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자매도시는 중공판 ‘트로이의 목마’…상대국 국익에 반하는 침투 수단

허젠(何堅)
2020년 11월 23일 오후 12:23 업데이트: 2023년 08월 26일 오후 9:02

오늘날의 중국은 자매도시 결연을 좋아하는 나라다. 수도 베이징은 세계 49개 도시와 자매도시 관계를 맺고 있다.

자매도시 결연이 중국만의 특별한 일은 아니다. 세계 여러 유명 도시들이 자매도시 결연을 맺고 있다. 한국의 수도 서울도 세계 23개 도시와 자매결연 관계에 있다.

그런데 중국은 2년마다 ‘국제우호도시대회’라는 국제적 규모의 행사까지 개최하며 자매도시 체결을 장려하고 홍보한다.

지난  2018년 후베이성 우한에서 열린 제6회 대회에는 60개국 800여명의 국내외 인사들이 모였고 한국 지자체 인사들도 다수 참석했다.

이 대회에서 상을 받은 지자체는 중국과 활발한 교류 성과를 인정받았다며 자축하는 보도자료도 낸다. 중국이 한국 지방정부에 ‘실적’ 하나 올려주는 셈이다.

그렇다면 중국 측은 어떤 이익이 있기에 이런 대회를 열고 있는 것일까?

자매도시(sister cities)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본래는 우의를 증진하고 함께 발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우호도시(friendship cities)라는 표현도 있다. 국가마다 사용하는 표현이 다를 뿐 대체로 같은 의미다. 중국에서도 자매도시와 우호도시는 같은 의미로 쓰인다.

다만, 한국에서는 둘을 구분한다. 자매도시 체결은 지방의회 승인이 필요하지만, 우호도시는 의회 승인이 필요 없는 다소 가벼운 협력관계를 가리키는 용어다.

2018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열린 제6회 ‘중국국제우호도시대회’ | 장수성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은 1970년대부터 대외적으로 자매도시를 확대했다.

그러나 유럽이나 미국, 대한민국이 추진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중공이 추진하는 자매도시는 공자학원, 일대일로와 마찬가지 프로젝트다. ‘친선을 가장한 침투’다. 각종 협회·지자체가 주도하는 형태를 내세우고 있을 뿐이다.

국제우호도시대회의 주최기관인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대외우협)는 중공 통일전선공작부(통전부) 산하 민간기구다. 말만 민간일 뿐 하는 일은 당 기관과 차이가 없다. 상대방 국가의 파트너에게 공산당과 손잡았다는 자국 내 비난을 피할 변명거리를 주기 위한 간판에 불과하다.

통전부가 하는 일이 각국 침투 및 간첩 심기다. 마오쩌둥 전 주석은 생전에 통전부를 “국내외 적들을 무찌르기 위한 공산당의 비밀병기”라고 평했다. 현 집권자인 시진핑 중공 총서기 역시 통일전선(통전부)을 “공산당의 3대 보배”라고 칭했다.

최근 미국이 가장 경계하고 힘을 쏟아 밀어내기 하는 중공의 침투활동이 대부분 통전부와 관련됐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중국의 각종 협회나 지자체가 제안하는 자매도시 결연이 “중공의 침투 방식”이라며 지방의회와 정부에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지난 9월 23일 미국 위스콘신주 주의회의사당에서 행한 ‘지방 입법기관과 중국의 도전’ 연설에서 대외우협이 실시하는 우호도시(자매도시) 사업이 중공의 영향력 확대 및 간첩 활동의 한 분야라고 지적했다.

 

호주의 중국 전문가들이 밝혀낸 중공 ‘대외우협’의 실체

중국 문제 전문가로 유명한 호주 찰스 스터트대 클라이브 해밀턴 교수와 독일 민간 싱크탱크 게르만 마셜 펀드의 머라이케 올베르크 선임연구원은 지난 4월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이 문제를 진단했다.

’왜곡된 자매 도시’(Our Twisted Sister Cities)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저자들은 “ 중국이 외국과 자매도시를 맺는 것은 그 성질이 서방과는 다르고, 시 의회나 시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외우협이라는 단체에 의해 조율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대외우협은 비정부기구로 위장한 정부 기관으로, 중공의 통일전선 네트워크에 소속돼 있으며, 외부 단체나 개인들이 중공을 지지하도록 만드는 임무를 띠고 있다.

저자들은 “연구하던 중 대외우협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우호도시’의 이면에 숨겨진 ‘비우호적’ 실상

저자들은 지난해 5월 호주 퀸즐랜드주 동부의 항만도시 록햄프턴市에서 일어난 ‘대만 국기 삭제 사건’을 예로 들었다. 이 사건이 중공 우호도시(자매도시)가 표방하는 ‘교류 협력’의 실체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당시 록햄프턴 시 정부는 지역 행사를 앞두고 지역 특산품인 황소 조형물 6개를 제작하면서, 관내 몇몇 학교 학생들에게 조형물 표면을 꾸며 달라고 요청했다.

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다양한 색으로 조형물을 채색하면서 지역에 거주하는 이민자 그룹을 상징하는 국기를 그렸다. 이 가운데에는 대만 출신 남매가 그린 대만 국기도 있었다. “공동체의 문화적 다양성을 기념하는 작품”이라는 설명도 걸렸다.

이 황소 조형물은 시 관계자들이 수거해 가고 며칠 뒤 시내 한 강변에 세워졌지만, 남매가 그린 대만 국기는 알아볼 수 없도록 어두운 청색으로 덧칠돼 있었다.

이 사실이 지역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논란이 되자, 시에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는 호주 정부의 방침에 따라 황소상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호주 록햄프턴시에서 제작한 황소 조형물. 관내 고등학생들은 일장기와 브라질 국기, 대만 국기 등 지역 공동체를 상징하는 그림을 그렸지만, 며칠 뒤 대만 국기만 삭제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이라는 중공 외교공관의 항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페이스북 Syuan-Si Chen

그러나 현지 언론은 “호주 정부는 대만 국기를 내걸지는 않지만, 주 정부나 지방정부에 이에 대해 내린 지시는 없다”며 중국의 압력 때문에 벌어진 일로 평가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 기고문의 저자들은 10대 청소년들의 작품에까지 ‘하나의 원칙’을 들이댄 이 사건에 대해 “대우호협이 지난 수년간 록햄프턴에 침투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록햄프턴시는 지난 2016년 장쑤성 전장시, 2년 뒤에는 광둥성 후이저우시와 자매도시를 맺었다. 저자들은 “중공은 ‘자매도시’라는 명목으로 외국의 지방정부 관리들과 관계를 맺어 ‘일대일로’ 발전을 지원하고, 중공의 영향력을 확대했다”고 썼다.

 

중국인 향우회, 우호협회, 기업인단체, 유학생회도 ‘제5열’

시사평론가 리린이는 “중공은 대외우협 같은 통전부 조직뿐만 아니라 각국에 설립된 중국인 향후회, 교민단체, 기업인단체, 유학생회 등을 통제하며 ‘제5열’로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제5열(fifth column·第五列)은 적국 내에서 각종 모략활동을 벌이는 조직적인 무력집단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간첩이다. 스페인 내란 당시, 수도 마드리드를 공격하던 파시스트 혁명군이 마드리드 내부에 있던 협력자를 가리키며 사용했다.

리린이는 “중공은 각국의 제5열을 통해 지방정부나 지역 커뮤니티와 우호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외국 기술과 자본을 끌어들여 자신들을 살찌우고, 경제적 통합을 추진해 궁극적으로 해당 지역을 ‘인질’로 삼아 중앙정부까지 움직인다”고 했다.

그는 가장 최근 언론에 드러난 사례로 올해 11월 호주 정부에 ‘외국인 간섭 방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중국계 호주인 양이셩(65)이 있다.

호주 연방경찰에 따르면 양씨는 호주의 국익을 해치고 민주주의 시스템의 핵심을 침해한 행위로 기소됐다. 또한 ‘중국화평통일촉진회’(NACPU·화통회) 고위 간부로 확인됐다.

화통회는 미국에서도 경계의 대상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10월 화통회를 ‘외국정부 대행기관’으로 지정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화통회가 중공의 선전과 악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통전부에 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모든 시스템은 전체주의 권력집단 ‘중국 공산당’(중공)에 장악돼 있습니다. 에포크타임스(한국어판)에서는 5천년 문명대국인 ‘중국’과 중국을 파괴하고 들어선 ‘중공’을 구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