다. 2023년 우리나라 마약 중독자 수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인구 50명당 1명꼴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한국에서 마약 문제 심각성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환기되고 있다. 마약 중독에 대한 이해와 치료 인프라, 재범 방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속에서 마약류 범죄 예방과 치료에 평생을 헌신하고 있는 한 의료인이 있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이 그 주인공. 에포크타임스는 조성남 원장을 만나 우리나라 마약 중독의 실태와 해결 방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조성남 원장은 고려대 의과대학과 동(同) 대학원을 졸업하고 배재대 법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8년 법무부 공주치료감호소(국립법무병원 전신) 특수진료과장으로 첫 의사 생활을 시작했다. 1999년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공주병원 의료부장, 국립부곡병원 원장,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를 거쳐 강남을지병원 원장을 역임했다. 학계에선 한국중독정신의학회 감사, 대한법정신의학회 회장 등으로 활동했다. 안락한 삶이 보장된 종합병원 원장 자리를 마다하고 2019년 국립법무병원에 돌아온 조 원장은 지난 35년간 마약류 중독자를 가장 많이 치료한 국내 정신질환, 중독 치료·재활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7월 5일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이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국내에서 중독 치료는 생소한 의료 분야입니다. 이 분야에 천착하게 된 이유는요? 국립법무병원은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요?

“1987년 11월, 충남 공주에 개원한 국립법무병원(전 공주치료감호소)은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들을 치료해 재범을 방지하고 수사·재판 중인 사람의 정신상태를 감정하는 국내 유일 사법 병원입니다. 저는 군 생활을 마치고 설립 이듬해인 1988년 5월에 입사해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의사들이 ‘법정신의학’이란 신학문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수련 병원이기도 했어요. 인기 없는 학문이었는데 저는 관심이 가서 배우게 됐고, 이후 마약류 중독 치료를 전문으로 하게 됐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마약 문제가 심각합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문제 원인과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마약을 구하기가 어려웠어요. 지금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고, 가상화폐나 이른바 ‘대포통장’을 이용해 구매 대금을 지불하고, ‘던지기 수법’ 등을 통해 전달하는 등 거래 수법이 다양해지면서 마약을 구하기 쉬워졌습니다. 특히 비교적 저렴한 중국산 원료로 만든 펜타닐 패치는 1개당 약 1만 5000원 정도에 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마약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 청소년이 무방비로 범죄에 노출된 것입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직 발달 단계에 있는 청소년이 마약에 중독되면 치명적인 뇌 손상을 입게 된다는 것입니다. 청소년 마약 중독 문제를 엄중하게 다뤄야 하는 이유입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마약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2022년 481명으로 5년 만에 4배로 급증세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4월 대검찰청에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마약범죄에 엄정 대응하는 방안을 발표하며 마약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아이들에게 단순히 마약이 불법이니까 하지 말라고 해서는 효과가 없습니다. 특히 청소년은 100가지 나쁜 점을 말해줘도 한 가지 좋은 점을 알게 되면 호기심을 갖습니다. 예방 교육을 하더라도 신중하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홍보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얘깁니다. 청소년 마약 문제를 예방하려면 ‘마약 중독의 무서움’에 관해 아이들에게 제대로 알려줘야 합니다. 우리는 실제 암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이를 겪은 사람을 통해 암이 얼마나 무서운 질병인지 알고 있어서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습니까? 중독도 얼마나 무서운 질병인지 미리 안다면 자연 마약류에 입문하지 않도록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학생들에게만 가르쳐서 될 게 아닙니다. 교사, 학부모도 중독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모두 배워야 합니다.”

프로포폴 등 의사의 처방을 받은 ‘향정신성 의약품’을 통한 마약 중독 위험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근원적인 해결책은 무엇인가요?

“의료용으로 처방되는 약물 중에도 중독성이 있는 물질이 다수 존재합니다.  ‘의료용 마약류’로 분류되는데 남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현재는 사용이 금지된 품목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중추신경 억제제인 프로포폴도 치료용으로서는 좋은 마취제지만 남용해서 약물에 중독된 사람은 온종일 투약하기도 합니다. 심각한 경우 팔의 핏줄이 주삿바늘 자국으로 온통 까맣게 멍들 정도로 투약 중독인 사람도 적잖습니다. 일부 악질적인 개인 병원은 프로포폴만 전문적으로 주사하기도 합니다. 환자를 돈벌이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거죠. 또 의과대학에서 중독에 관해 깊이 있게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의사조차도 마약류 중독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약성 약품을 환자에게 처방하면서도 중독의 폐해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죠. 의료인을 대상으로 마약류 중독에 관한 교육을 필수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직접 본 중독 환자들은 어땠나요? 중독의 심각성에 관해서 설명해 주세요.

“치료감호소에서 처음 만난 환자가 필로폰 중독자였습니다. 환각 상태에서 6개월 된 자기 딸을 죽인 사람이었습니다. 환각 상태에서 인형이 자신에게 욕한다고 생각하고 아기를 길바닥에 내던진 거예요. 중독이 심하면 정신병적 상태에서 존속을 살해하는 끔찍한 일도 저지를 수 있습니다. 중독자의 뇌는 전전두엽 손상이 심해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습니다. 환각, 환청, 망상 등이 발생하고 살인이나 폭력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마약 중독자들은 중독 증상이 진행될수록 가족과 주변 친구들이 떠나 혼자 살게 되고, 약물을 하는 친구들만 만나게 되면서 재발이 반복됩니다. 심각해지면 일도 못 하고 전 재산을 탕진하고 정신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이 발생해 혼란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중독 과정은 예외가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한 번 중독자는 영원한 중독자’라고 말합니다.”

한번 마약을 시작하면 영원히 끊을 수 없다는 뜻인가요?

“그만큼 재발이 잦다는 의미입니다. ‘단약(斷藥)’, 즉 마약류를 끊기는 쉽지만 이를 유지하기는 오히려 어렵습니다. 약을 끊고 하루 만에 갈망이 생겨 다시 마약에 손을 대는 등 재발하는 게 중독의 특징입니다. 재발 이유는 ‘기억’ 때문입니다. 마약류는 뇌를 깨우거나(각성제) 마비시키는(억제제) 등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뉩니다.  모두 우리 뇌의 보상회로에 도파민을 과도하게 높이는 작용을 합니다. 평상시보다 훨씬 큰 자극을 받고 기분이 좋다고 느끼는 거죠. 우리 뇌는 강렬한 경험을 인지할 경우 이를 중요시해서 뇌에 기억을 저장해 놓는데 거의 평생 유지됩니다. 기억이 살아있는 한 생각 날 때마다 쉽게 재발하는 겁니다. 한 번 시작이 두 번, 세 번, 열 번이 되고, 몇 달, 몇 년이 되면서 평생 지속될 수 있는 겁니다. 철저한 예방이 중요하고 가능한 한 초기에 집중적인 치료를 해야 합니다. 중독은 ‘한 번으로 시작되는 질병’이기 때문입니다.”

마약 중독은 완치가 어렵다는 의미인가요?

“중독은 만성질환입니다. 의학계에서는 ‘완치’라는 개념을 쓰지 않고 지속해서 단약 상태를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치료를 합니다. 일반적으로 마약 중독자가 치료받으면 ‘한 번에 완전히 끊어야 한다’ ‘다시 하면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다’라고 생각하는 데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매일 마약을 투약하던 사람이 일주일에 한 번 투약했다면  호전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투약 양이 줄어든 것도 개선이 된 겁니다. 또 열심히 단약을 하다 재발했지만, 전에는 완전히 망가진 상태로 치료받으러 왔는데 이번에는 한 번 마약에 손대자마자 치료받으러 왔다면 그것도 치료 효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중독에서 회복됐다는 것은 마약 투약 빈도나 수량 감소, 건강 회복, 가족 간 관계 개선 등 다양한 요소를 바탕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재발이 일어나는 과정 중에서도 점차 개선될 수 있고 나중에는 완전히 회복할 수 있습니다.”

조 원장은 마약 중독이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긴 하지만 관리만 제대로 하면 더 건강하고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독자들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회복 과정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습관화하고 좋은 가치관과 책임감 등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독에서 회복된다는 것은 단순히 단약만 하는 게 아니라 건전한 가치관을 가지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을 의미합니다. 약은 끊었지만 생활이 엉망이고 주변 사람에게 피해만 준다면 회복됐다 볼 수 없습니다. 의료진도 돕겠지만 중독자 스스로 정직하고 규범적인 생활을 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진정한 중독 치료의 목적은 남은 삶이 보람되고 의미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 | 본인 제공

네덜란드는 중독자가 중독성이 강한 마약에 빠지는 것을 막고 범죄율을 줄이기 위해 마약을 합법화하고 가격을 낮췄습니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요?

“네덜란드에서 마약을 합법화한 이유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이 중독돼 손쓸 방법이 없게 됐기 때문입니다. 집중적인 단속으로 회복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쳐 다수의 사람이 마약류를 남용하면 제재할 수 없습니다.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마약 합법화를 추진했지만 문제는 마약을 하는 사람은 계속 더 강력한 성분의 약을 찾는 이른바 ‘게이트웨이 드럭’에 빠지게 마련입니다. 실제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마약을 합법화한 미국, 태국 등도 다시 마약을 제재할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그 정도로 마약 중독이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철저히 단속해서 공급자들을 엄벌하고 투약자들이 중독을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책입니다.”

평소 마약 중독자는 처벌보다는 치료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계십니다. 왜 이런 주장을 하게 되셨습니까?

“투약자들의 범죄 원인은 중독이란 질병이기 때문에 교도소에 가둔다고 해서 저절로 병이 낫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교도소에서 마약사범이 모여 투약 수법과 마약 공급망을 공유하는 걸 범죄학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독자의 재범을 막으려면 처벌이 아닌 ‘치료’를 해야 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사법기관에서 치료 연계를 해서 이들이 초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국가가 무료로 치료해 줘야 하나?’ 반문하지만 잘못된 생각입니다. 개인이 아닌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치료가 필요합니다. 치료해서 치료율을 높여야 재범을 예방하고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중독자를 제대로 치료하는 것은 개인은 물론 국가에도 궁극적으로 이익이 됩니다.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 발표에 따르면 마약 투약자 한 사람을 체포해서 법적 처리를 하는 데 연간 4만 달러(약 5200만 원)의 예산이 소요됩니다. 반면 중독자를 치료하는 비용은 법적 처리 비용의 7분의 1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치료하면 건강이 좋아져 건강 비용도 절감되는데 이것까지 포함하면 경제적 효과는 약 12배에 달합니다. 중독자들이 회복한 후 일을 하면 국가 생산성도 높아지고 다른 범죄도 줄어듭니다. 그래서 전 세계가 중독자를 치료하는 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미국의 모든 교도소에는 중독자 치료시설이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그런 치료 시설이 없는데 우리도 빨리 중독자 치료 시스템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법무부의 마약 중독자 교정 정책의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면요?

“수감 기간에 중독자들이 치료받도록 강제하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 중독 치료는 강제 치료도 효과가 있다는 점이 증명됐습니다. 사회에 나가서 치료하려면 환자의 의지에 따라 치료를 거부·중단하는 일이 생길 수 있어 치료 효과가 떨어지게 됩니다. 독립 치료 시설을 설립하려면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지만 교도소 내에 치료 시설을 만드는 것은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가능합니다. 기존 교도소 시설을 개수하고 전문가를 도입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조 원장은 사법 기관이 중독자를 처벌하기 전에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강제하고 판사가 이를 감독하는 미국 약물법원(Drug Court·드럭 코트)과 같은 모델이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드럭 코트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현재는 미국 전역에 3800여 곳이 있습니다. 범법자 중 중독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은 약물법원에 보내는데 법정에서 범죄자의 중독 심각성을 평가해서 적당한 치료 시설에 연계해 줍니다. 중독자에게 구금 대신 치료를 명령하고 주기적으로 치료를 잘 받고 있는지 점검해서 치료받지 않는 경우 곧바로 교도소에 보냅니다. 이러한 시스템하에서는 범죄자가 수감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치료를 열심히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법원이 감독자 역할을 하니 중독자들이 의료진의 말에 잘 따를 수밖에 없고 덩달아 치료 효과도 높아집니다. 우리나라는 당장 약물법원 같은 단독 기관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임시로 형사법원에서 약물 중독 환자들에 대한 치료를 담당하는 부서를 만들어 운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치료보호 조건부 기소유예’ 같은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중독자 치료 입문을 확대해 볼 수 있습니다.”

7월 5일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이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직접 약물 중독자 자조(自助) 모임(NAㆍNarcotics Anonymous)을 만드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모임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치료감호소에 근무할 때부터 중독자들을 치료하는 ‘치료적 공동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참여한 환자들과 퇴원 후에도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져왔고요. 매달 두 번째 화요일에 만나서 ‘이화모임’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가끔 만나 저녁 식사도 하고 상담도 했습니다. 일본 회복자들과도 교류했는데 일본은 우리보다 20년 먼저 NA를 운영한 나라입니다. 이화모임 사람들과 함께 ‘우리도 일본처럼 제대로 된 단약 자조 모임을 만들어 보자’해서 2004년 6월 정식으로 NA를 발족했습니다. 2005년에는 미국 LA에 있는 ‘NA 월드 서비스’에 등록하고 매주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NA는 1935년 결성된 ‘알코올 중독자 자조 모임(AA·Alcoholics Anonymous)’의 12단계 치료 회복 원리를 벤치마킹해 탄생했다. 먼저 회복한 중독자가 회복을 시작한 중독자의 본보기가 되고 평생 단약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도와주는 치료·재활 프로그램이다. 현재 전국 8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는 2006년 논문을 인용해 “NA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단약 상태가 유지될 확률이 12.6배 더 높다”고 밝힌 바 있다.

평소 회복자들이 전문 치료사로 나서는 것이 효과가 좋다고 강조하셨습니다.

“NA에서 완전히 회복된 사람 중 일부가 학교에 가서 공부하거나 자격증을 취득해서 2012년 ‘다르크(DARC·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라는 민간 약물중독재활센터를 만들어 중독자들을 회복시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중독자가 사회에 연착륙하도록 돕는 일종의 연계 시설인 셈입니다. 제 환자 중 전과 10범이었던 사람도 완전히 회복해서 활동에 참여하고 있어요. 남들이 볼 때는 전과도 많고 심한 중독자인데 어떻게 회복이 될까 궁금해하지만, 단연코 말하는데 회복이 됩니다. 원래 중독은 주변 사람을 전염시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으로 회복자들이 치료자로 나서면 주변 중독자들을 회복시키는 파급 효과가 큽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해 봤기 때문에 중독자의 눈빛만 봐도 뭐가 문제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고 상담도 잘 이뤄집니다. 환자 입장에서도 동기부여가 되고요. 미국은 중독자 치료 시설의 1차 상담 직원 80%가 ‘회복된 중독자(ex-abuser)’입니다. 우리나라도 중독자들을 제대로 회복시켜 이들이 치료 전문가로 일할 수 있도록 하면 선순환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마약 근절을 위한 정부 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포함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정부가 국립병원 마약류 치료 전담 의사 채용에 노력해야 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국립법무병원을 비롯해 과거 국립병원에는 전문 의사가  충분했지만, 현재는 다릅니다. 민간병원과의 연봉 및 처우 차이 때문에 의사들이 오기를 꺼립니다. 민간병원에서는 의사가 모자라면 환자를 내보내기도 하는데 국립병원은 마음대로 내보낼 수도, 받지 않을 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결과적으로 국립병원 의료진은 민간병원 대비 몇 배 많은 환자를 치료하면서도 보수는 적으니 다들 국립병원에서 근무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특히 국립법무병원은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를 치료하는 곳인 만큼 민간병원보다 치료를 더 잘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양질의 약품, 기자재, 의료진, 치료시설을 확보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의사에게 민간병원 대비 고액 보수를 지급해 비교우위를 가져야 합니다. 보수뿐만 아니라 교육이나 연구환경 개선도 필요하고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정신과 전문의 1명당 입원환자는 60명 선이다. 1200병상의 국립법무병원은 이 기준에 따르면 전문의 20명이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제대로 된 지원을 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마약류 중독 치료 약이 개발돼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정신과 의사 출신 미국 교포가 이 약을 개발하고 있어요. 현재 동물 실험은 성공한 상태고 이제 인체 대상 임상실험을 해야 하는데 연구비 부족으로 중국에서 연구하는 형편입니다. 이런 연구는 국내에서 진행할 수 있게 지원해 줘야 합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진우 교수는 초음파를 이용한 뇌 자극 치료를 통해 치매, 파킨슨병, 우울증, 강박장애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이 방법으로 마약 중독자 치료도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장 교수의 제자가 미국에서 중독 환자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인재풀이 있지만 이들의 노하우와 역량을 집결할 수 있는 연구시설이나 지원이 없어 활용을 못 하는 실정입니다. 중독 치료 연구를 활성화하려면 기금을 마련해 미국 NIDA와 같은 시설을 만들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치료법 개발과 매뉴얼 등을 만들어서 보급하고 교육도 제공하면 엄청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물론 관련 정책과 각 부처의 협조가 뒷받침돼야 가능할 것입니다.”

일반 병원에서 계셨으면 더 안락한 삶을 살 수 있었는데 홀로 외로운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가족의 반대는 없었나요?

오랜 기간 공무원으로 일했기 때문에 월급이 많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르친 제자들이 국립법무병원에서 전문의를 수련하고 일반병원에 직장을 구하면 저보다 약 세 많은 월급을 받았으니까요. 저는 나름대로 저만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별로 부럽진 않았습니다. 만약 아내가 다른 병원에 취직하라고 했거나 개업을 요구했다면 달랐을지도 모르는데 고맙게도 그러지 않았죠. 아내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잘 따라줬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돌본 환자들이 회복하는 보면 보람도 느끼고 일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그러니 계속하는 거죠. 앞으로도 사명감을 가지고 이 분야 전문가로서 나아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