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쥔과 샤오메이친, 대만을 상징하는 여성 정치인들 부총통 후보 물망

최창근
2023년 04월 5일 오후 3:01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47

내년 1월, 총통‧입법원 선거를 앞둔 대만 집권 민진당은 총통 후보로 라이칭더(賴清德) 현 부총통 겸 당 주석을 확정했다. 4월 공식 지명 절차만 앞두고 있다. 이 속에서 러닝 메이트로 부총통에 출마할 후보에 관심이 쏠린다.

2024년 대선에서 민진당은 다시 한번 남성 총통, 여성 부총통 후보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0~2008년 민진당이 첫 집권했던 시기 천수이볜(陳水扁) 총통-뤼슈롄(呂秀蓮)부총통과 같은 남녀 조합이다. 두 사람은 국립대만대 법학과 선후배(뤼슈롄 부총통이 선배) 사이로 8년의 첫 민진당 집권기 국정을 이끌었다.

민진당의 차기 부총통 후보로는 두 여성 정치인이 물망에 올랐다. 정리쥔(鄭麗君) 전 행정원 문화부장과 샤오메이친(蕭美琴) 현 주미국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부 대표이다.

행정원 문화부장 시절 정리쥔. | 연합뉴스.

정리쥔 전 문화부장은 문화예술, 청년 정책 전문가이다. 국립대만대 철학과 졸업 후 프랑스 파리 제10대학에서 정치‧경제‧사회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민진당 부설 연구소인 대만싱크탱크 사무처를 거쳐 2004년 천수이볜 2기 정부 행정원 청년보도위원회(青年輔導委員會) 주임위원으로 입각했다. 이후 2012~16년 제8‧9대 입법위원으로 활동했고 2016년 제3대 행정원 문화부장에 취임했다. 2020년 퇴임 후부터는 중화문화총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2년에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출간 80주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번역판을 출간하기도 했다.

2020년부터 대만의 주미국 대사 격인 주미국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부 대표를 맡고 있는 샤오메이친은 민진당의 대표적인 ‘국제통’이다. 1971년 일본 효고(兵庫)현 고베(神户)시에서 대만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미국 오벌린대(Oberlin College)를 거쳐 컬럼비아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93년 훗날 부총통이 되는 뤼슈롄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고 민진당 국제사무부 주임을 맡았다. 2000년 민진당 집권 후 총통부 고문을 거쳐 2002년 입법위원에 당선됐고 이후 4선 입법위원이 됐다. 그러다 국가안전회의(NSC) 자문위원을 거쳐 2020년 여성 최초로 주미국 대표가 됐다. 고양이를 키우는 그는 미국 부임 후 중국의 공격적인 ‘전랑외교(戰狼外交, 늑대 전사 외교)’에 대해 고양이를 내세우면서 ‘전묘외교(戰猫外交, 고양이 전사 외교)로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진당 부총통 후보로 유력시되는 정리쥔 전 문화부장은 “선거에 나설 생각이 없다. 절대 아니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생각이 없다.”며 부총통 출마설에 대해서 선을 그었다. 그는 “문화부장 퇴임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남편,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아울러 대만의 미래를 고민하고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여 지성을 결집하고 싶다.”고도 했다.

주미국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부 대표 부임후 대표부 청사 앞에 선 샤오메이친. | 연합뉴스.

두 번째 후보인 샤오메이친은 자타공인 민진당 내 국제전문가이다. 지난 1월 개각 시 외교부장으로 유력시되기도 했다. 다만 샤오메이친을 부총통 후보로 지명하면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2020년 부임 후 현재까지 미국 행정부의 전적인 신임을 받으며 복잡다난한 대미국 관계 창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그를 대신할 인물이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차이잉원 총통이 샤오메이친의 부총통 후보 지명을 허락할지도 의문이다.

차기 부총통 후보로 물망에 오른 정리쥔과 샤오메이친은 서로 다른 성장 배경, 전문 분야를 가졌지만 정계 입문 후부터 가까운 사이이다. 입법위원 시절 추이잉(邱議瑩) 현 입법위원과 함께 대만 유명 여성 그룹에 빗대 ‘민주진보당의 S.H.E’로 불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