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무대로 스파이 활동 벌이는 러시아 정보기관

최창근
2022년 08월 29일 오후 12:52 업데이트: 2022년 08월 29일 오후 1:20

나토군 본부에 침투한 러시아 여성 스파이로 인하여 러시아 정보기관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냉전 시기 미국과 더불어 전 세계를 무대로 치열한 첩보전을 벌였던 소련의 후신 러시아의 정보기관 현황은 어떠할까.

러시아 연방보안원(Federal Security Service of the Russian Federation·FSB)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정보기관이다. 전신은 ‘KGB’라는 약칭으로 알려진 소련 정보기관 국가보안위원회이다.

1917년 러시아혁명 성공 후 소련은 비밀경찰 조직 체카(Cheka)를 창설했다. 이후 비밀경찰은 국가정치부(GPU), 통합국가정치부(OGPU), 내무인민위원회(NKVD), 국가보안위원회(KGB) 순으로 조직이 변화했다.

1953년 스탈린 사후, 당시 내무인민위원장이었던 라브렌티 베리야는 권력 강화를 꾀하면서 국가안전부(MGB)를 내무부(MVD)로 합쳤다. 그 결과 1954년 경찰·첩보·수사·내부감시 기관이 통합된 국가보안위원회(KGB)가 창설됐다.

KGB의 최전성기는 냉전 시대였다. 당시 ‘맞수’였던 미국 중앙정보국(CIA), 영국 비밀정보부(MI6) 등 서방 세계 유수의 정보 조직에 스파이를 침투시켜 내부 정보를 입수했다. 특히 영국 MI6 내부에 방대한 스파이 조직을 잠입시켰다. 한때 MI6 국장이 이중 스파이로 의심받을 정도였다. 이는 KGB가 서방 정보기관에는 공포스러운 존재였음을 방증한다.

무소불위로 평가받던 KGB의 운명은 1991년 소련 해체와 함께 변곡점을 맞이했다. 소련 해체 후 종전 국가보안위원회(KGB)는 자연스럽게 구소련 산하 공화국으로 이전되었다. 러시아공화국에서는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해외첩보 담당 제1본부를 해외정보국(SVR)으로 독립시켰다. 국내 보안을 담당하는 부서 제2본부를 러시아 연방보안국(FSK)으로 개편했다.

창설 초기 연방보안국은 방범이나 치안에 주력하면서 제한적인 첩보활동만 벌였지만 2003년 연방국경청(FPS)과 연방통신정보국(FAPSI)을 흡수하여 연방보안원(FSB)으로 확대 개편되었다. KGB 요원 출신인 블라디미르 푸틴 현 러시아 대통령도 1998년 러시아 연방 국무총리를 역임하기 전에는 러시아 연방보안원장을 지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GRU 본부 청사. 유리가 많이 사용된 현대식 건물이다. | 연합뉴스.

또 다른 정보기관 러시아 연방군 참모본부 정보본부(General Staff of the Armed Forces of Russia·GRU)는 이름 그대로 러시아 연방군 직속 정보기관이다. 주 업무는 국·내외 군사 정보 수집, 대외 비밀 공작 업무이다.

GRU의 시원은 1917년 러시아 혁명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혁명 이듬해인 1918년 ‘붉은 군대(赤軍)’ 창설자이자 소련 공산당 지도자였던 레프 트로츠키가 창설했다. 블라디미르 레닌이 트로츠키에게 기존 정치경찰 ‘체카(Cheka)’로부터 독립적인 군 정보기관을 창설하도록 했다. 이후 소련 국방부 총참모부 산하 정보기관으로 출범했다.

GRU의 활약이 두드러진 것도 동서 냉전 시기였다. 그 기간 동안 GRU는 첩보원 파견, 위성 이미지 수집, 도·감청을 통한 정보 수집 임무를 수행하였고, 별도로 특수부대 스페츠나츠를 보유하여 공작, 특수전 활동을 전개하였다. 이 시절 KGB와 더불어 서방 정보기관과 치열한 첩보전을 벌였다.

소련 해체 이후에도 ‘러시아연방공화국’ 산하 기관으로 존속하였으며, 2010년 러시아연방군 개혁안에 따라 폐지 됐으나, 2013년 재결성됐다.

GRU는 전 세계를 무대로 펼치는 각종 해킹 공작으로 악명을 얻고 있다.  2015년 1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우크라이나의 전력망, 재무부 등에 악성소프트웨어 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2017년 4~5월에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정당인 ‘전진하는 공화국’을 겨냥한 스피어피싱 공격 및 해킹과 정보 유출도 시도하였다. 2017년 6월 27일에는 악성소프트웨어 ‘낫페트야(NotPetya)’를 사용하여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헤리티지밸리 헬스시스템, 페덱스 관련사, 미국의 대형 제약회사 등 병원 및 의료시설의 컴퓨터를 감염시켜 10억 달러의 피해를 끼치기도 했다. 2018년 4월에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와 영국 국방과학기술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父女) 관련 독극물 공격 조사를 겨냥해 스피어피싱 공격을 가했고, 조지아에서는 주요 언론사와 의회를 상대로 스피어피싱 공격을 벌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