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동등하게 대우’ 中 외국인 투자법… 美 전문가 “똑같이 통제하겠단 뜻”

크리스 스트리트
2020년 01월 1일 오전 10:23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14

뉴스분석

중국이 1월 1일부터 시행하는 ‘외국인 투자법’에 따라 외국인과 자국 내 투자자를 동등하게 처우한다. 그러나 중국 사업법 전문가인 미국의 한 변호사는 이 법의 핵심 의도가 외국인 투자자를 중국 개인 소유 기업의 지위로 끌어들이는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계 국제 법률 사무소 ‘헤리스 브라이켄’의 스티브 디킨슨(Steve Dickinson) 변호사는 ‘외국과 자국기업을 동등하게 대한다’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다는 의미이며, 중국 국영기업들보다 항상 경제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디킨슨 변호사는 중국에서 외국 회사의 행정 업무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중국 정권은 다국적 기업에 국내 기업과 똑같은 ‘국민 대우’를 부여한 것이 ‘운동장을 평평하게 한 것’이라고 비유하며 외국인투자법을 찬양했다.

외국 기업 및 외국인 투자자가 중국 내에서 기업을 세울 수 있도록 허가하고 권익을 보장해 줬던 ‘외자기업법’은 1월 1일부로 15년 만에 사라진다. 또한 외국회사·기업·기타 경제조직 또는 개인(외국합영자)에게 중국합영자와 공동으로 합영 기업을 설립해 생산·판매할 수 있게 허가해 준 ‘합자경영기업법’의 효력도 상실된다.

새 법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주는 희소식은 중국에서 관할권별로 격차가 크고, 절차가 오래 걸렸던 창업 과정이 획기적으로 간소화된 점이다. 새로운 외국인투자법은 미국·캐나다·홍콩·유럽 연합(EU)·호주 등에 회사를 설립하는 것만큼 간단해 중국 도시에서 회사 설립 과정은 이제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기존의 제도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지분 매입을 원할 경우 중국 기업과 합작 투자 회사로 재편성해야 했다. 반면 새 법은 외국인 투자자의 법적 권리를 부여해 중국 투자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지분 구매를 허용한다.

중국 기업 또한 새로운 법에 따라 현금 대신 자회사가 발행한 주식으로 기술이나 서비스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외국인이 중국 기업에 취업할 수 있었던 선택권을 제공하던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새 법을 통해 중국은 수십 년간 유지됐던 폐쇄 경제에서 급속하게 탈피하고 있다고 선전하지만, 최근 발표된 외국인 대상의 개방 정책 내용은 중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자유 시장 개방이 아님을 드러낸다.

중국 상무부는 11월 22일 ‘외국인 투자 네거티브리스트’(이하 네거티브리스트)와 그에 관련된 투자 접근에 관한 ‘자유무역 특별 행정조치’를 발표했다.

네거티브리스트(市場準入負面清單, 시장접근 부정 명단)란 중국의 대외개방 확대 조치의 일환으로 목록에 명시된 외국인투자 제한 및 금지 분야 외에는 모두 개방 확대한다는 뜻이다. 2017년 6월 중국 상무부는 처음으로 네거티브리스트를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시장개방조치의 일환으로 발표한 2019년 판 네거티브리스트에 현대 농업·선진 제조업·신기술·에너지 절약·환경 보호 영역에서 개방·확대를 발표했다. 고급 제조업·스마트 제조·환경 친화 제조 산업 투자도 ‘권장’ 됐다.

그러나 통신·금융 기술·고속 증권 거래·모든 인터넷 제품·인터넷 게임·온라인 전자상거래·에너지·각종 소프트웨어·교통·광업·물 보존·공공시설 관리·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한 77개 복합 부문은 중국 국영 기업으로 제한됐다.

디킨슨 변호사는 외국과 경쟁에서 자국을 보호하려는 중국 당국의 일련의 조치 수준이 1980년대와 1990년대 중국의 발전에 적합했을지 모르지만 “현재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인 중국의 위상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권은 권위적인 위상으로 중국 경제를 지배하려는 야욕을 축소할 계획이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새로운 외국인 투자법의 최종 규칙과 규제가 공개된 후 디킨슨 변호사는 “돼지에게 립스틱을 바르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