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해상 풍력 발전의 위험성

맷 맥그리거(Matt McGregor)
2023년 07월 13일 오후 11:21 업데이트: 2024년 02월 3일 오후 11:24

개발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천연자원이 거대한 산업화에 직면해 있다. 미국 동부 해안을 따라 풍력 에너지 시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다.

풍력 발전의 확장을 감시하는 이들은 해상 풍력 시설 건설이 생태계를 훼손해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비영리 환경단체 클린오션액션(COA)의 신디 지프 전무이사는 “확실한 과학적 근거나 실사 없이 무모한 속도로 건설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프 전무이사에 따르면, 향후 총 3500개에 달하는 터빈이 약 8903㎡ 규모 바다에 설치된다. 이는 그랜드캐니언의 두 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바람의 운동 에너지를 기계적인 에너지로 변환하는 회전 기구인 풍력 터빈 한 대의 높이는 약 319m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마천루 크라이슬러 빌딩 수준이다. 블레이드(날개)는 자유의 여신상보다 높다.

그뿐만 아니다. 해저에는 전자기장을 방출하는 대략 1만6093km 길이의 케이블이 깔릴 예정이다. 케이블은 변전소에 연결되고, 변전소는 하루에 수십억 갤런의 온수를 바다로 방출한다.

이 같은 풍력 발전 확장 경쟁 추세에는 작년부터 시행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한몫하고 있다.

IRA는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40%까지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친환경에너지 생산과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투자 세액 공제와 보조금 혜택을 주는 법안이다.

해당 법에 여러 혜택이 포함되면서 기업들의 풍력 발전 분야 투자 및 개발을 촉발한 것.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애초 목표와 달리,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은 풍력 에너지 산업화가 오히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지구의 남은 자원을 황폐화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지프 전무이사는 에포크타임스에 “해양 생물은 조용하고 어둡고 넓은 바다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하고 번성해 왔다”며 “앞으로 채 10년도 안 돼 바다는 소음을 동반한 콘크리트와 강철로 뒤덮인 정글로 변할 것이다. 해양 생물은 이런 변화에 맞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프 전무이사가 속한 클린오션액션은 특히 대서양 해안 및 연안 풍력(Atlantic Shore Offshore Wind·ASOW) 프로젝트를 주목하고 있다. 석유 다국적 기업 로열 더치 쉘의 자회사인 쉘 뉴에너지스와 프랑스국영전력회사의 자회사 EDF 리뉴어블스 북미지사가 합작 투자한 프로젝트다.

해당 프로젝트는 미국 뉴저지 남부 해안에 해상 풍력 지역 세 곳을 설정하고 162만㎡가 넘는 면적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뉴저지 해안가에서 약 14km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풍력 터빈 200개, 해상 변전소 4곳, 육상 변전소 2곳, 1650km 길이의 고전압 케이블을 설치할 계획이다.

클린오션액션은 지난달 미 해양에너지관리국에 공개 검토 및 의견 수렴 기간을 기존 45일에서 6개월로 연장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클린오션액션 측은 “해당 프로젝트는 해양의 대중적 이용과 향유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해양 생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러한 프로젝트를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사람들은 해안가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해안 풍력 에너지 개발 현황|Courtesy of Bureau of Ocean Energy Management

괴롭힘의 수준들

지프 전무이사는 현재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들이 건설을 위해 바다를 조사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들은 해양 생물에 해를 끼칠 것으로 우려되는 이러한 개발을 하려고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허가를 받았다. 그리하여 수천 마리 동물에게 고통을 줄 권한을 획득했다.”

미 해양대기청, 부수적 포획 허가증(ITA) 발급

미 해양대기청은 에포크타임스에 “건설 및 과학 연구 프로젝트, 석유 및 가스 개발, 군사 훈련 등 특정 활동 시 명확한 (연구) 결과들이 존재할 경우에는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의도하지 않은 해양 포유류의 포획을 허용하는 부수적 포획 허가증(ITA)을 발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해양포유류보호법(MMPA)에 따르면, 여기서의 포획이란 “해양 포유류를 괴롭히거나 사냥, 포획, 살해하는 행위 또는 이 같은 행위를 시도하는 행위”로 정의된다.

여기서 MMPA 개정안은 또 괴롭힘을 두 가지 수준으로 구분했다.

레벨A 괴롭힘은 해양 포유류에게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추격, 학대 또는 성가신 행위를 일컫는다. 레벨B 괴롭힘은 해양 포유류의 이동·호흡·번식·수유·먹이활동 등의 행동을 방해하는 추격, 학대 또는 성가신 행위를 뜻한다.

위에서 언급한 ASOW 프로젝트는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뉴저지 애틀랜틱 시티까지 5868㎢ 면적에 걸쳐 180kHz(킬로헤르츠) 미만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고해상도 지구물리학 기술을 포함, 부지 특성화 조사에 대해 레벨B ITA를 신청했다.

이와 관련 미 해양대기청은 부상이나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해상 풍력 조사 또는 건설 활동에 대한 허가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1월 13일(현지 시간) 뉴저지주 한 해변으로 떠밀려 온 혹등고래 사체|Wayne Parry/AP Photo/연합뉴스

고래들의 죽음 : “이런 현상은 정상이 아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메건 랩 씨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풍력 에너지 개발을 위한 기업들의 측량 조사가 미국 동부 해안에서 발생한 고래들의 폐사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랩 씨는 “터빈을 해저 밑바닥에 박기 위해서는 큰 소음을 동반하는 지진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랩 씨는 이어 “동부 해안에는 혹등고래, 긴수염고래, 밍크고래, 향유고래 등과 같은 대형 고래 종들이 다니는 이동경로가 있다. 이곳에서 기업들의 조사가 중복적으로 진행되면 어떤 영향이 미칠지 상상해 보라”고 꼬집었다.

부수적 포획 허가증(ITA)이 허용하는 괴롭힘 중에는 일시적인 청각 장애를 유발하는 괴롭힘도 포함된다. 그러나 랩 씨는 일시적인 청각 장애의 상태가 지속되면 영구적인 청각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귀가 들리지 않는 고래는 죽은 고래”라고 단언한 랩 씨는 “해당 지역에서 조사들이 연거푸 실시되면서 혹등고래 사체가 뭍으로 떠밀려온 사건이 있었다”는 사례를 들었다.

실제 올해 1월 1일부터 6월 21일까지 미국 대서양 연안에서 발견한 대형 고래 사체는 총 42구로 집계됐다. 혹등고래 26마리, 밍크고래 10마리, 향유고래 2마리, 긴수염고래 1마리 등이다.

해양대기청은 에포크타임스에 지난 2016년부터 미국 동부 해안에서 발생하는 대형 고래들의 비정상적인 폐사 사건을 조사해 왔으며 선박 충돌 등 인간과의 상호작용이 폐사의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해상 풍력 연구조사와 고래 폐사를 연관 짓는 것은 추측일 뿐이며 과학이나 기타 데이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랩 씨는 “해양대기청은 저주파를 이용하는 향유고래의 청각에 대한 뚜렷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수준의 소리가 일시적 또는 영구적인 청각 장애를 유발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측정할 기준도 없이 고래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허가증을 발급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롱아일랜드 어업 협회 소속 보니 브래디 씨 또한 해양대기청은 고래의 귀를 검사, 청각 장애를 판단하는 표준화된 프로토콜이 없다고 전했다.

브래디 씨는 “그들은 해상 풍력과 고래의 죽음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직접적인 정보가 없다고 말한다. 고래의 귀를 검사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는 점으로 미뤄본다면 이런 주장은 사실상 완벽한 범죄”라고 했다.

나아가 랩 씨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래의 죽음과 풍력 터빈 개발의 연관성에는 전례가 있다는 사실을 거론했다.

영국에서 해상 풍력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지난 2018년, 1000마리에 달하는 고래가 집단 폐사해 해변가로 떠밀려왔다. 랩 씨는 “사람들이 해상 풍력과 죽은 고래를 연관 짓기 시작하자 (영국) 정부와 해상 풍력 업계, 언론은 이를 잠재웠다. 사람들은 다시 ‘이건 그냥 정상’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면서 “정상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에포크타임스는 ASOW 프로젝트 측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기사 보도 시간까지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다.

다만 ASOW 프로젝트는 지난 5월 성명에서 고래의 죽음을 풍력 터빈 건설과 연결 짓는 것은 잘못된 정보라고 반박했다.

성명에는 “정기적인 해저 조사와 고래 폐사 사이의 인과관계는 물론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증거도 없는데 해상 풍력 활동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부정확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래 폐사는 해상 풍력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2016년부터 증가해 왔다는 것.

그러나 랩 씨와 브래디 씨 모두 해상 풍력을 위한 조사들은 이미 2016년 이전부터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브래디 씨는 “해저면 프로파일링과 고해상도 지구물리학 조사는 2015년부터 시작, 최소 네 차례의 조사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태양 에너지 기업 US 윈드의 2015~2016년 델라웨어 및 메릴랜드 연안 지진 조사 보고서, 다국적 에너지 기업 오스테드가 제출한 2016년 매사추세츠 남부 조사, 블록아일랜드 해상 풍력 단지에 대한 2014년 ITA 신청 등이 그 예다.

브래디 씨는 “모두가 ITA에 대한 부수적 괴롭힘 허가증(IHA)을 신청하지는 않았지만, 고해상도 지구물리학 조사는 레벨A와 레벨B 괴롭힘에 해당하는 동일한 장비로 수행됐다”며 “8개월 전 기준 해양대기청은 IHA가 권고 사항일 뿐 의무는 아니라고 했다. 이로 미뤄보건대 조사 업무를 수행했으면서도 IHA를 받지 않은 다른 기업들도 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지난 1월 31일(현지 시간) 뉴욕 롱아일랜드 해변에서의 혹등고래 사체|Kena Betancur/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합리적이지도, 책임 있는 행위도 아니다”

최근 초당파적 기관인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해양 풍력 터빈 건설이 환경, 어업, 군사 작전, 항해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프 전무이사는 “해양 풍력 에너지 분야에서 광범위한 산업화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가 진행된 적 없었기 때문에 이번 회계감사원의 조사는 바다를 보호하기 위한 좋은 발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지프 전무이사는 환경단체는 합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해상 풍력 개발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문제는 현재 바다에서 이뤄지고 있는 행위들이 합리적이지도, 책임감이 있지도 않다는 데 있다.

“우리는 이러한 친환경 에너지 이니셔티브가 애초에 보호하고자 하는 자원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사전에 어떤 영향들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지프 전무이사는 또 바다는 초당파적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것은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깨끗하고 건강한 바다에 의존해 살아간다. 바다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제공한다. 우리는 대가로 한 푼도 지불할 필요가 없다. 그저 바다가 건강하게 유지되도록 하기만 하면 된다.”