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건폭수사단’ 출범 넉달…업체 갈취 등 1484명 검거

한동훈
2023년 06월 26일 오후 12:38 업데이트: 2023년 06월 26일 오후 5:03

민노총·한노총 조합원이 62.8%…구속 132명
사이비 언론, 환경단체 만들어 업체 공갈협박도

윤석열 정부가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불법행위를 ‘건설폭력(건폭)’으로 규정해 뿌리뽑기로 한 가운데, 경찰의 건폭 특별단속으로 1484명이 검거됐다.

이들 상당수는 민노총·한노총 소속 조합원이었으며, 업체를 협박해 각종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소속 조합원 채용 및 조합 장비 사용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반면, 민노총 산하 건설노조는 이를 “경찰의 건폭몰이 수사”라고 규탄하고 이번 수사와 관련해 청구된 사전 구속영장의  발부율을 거론하며 무리한 수사라고 반발했다.

25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작년 12월8일부터 200일간 건설현장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벌여 1484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이 중 13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불법행위 유형별로는 전임비나 월례비 등 각종 명목으로  갈취한 사례가 979명(66.0%)으로 가장 많았다. 소속 조합원 채용 및 장비 사용 강요가 206명(13.9%), 건설현장 출입 방해와 작업 거부 등 업무방해가 199명(13.4%)으로 뒤를 이었다.

검거된 1484명은 민노총과 한노총  소속 조합원이 933명(62.8%)이었고 나머지 551명은 폭력단체나 사이비 언론사, 유령 환경단체 소속이었다.

경기도와 인천 일대 건설현장에서는 업체를 협박해 전임비·복지비 명목으로 1억7천만 원을 갈취한 조직폭력배 출신 건설노조원들에게 범죄집단조직죄가 처음 적용됐다.

수도권 일대 121개 건설업체를 상대로 폐기물 관리 등 환경문제를 고발하겠다고 협박해 7천여만 원을 뺏은 언론사 대표, 경기 하남시에서 업체를 협박해 후원금 명목으로 1천만 원을 뜯어낸 유령 환경단체 대표가 구속됐다.

경찰은 조직폭력배가 노조를 결성해 업체를 협박하는 등 새로운 유형의 불법행위가 적발됨에 따라 당초 이날로 마감하기로 했던 특별단속을 8월14일까지 50일 연장하기로 했다.

건설노조는 “‘아무나 걸려라’식 투망식 수사” 비판

특별단속 종료를 앞두고 노조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된 건설노조는 경찰의 ‘실적경쟁’이라는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다.

건설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은 특별단속 종료를 목전에 두고 지방청별로 실적경쟁 차원에서 무분별하게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경찰의 건폭몰이 수사로 청구된 사전 구속영장 34건 중 발부된 영장은 16건(47%)으로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적인 영장 발부율이 81%(2022 e-나라지표)”이라며 “(낮은 발부율에 미뤄 볼 때) 경찰이 특진과 실적 경쟁을 위해 ‘아무나 걸려라’ 식의 전형적인 투망식 수사를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 집권 2년 차 국정 3대 개혁 드라이브(노동·교육·연금) 중 하나인 노조개혁과 관련해 낮은 구속영장 발부율은 노조와 일부 좌파언론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 공세를 펴는 핵심 논거로 쓰이고 있다.

민노총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정당한 노조활동까지 싸잡아 불법으로 몰아 영장청구를 남발한다며 올해 들어 검찰이 건설노조원을 상대로 청구한 사전구속영장 30건 중 법원에서 기각된 자료를 공개했다.

“증거인멸 우려 없어” 법원서 구속수사에 제동

실제로 경찰과 검찰이 전현직 노조간부와 노조원들의 건설폭력을 집중 점검·단속하는 가운데, 주요 사건과 관련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는 일이 두드러졌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억대 뒷돈을 수수해 배임수재 혐의를 받는 전 한노총 수석부위원장 강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윤재남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1억 원을 수령하고 그중 5천만 원을 공여하려고 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며 잘못을 반성하고 있어 향후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22일에는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수석지부장 이모 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씨는 건설현장에서 업체 측에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고 3천여만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부장판사는 이씨의 주거가 일정하며 범행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나 증거인멸 가능성이 낮은 점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앞서 4월 ‘민주당 돈 봉투 살포 사건’ 핵심 인물로 지목된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의 구속영장도 기각한 바 있다.

윤재남 부장판사는 당시 일반적인 기각 결정문보다 훨씬 긴 설명을 통해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압수수색 이후 피의자가 직접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거나 다른 관련자들에게 증거인멸 및 허위사실 진술 등을 하도록 회유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며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를 비판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그동안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는 중대 사건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며 ‘방탄 법원’이라는 오명을 써 왔다”며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2018년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드루킹 사건 등을 나열했다.

여당 “퇴임 앞둔 김명수 대법원장 알박기”

김명수 대법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으며 오는 9월24일 퇴임을 앞두고 있으나 임기 말 ‘알박기’가 지나치다는 보수 진영의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원장 임명도 김명수 대법장 체제의 하나로 지적된다. 지난 2019년 민주적 절차를 통해 판사들의 폭넓은 의견을 반영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따라 첫 법원 내 투표로 임명됐으나, 결국 김정중 전 수석부장판사가 선출되어서다.

이는 시행 전부터 취지와 달리 법원 내 지명도가 높은 수석부장판사가 유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그대로 적중된 결과다. 수석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결국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방 법원장을 임명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중앙지법뿐만 아니라 동시에 시행된 총 14곳의 전국 지방법원장 선거에서 후보 수 부족으로 선거가 이뤄지지 않은 2곳을 제외한 12곳 중 10곳에서 최종 후보 2~4인에 수석부장판사가 포함됐다는 점도 이 같은 비판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재남 부장판사는 지난 2월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에 의해 영장전담 판사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