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우리에게 주는 ‘시대를 초월한’ 교훈

마달리나 허버트(Madalina Hubert)
2023년 07월 27일 오전 7:59 업데이트: 2024년 02월 3일 오후 10:07

지금으로부터 200년도 더 전에 세상에 나온 소설 ‘오만과 편견’은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이야기는 찰스 빙리라는 젊고 부유한 독신남이 베넷 가족의 집 인근으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된다. 빙리는 자신의 친구인 피츠윌리엄 다아시와 함께 마을에 당도한다. 다아시 또한 빙리와 마찬가지로 잘생기고 부유한 독신 남성이다. 그러나 자존심이 강한 성격으로, 베넷 가족의 둘째 딸 엘리자베스(이하 리지) 베넷을 처음 만난 날 의도치 않게 리지에게 모욕감을 준다.

상처받은 리지는 다아시에 대해 강한 편견을 갖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지와 다아시는 서로 사랑에 빠진다.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는 오만과 편견이라는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진리를 배우게 된다. 물론 이는 어렵고 험난한 여정이지만, 끝에 행복이 기다리고 있기에 보람된 일이다.

1813년 영국에서 처음 출판된 이래 독자와 비평가 모두에게 사랑받아 온 작품, 오만과 편견. 다아시와 리지라는 캐릭터는 문학문화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오만과 편견은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책 중 하나다.

1995년 영국 BBC에서 방영된 드라마 버전의 오만과 편견|BBC

건강한 유머감각

오만과 편견의 인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요인 중 하나는 사랑, 가족, 우정 등 시대를 초월하는 주제를 재미있게 말한다는 점이다. 오만과 편견은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의 결점을 꼬집는 동시에 우리에게 반성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준다.

새로 온 이방인에 대한 이웃들의 반응을 묘사하는 첫 구절부터 작가 오스틴의 유쾌함을 엿볼 수 있다.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이런 남자가 이웃이 되면 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을 거의 모른다고 해도, 이 진리가 동네 사람들의 마음속에 너무나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그를 자기네 딸들 가운데 하나가 차지해야 할 재산으로 여기게 마련이다.”

첫 구절을 읽는 순간 독자는 작가가 당사자인 빙리의 마음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기들의 이기심에만 관심이 있는 베넷 가족을 부드럽게 조롱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독자는 또한 베넷 가족이 이기적으로 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된다. 베넷 부인은 딸들이 부유한 남자와 결혼하지 않으면 남편이 죽은 뒤 궁핍하게 살아야 한다고 여긴다. 오스틴은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며 이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소설 전편을 통해 베넷 부인의 이기적인 계략들이 도리어 딸들의 결혼 기회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지적한다.

제인 오스틴의 초상화|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

겸손과 진실

오스틴은 인간 본성의 결점을 예리하게 포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작품 내내 인간의 성장 가능성을 향한 믿음을 보여준다.

오만과 편견의 주인공 리지와 다아시는 모두 결점이 있다. 두 사람은 오만과 편견에 눈이 멀어 서로를 대하고, 실수를 저지른다. 그 결과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함께 행복할 기회를 놓치고 만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들은 좋은 사람들이다. 리지와 다아시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스스로의 결점을 발견해 한 걸음 더 앞으로 성장해 나아간다. 오만과 편견을 버린 이들은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기 시작한다.

이 같은 변화는 소설 후반부 다아시가 자신의 이기심을 깨닫게 해 준 리지에게 고마움을 고백할 때 잘 드러난다.

“어린 시절 나는 무엇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가르침은 받았지만, 성격을 올바르게 고치는 것에 대해서는 가르침을 받지 못했습니다. 좋은 원칙들을 배웠지만 오만과 자만심을 버리지 못하고 원칙들만 따랐습니다… 당신으로 하여, 나는 진정으로 겸손해졌습니다.”

리지 또한 자신의 잘못을 기꺼이 인정한다. 리지는 본인의 편견이 다아시의 진정한 면모를 가려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단점을 솔직하게 마주한다. 그리하여 다아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사랑에 빠졌어도 이보다 더 비참하게 눈이 멀진 않았을 거야. 하지만 내 잘못은 사랑이 아닌 허영심이었어… 정녕 나는 지금까지 나 자신에 대해 몰랐던 거야.”

매너와 자제력

오만과 편견 팬들이 매력을 느끼는 또 다른 부분은 예의와 도덕성을 중시했던 19세기 사회 모습이다. 소설 속 당대 사회는 시대를 초월해 21세기 우리에게 더 나은 문명사회를 제시하고 있다.

다아시가 리지에게 처음 청혼하는 장면을 예로 들 수 있다. 다아시는 리지가 자신의 청혼을 승낙하리라고 확신했다가 모욕적으로 거절당하고 큰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다아시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분노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침착함과 평정심에 주의를 기울이는 다아시의 모습은 위로와 동시에 좋은 일깨움이 된다.

오만과 편견은 가족극, 로맨스, 그리고 동화가 잘 결합된 작품이다. 주인공들은 자신의 결점으로 인해 고통을 겪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마침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오만과 편견으로 시작한 리지와 다아시는 겸손과 진실함을 통해 함께 나아간다. 서로를 똑같이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결국 온 가족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오만과 편견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하나다. 진정한 행복은 자기 성찰과 서로를 향한 존중, 감사에서 온다는 것, 바로 그것이다.

*이 기사는 번역 및 정리에 황효정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