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애리조나주 ‘대선 재조사’ 담당판사, 사건서 손 뗀다

이은주
2021년 04월 27일 오전 9:20 업데이트: 2021년 08월 23일 오전 11:46

애리조나주 마리코파 카운티의 2020년 대선 재조사 관련 재판을 담당해 온 판사가 이번 사건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지역 방송인 KPNX는 25일(현지시간) 카운티 고등법원 크리스토퍼 쿠리 판사가 과거 업무 관계에 있었던 크리스 비슈코비치 변호사의 사건 합류 소식을 듣고 재판을 맡지 않게 됐다고 보도했다.

예정된 대선 재조사에 관한 2차 청문회가 하루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이날 오후 4시께 비슈코비치 변호사 등 사건을 담당할 변호사 명단을 제출받았다. 비슈코비치 변호사는 지난 5년 이내 쿠리 판사의 사무실에서 근무한 바 있다.

쿠리 판사와 업무 관계를 맺은 지 5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애리조나주의 법조윤리강령에 따라 사건을 담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콜로딘 법률 사무소 소속 변호사인 비슈코비치 변호사는 이번 소송에서 주의회 상원과 포렌식 감사팀인 사이버 닌자(Cyber Ninjas) 측 변호를 맡고 있다. 사이버 닌자는 카운티의 포렌식 감사를 맡은 외부 업체 4곳 중 하나다.

공화당 소속 쿠리 판사를 대신할 법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청문회 일정 변경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상원 포렌식 감사 담당자는 이날 성명을 통해 “가능한 한 빨리 새로운 판사를 임명하고 청문회 일정을 재조정하기를 고대한다”라며 “그동안 (포렌식) 감사는 계속된다”라고 밝혔다.

마리코파 카운티는 애리조나 최대 인구 밀집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는 선거 재조사를 놓고 주의회 상원 공화당과 카운티 감독위원회 간 법적 분쟁이 수개월 동안 지속해 왔다.

이번 법적 분쟁의 발단은 지난해 공화당이 카운티 전체 투표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추진하며 증거물 소환장을 발부하자 카운티 감독위가 소환장은 위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카운티 대법원은 지난 2월 소환장이 합법적이라고 판단하고 “소환 명령을 집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 22일 이번 선거 감사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카운티 고등법원에 또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쿠리 판사는 23일 포렌식 감사를 일시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민주당 측에 100만 달러 채권 발행을 단서로 요구했다. 또한 26일 청문회를 열어 사건 쟁점에 관한 양측의 브리핑을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채권 발행 요구를 거부하면서 포렌식 감사와 재검표가 예정대로 진행되게 된 것이다. 포렌식 감사는 지난 19일부터 시작됐다. 상원이 고용한 업체들이 재검표를 수행하고 지난 대선에 사용된 전자개표기 등 투표 장비에 대한 포렌식 감사를 진행한다.

포렌식 감사 최종 보고서는 약 2달 뒤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해 ‘교육투자법’을 무효화한 코리 판사의 판결에 반발해 그를 파면시키기 위한 활동에 나선 바 있다.

이 법안은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부과해 애리조나주 학교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당시 코리 판사는 민주당이 제시한 교육비 증세안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 법안을 무효화하자 민주당은 그를 반대하는 웹사이트를 신설하고 “활동가 판사”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