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CPTPP 가입 추진 공식화…농업계 반발 변수

이윤정
2021년 12월 14일 오후 5:37 업데이트: 2021년 12월 15일 오전 7:40

‘시장 확대·교역 다변화’ 기대 vs ‘농수산물 수입증가’ 반발
중국·대만, 지난 9월 잇따라 CPTPP 가입 신청
회원국 만장일치 승인 절차, 의장국 일본 반대도 걸림돌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을 공식화했다. 세계 무역 총액의 15%를 차지하는 CPTPP 가입에 따른 교역 시장 확대, 수출·수입처 다변화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반면 시장 개방 확대에 반대하는 국내 농축수산업계의 저항, 한국과 외교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의 견제 등은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월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26차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교역과 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적·전략적 가치 제고, 개방형 통상국가로서 한국의 위상 등을 종합 고려해 CPTPP 가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2013년 CPTPP의 전신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여부를 검토한 지 8년 만에 본격 가입 절차를 시작한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가입 시점은 특정하지 않았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The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은 2018년 일본·호주·캐나다·멕시코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이 체결한 다자 간 자유무역 협정(FTA)이다. 회원국 국내총생산(GDP) 총합은 전 세계 총생산의 12.8%, 무역 규모는 세계 무역액의 15%를 차지하는 초대형 다자경제협력체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던 2017년 탈퇴하면서 이듬해 일본을 중심으로 나머지 국가들이 모여 CPTPP가 출범했다.

한국이 ‘메가 FTA’라고도 불리는 CPTPP에 가입할 경우 수출 시장 확대, 수입·수출 다변화 측면에서 도움이 될 전망이다. 최근 중국발(發) 요소수 대란도 CPTPP 가입을 서두르는 촉매가 됐다. 미중 갈등 속에서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중국과 대만이 최근 가입 신청을 한 것도 8년간 뜸을 들이던 한국 정부가 CPTPP 가입 신청을 결정하게 된 다른 요인으로 분석됐다.

CPTPP 가입 확정까지는 정부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국내 요인이다. 농축수산업계는 농수산물 수입 증가와 그로 인한 농가 피해를 이유로 반대한다. 이들은 CPTPP 회원국 중에는 호주, 칠레, 캐나다 등 농업 강국이 다수 존재하는 점을 들어 한국이 CPTPP에 가입할 경우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농산물 추가 개방 등으로 국내 농업 생산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CPTPP 회원국의 농축산물 분야 개방 비율은 96%, 사실상 관세 장벽 없는 ‘완전 개방 시장 체제’와 다를 바 없다. 앞서 정부는 지난 11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 10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이 참여하는 경제협력체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가입했다. 협정 효력은 내년 2월 발효 예정이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12월 13일 성명을 내고 “CPTPP 가입 시 수입 농산물 추가 개방이 불가피하다”며 “가격 경쟁력이 높은 수입 농산물의 증가는 장기적으로 국내 농업 생산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했다.

외적 변수도 있다. 현재 CPTPP 순회 의장국인 일본의 한국 가입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그것이다. 12월 13일 일본 교도(共同)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한국의 CPTPP 가입 추진에 대해 “CPTPP가 제시하는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 규정을 충족할 수 있는지 판별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지난 9월, 중국의 CPTPP 가입 신청 시 일본 정부가 표명한 입장과 동일하다. CPTPP에 가입하려면 11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하는데 의장국인 일본이 부정 의견을 표출한 것이다. 만약 일본이 끝까지 반대 의견을 고수할 경우 가입이 불가능하다.

산케이신문(産濟新聞)은 일본이 한국 가입 조건을 두고 ‘딜’을 제안할 가능성도 보도했다. 신문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관련) 협의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국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 인근에서 잡힌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여론 수렴을 위한 공청회 개최, 세부 협상, 국회 보고 등 국내 절차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실제 가입까지는 최소 2~3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 된다. 가입 승인 후 국회 비준도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